‘바이럴 마케팅’ 만으로 음원 차트 1위 가능할까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음원 사재기’라는 단어는 지난 몇 년 새 음악계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특정 가수들의 음원이 발매 때마다 ‘멜론’이나 ‘지니뮤직’ 등 음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차트 상단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네티즌과 팬 등은 이 가수들이 ‘사재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재기는 원래 ‘물건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폭리를 얻기 위하여 물건을 몰아서 사들이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다. 하지만 음원 시장에서 사재기는 ‘특정 곡을 무제한 반복 재생해 차트를 조작하는 행위’ 정도의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무수한 의심을 받던 ‘음원 사재기’는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방송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불가능하다…잘해야 한 두 계단 차이”
‘사재기’ 의혹 가수들은 억울함 호소

이날 그것이 알고싶다는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 편을 방송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측에서 가장 먼저 거론한 대상은 가수 닐로였다. 닐로는 지난해 4월 당시 ‘지나오다’라는 곡으로 대형 기획사 아이돌의 컴백 곡을 제치고 음원 차트 상위에 랭크됐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닐로가 상위 순위에 오르자 축하가 아닌 의심이 쏟아졌다”면서 “‘1위를 할 만큼 인지도가 없다’는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팬들은 그것이 알고싶다 측에 “페북에서도 못 봤고 들어보지도 못 했는데 1위를 찍었다”며 “차트가 급격하게 올라가니까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 역시 “이(노래)게 올라올 수 있는 계기가 보이지 않았다”라면서 “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것은 물론 공연을 통해 팬덤을 단단히 굳힌 상태도 아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교수는 “(지나오다는) 굉장히 빨리 올라온 케이스”라며 “차트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거나 옆으로 횡보하는 현상도 없었다. 30위 안에 들어오는 거 자체가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1위까지 치고 올라오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닐로 측은 바이럴 마케팅 홍보의 결과물이라고 해명했다.

신인부터 중견 가수까지…

지난해 말에는 황인욱과 장덕철, 송하예, 그리고 바이브의 음원 사재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블락비’의 박경이 자신의 SNS에 실명을 언급하며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 지목된 가수의 소속사 측은 즉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송하예 소속사 측은 그것이 알고싶다에 “음원을 팔면 수십억을 받는다”라며 “굳이 (사재기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황인욱의 소속사도 “이런 구설에 오르니 저희도 되게 당황스럽다”며 사재기 의혹을 부인했다. 임재현의 소속사는 더욱 강력하게 대응했다. “선동인 것 같다”며 “선동꾼들이 공론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닐로와 장덕철의 소속사 역시 “그런 불법적인 행위를 안 했는데 그런 시선을 받으니까 하루 빨리 이 일이 해결됐으면 하는 게 저희 가장 큰 바람”이라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또 전상근의 소속사는 “법적인 책임을 일차적으로 물을 것”이라고 강하게 부정했고, 바이브 측은 “본인(박경)이 거론을 했으면 (증거를) 갖고 나오시라”면서 “무슨 근거로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분명히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가수들은 하나같이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럴 마케팅’은 했다고 한다. 임재현 측은 그것이 알고싶다에 “광고업체에 맡겨서 광고단가를 주고 광고하는 것”이라면서 “거기(광고업체)서 사재기 해주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고 사재기 한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다”고 토로했다. 닐로 측 역시 ‘지나오다’의 차트 상위권 랭크는 바이럴 마케팅 홍보의 결과라고 해명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과연 무엇일까. 한 교수는 “바이럴 마케팅은 입소문 마케팅인데, 유튜브 기업 브랜드 채널 같은 곳이 대표적”이라며 “그걸 보고 대중들이나 소비자들이 ‘이거 정말 볼만한 거구나’ 인정해서 자발적으로 구전(입으로 전해지는 것)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유명 유튜브 채널이나 SNS 페이지 상에 신곡 광고 영상을 올리고, 이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는 방식인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바이럴 마케팅만으로 음원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는 것이 가능할까. 임재현의 소속사는 “6시에 발매가 되면 7시, 한 시간 동안 광고를 급 몰리게 몇 백 만 원, 몇 천 만 원을 할 수 있다”면서 “그럼 왜 못 올라가나. 노래가 좋으면 올라가지”라고 전했다. 송하예의 소속사 역시 “유튜브에 저희만큼 영상 콘텐츠가 많은 데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동료 가수들의 의견은 달랐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좋아요’ 숫자가 몇 십만 혹은 몇 백만 정도 되는 페이지를 갖고 있고 여기에 올리면 사람들의 반응이 굉장히 빠르게 온다”며 “그걸 통해서 음원 검색량이 늘어날 거고, 그러다 보면 순위가 올라간다는 게 그들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홍보를 10년 했는데 ‘이 페이지에 올리면 이게 화제가 될 거야’라고 하지만 사실은 광고를 안 하면 안 보인다. 새벽 1시에 광고로 영상을 봤다고 사람들이 전부 음원 사이트로 가서 그 노래를 재생하며 잠이 드는가? 합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경우”라고 지적했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홍보하면 음원 순위 1위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순위하고 전혀 상관 없는 음원에 대해 홍보를 해봤다”라면서 “댓글이 늘어나는 등의 반응은 있지만 순위는 한 두 계단 정도 차이가 날까 말까”라고 설명했다. 또 한 제보자는 “사람들이 자꾸 페이스북으로 띄운 거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건 명분을 만드는 거고 페이스북 하면서 (음원 사재기) 작업도 같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담’, ‘억울’ 가수들의 입장은?

방송 이후 입장을 밝힌 임재현의 소속사는 ‘여론재판 및 인격살인 등의 2차 가해에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또 바이브 소속사 메이저나인과 리메즈엔터테인먼트(장덕철) 등은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1100만원, 바이브와 장혜진이 부른 ‘술이 문제야’는 2000만원을 광고비로 지출했다”며 “이보다 더 쓴 것도 있고, 덜 쓴 것도 있지만 광고가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7년 7월 회사 설립 이후 발표한 24곡 중 3위권 이내로 진입한 곡은 8곡, 제작비를 회수한 곡이 2곡, 실패한 곡이 14곡”이라면서 “대형 기획사 아이돌부터 인디 가수까지 80% 이상이 페이스북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그들보다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만 콕 찍어서 사재기라고 말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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