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비례한국당 ②보수 통합 ③정권심판 ④진보 분열 ⑤北도발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4·15 총선이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작은 악재 하나가 태풍처럼 커져 민심을 뒤흔들 수도 있는 만큼 여야 모두 판세에 파급력이 큰 여러 변수들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총선에 문재인 정부 성공의 명운이 걸렸다는 점에서 사생결단 각오를 다지고 있다. 특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상치 못한 복병이 불거졌고 정계개편이라는 정치권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 더해, 경제·대북 문제 등 대내외적 요소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점이 민주당을 바짝 긴장하게 하고 있다. 여야 명운이 걸린 결전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넘어야 할 5대 고비가 민주당을 기다리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5대허들’ 험난, 민주 ‘안정 대 심판’의 싸움에서 생존할까

 

#하나: ‘비례한국당’ 창당 ‘한국당 1당되나’ 속앓이

민주당이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공조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현실화시켰지만 뜻밖의 복병을 만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자유한국당이 위성정당 ‘비례자유한국당’ 창당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의 수가 적어야 비례대표 의석을 가져갈 수 있게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응해 의석수를 최대한 많이 획득하기 위한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례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0석 안팎까지 차지해 총선 직후 한국당과 비례자유한국당이 통합하면 원내 1당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비공식적으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만들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총선기획단은 9일 전체회의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한국당의 (비례 위성정당) ‘비례자유한국당’ 꼼수가 가시화되고 의석수의 현저한 감소가 예상되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국민 상향식 공천의 원칙을 지키고 훌륭한 인재 영입과 정책 제시를 통해 지역구 선거와 비례 정당투표 모두에서 정정당당하게 총선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비례대표가 축소돼 자체 과반 달성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끝까지 위성정당 창당을 않겠다는 원칙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둘: ‘보수통합’ ‘일대일 구도’ 현실화에 ‘촉각’

총선을 앞두고 전격적인 보수통합 현실화도 민주당에게는 위협적 요소다. 중도까지 아우르는 보수통합이 이뤄질 경우 총선이 ‘일대일’ 구도가 형성되면서 보수진영 분열로 얻는 반사이익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여권은 호남지역 군소정당과 정의당까지 존재해 표가 분산되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 수도권 등 지역구 선거에서 초박빙 승부를 펼쳐야만 한다. 

보수진영은 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를 내용으로 하는 유승민 의원의 ‘보수재건 3원칙’ 수용 여부 등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으나 점차 보수통합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을 비롯한 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은 지난 9일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구성하고, 통합신당을 결성해 총선을 치르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중도’라는 상징성이 있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의원까지 포함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혁통위의 박형준 신임 위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리적 일정상 아마 2월10일 전후 새로운 통합정치 세력의 모습이 거의 확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박 위원장은 안철수 전 의원과 중도보수 세력의 합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그것이야말로 통합의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보수통합뿐만 아니라 안 전 의원이 독자 창당해 20대 총선에서의 제2의 국민의당 ‘녹색 돌풍’ 재연을 시도할 경우 그 파급력에 따라 민주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 교수는 지난 1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보수통합은 민주당이 가장 신경 쓰일 수 있는 문제다”며 “보수통합이 돼서 일대일 구도가 되면 민주당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셋: 靑출신 출마 ‘러시’, ‘文정권 심판론’ 타깃

이번 총선에서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가장 집중적으로 부각시킬 프레임은 바로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회 전반의 실정을 집중 부각시켜 표로 응징해야 한다고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요서울 기자와 만나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경제 문제가 현 정부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는 하지만 경제 때문에 누구를 뽑고 안 뽑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선거에서는 누가 더 분열적인 요소를 잘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에 맞서 한국당이 발목잡기로 국회를 마비시켰다며 ‘야당 심판론’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당의 문재인 정권 심판론에 민심이 더 호응할 경우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총선 출마도 민주당에겐 독이 될 수 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출신 출마 예상자가 6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치게 많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민주당의 최종 후보로 결정된다면 본선에서 ‘정권 심판론’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또 ‘친문 공천’ 논란과 당내 분열의 씨앗이 될 가능성까지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에는 국민들께서 어떤 것이 맞는지, 정권 심판이 맞는지, 야당 심판이 맞는지는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넷: ‘조국사태’ 촉발 진보분열, 진중권 “여당 보이콧”

진보진영의 분열 현상도 민주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진보진영의 분열 현상은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촉발됐다. 진보진영 내에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여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표출하기 시작했다. 특히 법무부가 지난 8일 단행한 검찰 간부급 인사는 진보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 

진중권 전 교수는 검찰 인사 후 페이스북을 통해 “친문 양아치들, 개그를 하네요. 알아서 나가란 얘긴데 윤석열 검찰총장, 절대 물러나면 안 된다”며 “조국 사태 이후,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한다. 이 부조리극, 문재인 대통령의 창작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촛불 사기 민주당만 안 찍으면 된다”며 “보이콧 민주당”을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우리에게는 한 장의 표가 있다. 그 표를 어디에 던질지는 각자 알아서들 하시되, 다만 한 가지 절대로 쟤들한테 주지는 말자”며 “한국당 안 찍어도 된다. 민주당 보이콧만으로도 박빙 지역에선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작금의 사태를 잘 설명해주는 유툽(유튜브)”이라며 한 동영상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 콘텐트의 제목은 ‘윤석열 무장해제 인사. 문재인 정부의 수사 무마 인사. 직권남용, 수사무마, 사법방해. 공무집행방해’였다.

#다섯: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 北, 도발 ‘시한폭탄’

이와 함께 ‘북한 변수’도 총선 판세를 좌우할 복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숨가쁘게 추진해 왔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은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크게 얼어붙었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급격한 반전을 통해 성과를 거둔다면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도 긍정적 평가를 받겠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권 심판대에 올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북한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 운운하며 미국에 대해 강경한 경고를 여러 차례 날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충격적인 실제 행동”, “머지않아 새로운 전략무기를 보게 될 것” 등 대외적 위협 입장을 밝혔다. 향후 북한의 도발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경제가 갑자기 뚝딱 좋아질 수도 없고 북한 김정은이 갑자기 마음을 바꾸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이번 총선은 결국 문재인 정권에 대한 중간 심판이냐 보수 적폐청산에 대한 힘 몰아주기냐, 즉 ‘안정 대 심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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