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惡化一路) 걷는 노사…철수설 또 나올수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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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이번 호는 계속되는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르노삼성에 대해 알아본다.

노조, 올해는 게릴라 파업으로 사측 압박…출근 직전 알려

현재까지 파업으로 6000여 대 생산 차질·1200억 원 손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4월 도미닉 시뇨라 사장이 노동조합과 불협화음 속에서도 국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약속했지만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오히려 노사 갈등 장기화로 과거 한국지엠과 마찬가지로 자칫 탈한국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탈한국 논란 의식한 ‘르노’ 

르노삼성에 따르면 지난해 4월16일 시뇨라 사장은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나 “르노삼성은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으로, 앞으로도 변함없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노사측 대립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이 임단협 교섭 중에 게릴라식 파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날 오전 출근조에 9시부터 11시까지 기습적으로 부분 파업 지침을 내렸다. 이날 오후 2시에 임단협 교섭이 예고된 상황에서 일어난 파업이라 이례적이다.

전날 오후에도 야간조가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오후 6시30분에 끝난 임단협 교섭 직후 긴급히 파업지침이 내려졌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3일부터 투쟁 재개와 함께 게릴라식 지명파업을 전환해 사측을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하는 조합원을 지정하고 출근 직전에 알려 동참을 지시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20일 노조는 임단협 협상 결렬에 따라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그러나 부산공장 생산직 노조원 1800여 명 중 전면 또는 부분파업 참여율은 30%대에 불과했다. 이유로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수입이 줄어들면서 노조원 파업 참가율이 낮았다.

회사는 노조가 파업을 중단해야 협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번 게릴라식 파업으로 이후 협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결렬로 지난해 연말까지 예고 파업을 벌인 뒤 새해 들어서도 이틀을 제외하고 파업을 계속 해왔다. 특히 게릴라 파업이 있던 주는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고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상태였지만 8일~9일 잇따라 기습 파업에 나서면서 향후 협상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게릴라 파업 방식은 조합원 입장에서는 임금 손실을 최소화하지만 회사에는 전체 생산라인 가동에 차질을 유발해 전면파업과 맞먹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지난달 20일부터 현재까지 노조의 파업으로 6000여 대의 생산 차질과 1200억 원가량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노조는 기본급 8.01% 인상, 노조원에게만 매년 통상임금의 2% 추가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측은 이번 협상에서 추가 일시금을 포함한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기본급 인상 요구 외에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노조 파업을 같은 노조원끼리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누구를 위한 파업인지 모르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이날은 4일째 파업이 이어지고 있었다. 노조원 1727명 중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은 561명으로 참여율이 32.5%를 기록했다.

파업 첫날 23일에는 조합원들의 파업 참여율이 40.1%로 40%를 가까스로 넘었지만 그 후에는 24일 37.4%, 26일 32.9% 등 30%대에 맴돌면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또한 임단협 협상 결렬에 따른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찬성을 보인 66.2% 조합원들 중 절반가량이 파업에서 이탈해 생산현장으로 복귀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조합원 10명 중 3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철수설 또 등장할지 예의주시 

이처럼 상황이 악화하자 일부 파업 참가자들도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노동 무임금'에 따라 파업을 실시하는 만큼 파업에 참가하는 인원들의 임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데다, 악화하는 여론은 판매 일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 기업인 프랑스 르노그룹도 한국 시장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현장도 문제지만, 파업으로 판매 직원들의 불만도 고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업을 지속하다 보니 구매 의사를 밝힌 소비자들까지도 망설인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모 기업 르노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이 QM6를 앞세워 국내 SUV시장에서 판매 1위에 등극했지만, 노조의 계속되는 파업으로 실적개선에 문제가 생겨 결국 철수설이 재등장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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