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직장 내 부당함으로 극단적 선택… 감사 결과 “괴롭힘 없었다”?

[A씨 유족 제공]
[A씨 유족 제공]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광주본부 화순시설사업소 능주시설반에 근무하던 철도노조 대의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죽음을 두고 노조와 유족 측은 화순시설사업소 소장의 부당한 인사발령 조치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코레일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특별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이에 노조와 유족 측은 경찰 조사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일요서울은 A씨 유족 측이 제공한 경찰내사결과보고서를 입수해 이번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유족·동료 “회사에서 찍혀 괴로워했다…보복 우려도”

화순사업소장 “개인적으로 명령, 전화한 사실 없어”

전라남도 화순에서 코레일 소속 직원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지난해 11월, 전남 화순군 능주역에 위치한 시설사무소 내 주차장에서 철도공사 광주본부 화순시설사업소 시설관리원 A씨가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를 최초 발견한 직장동료 B씨는 회사에 출근 후 주차된 A씨의 차량을 목격했고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해 신고했다.

노조와 유족 측은 사측의 부당한 노동 행위로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레일 광주본부 화순시설사업소로 전입한 A씨는 지난해 3월부터 철도노동조합 광주시설지부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목포시설관리사업소로 발령을 통보받았고 이에 A씨는 지부 대의원의 경우 전보 협의 대상자지만, 화순사업소장이 협의 없이 일방적인 발령을 냈다며 사측에 항의했다. 결국 사측은 6일 만에 발령을 취소했지만 발령 취소 이후 사측과 A씨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

직원들 지켜야 할 5가지 사항 통보 

사측은 지난해 11월 ‘화순시설관리사업소 직원들이 지켜야 할 사항’ 5가지를 통보했다. ▲점심 취사 금지 ▲퇴근 15분 전 사무실 복귀 ▲휴식시간 외 연속작업 시행 ▲위 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경위서 제출 ▲경위서 3장 누적 시 타사업소로 전출 등이었다.

경찰내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A씨를 최초 발견했던 동료 B씨는 화순사업소장의 부당한 인사발령에 대해 A씨가 항의하고자 노조 지부장과 함께 광주시설 처장과 면담을 했고 이후 인사가 철회됐다. 하지만 이후에 소장은 상부 지시보다 더 강화된 복무지시를 내렸고 ‘사업소 직원들한테 잘해 줄 필요가 없으니 규정대로 밟아줘야 한다’라며 A씨를 압박했다. A씨는 이를 두고 자신에 대한 보복 지시라고 생각했으며 다른 직원들 역시 보복성 행동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에 A씨는 ‘자신으로 인해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자책했다.

A씨의 부인은 “남편은 회사 일로 고민이 무척 많았고 계속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망)일주일 전에는 새벽에 잠을 자지 못하고 ‘아침에 눈을 떠 회사 가는 게 너무 괴롭다’라고 말했다”며 “남편은 자신을 화순에서 목포지사로 부당하게 발령 냈다는 소식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혼자 왕따 당하는 기분이다. 나를 발령 보내려고 했던 상사가 부당한 지시로 나를 괴롭힌다’고 말했다”라며 A씨가 사측에게 당했던 부당함을 호소했다.

A씨의 또 다른 직장 동료인 C씨는 “소장은 인사권자도 아니고 회사에서 인사발령 공문도 나오지 않았는데 A씨가 목포로 발령 간다고 기정사실화 했고, 전 직원이 참석하는 다른 직원 송별회 자리에 급하게 A씨의 송별회를 덤으로 끼웠다”며 “A씨는 이에 ‘너무 치욕적이고 더러운 자리’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근무자 D씨는 “그전까지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 아마도 코레일 광장 열린 게시판에 ‘시설관리반 폐악’이라는 시설 관리반의 나쁜 점에 대한 글을 보고 소장이 그런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옛날에 있었던 관행이었는데 하필이면 A씨의 인사조치 항의 후 이러한 과거를 답습하는 이상한 지시가 내려왔다는 건 보복이다”라고 설명했다. D씨의 이 같은 주장은 A씨를 더욱 곤경에 빠뜨린 것으로 예상한다.

A씨가 부당한 지시에 대해 노조에 제보했고, 노조는 코레일 전체 게시판에 ‘화순사업소장 갑질’에 대한 성명서를 게시했다. 노조에서는 사실 확인 차 화순능주시설사업소 근무자에게 확인서를 받았으며 그 확인서는 다음 날 게시판에 올라왔다. 문제는 확인자의 이름은 지웠지만 화순능주시설 소속은 그대로 명기돼 있었다. 이로 인해 A씨가 본인으로 인해 동료들이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걱정과 스트레스로 불안증세까지 보였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업무상 적정범위 넘었나 

화순시설사업소 소장은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에 대해 “직접 개인적인 명령이나 전화한 사실은 없다. 시설 분야에서 없어져야 할 7가지에 대한 전달 과정에서 A 씨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생각했다”며 “A씨의 목포 인사발령은 다른 직원들의 애로사항과 근무 능력을 종합해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고 당시 A씨를 노조 대의원으로, 협의 대상자로 선정해 놓지 않았기에 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별회의 경우 다른 직원의 송별회 자리에 A씨 송별회를 같이 하자는 직원들의 요청으로 한 것이며 나중에 A씨가 ‘송별회 자리가 치욕적이었다’라는 말을 했다고 전해 들어 사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코레일은 특별 감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레일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소장은 A씨의 직속관리자의 지위에 있고, 소장의 전출 후보 추천으로 인해 A씨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인사 추천권이 있는 사업소장이 공정한 인사 추천을 받아 이뤄진 점 ▲A씨의 인사에 대해 지부장과 혐의하기로 한 점 ▲결국 시설지부장과 사고자의 의견을 참작해 전보에 이르지 않은 점 ▲준수사항 강화에 대해서는 관리자로서 정당한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소장이 자신의 농사일에 직원들을 시켜 선로변 대나무를 1.5~2m 크기로 잘라 1t 트럭에 싣게 한 일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부당한 작업지시로 판단된다’면서 징계를 내렸다. 코레일의 이 같은 감사 결과에 유족 측은 반발했다. ▲일방적 발령 통보 후 A씨를 반강제적으로 송별회에 끼워 넣은 점 ▲대기 시간 없는 연속작업지시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점 ▲시설처장의 퇴근 전 30분 이내 귀소 지시와 다르게 소장은 임의대로 15분 이내 귀소 명령을 내렸고 이에 다른 직원들이 ‘보복성 불이익’을 생각하게 한 점 등이 감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유족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지난 8일 대전에 있는 코레일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감사 보고서는 동료들의 진술을 일체 무시하고, 관리자들의 입장만 담아 철도공사 경영진의 책임 회피 수단이 됐다”며 “철도공사는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감사 재조사를 시행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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