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지역 관리인 ‘터질 것이 터졌다’ 관리소장보다 더 ‘높은’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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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지난달 30일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소장 A씨가 아파트 단지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흘 전인 26일에는 이 아파트 경리직원 B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씨에 이어 A씨가 사망하면서 아파트 단지 내 뿐 아니라 서울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일각에서는 수억 원 아파트 관리비 횡령으로 직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를 벌이는 가운데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아파트 관리인들의 의견과 속사정을 들어봤다.

아파트 자체에서 돈 관리...일부 관계자 눈 속이면 그대로 회계부정 가능

관리소장도 입주민대표 눈치 보기 일쑤...회계 투명성 높이는 게 관건

이 사건은 다른 지역 아파트 관리인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서울 지역 C아파트에서 10년간 관리소장을 한 김모씨는 취재진과의 대화조차 부담스러워 했다. 그는 인근 지역 관리소장과 노원 아파트 이야기를 하면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지역 관리소장은 “아파트 자체에서 돈을 관리하기 때문에 돈 관리는 사실 허술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아파트는 입주자 대표의 입김이 세다”라고 했다. 관리소장보다 더 높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경기 지역 D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리소장은 “우리 아파트는 동 대표 힘이 강하기 때문에 밉보이면 손해다”라며 “특히 이 지역은 발전 속도가 빨라 아파트값이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올랐다. 실소유주보다 투자 목적으로 이곳을 구입한 사람들이 있다 보니 삶보다 돈을 택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라고 했다.

E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관리 직원 이모씨는 “시대가 변하면서 사람 마음도 변하는 거 같다. 개인주의 시대이다 보니 주민들의 이기주의적인 모습도 볼 수 있다”며 “다른 지역 아파트만 가도 입주자 대표와 부동산끼리 집값 단속을 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를 하고 있다지만 집값거품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걱정했다.

뿐만 아니라 관리소장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노원 아파트와 같이 관리직원의 횡령 사건은 전국적으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 아파트 “터질 것이 터졌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앞서 서울 동작구 소재 F아파트 경리직원이 7년 동안 무려 16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 관리비를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2부(재판장 유상재 부장판사)는 최근 F아파트 입주자 대표 협의 (이하 입대의)가 경리직원의 관리비 횡령 기간에 각 입대의 회장 및 감사를 맡았던 7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1심 판결에 불복한 4명(이하 피고들)의 항소를 기각했고 피고들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F아파트 경리직원(주택관리업자 소속)은 지출결의서상 지로 납부가 가능한 항목을 포함한 총지출 예정금액을 한 계좌에서 출금한 다음 지로 납부가 가능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항목대로 납부했다. 이어 지로 납부가 가능한 항목은 다른 계좌에서 이중으로 출금해 지로로 납부함으로써 2006년 5월경부터 2013년 10월경까지 총 138회에 걸쳐 아파트 관리비 총 16억3000여만 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2017년 4월경 징역 3년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자체에서 돈 관리를 하다 보니 일부 직원만 눈감아도 회계부정이 가능한 만큼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아파트 관리비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가는 만큼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장, 경리 극단적 선택

한편 최근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 소장과 직원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노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낮 노원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인 60대 A씨가 아파트 단지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파트 공사를 위해 지하실을 찾은 공사 업자가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서는 유서 형식의 메모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일 오전까지도 A씨는 주변 사람과 연락을 했다.

앞서 A씨가 숨지기 나흘 전 이 아파트 경리직원인 B씨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씨는 출근하지 않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A씨에게 “죄송하다”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B씨가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은 수억 원의 아파트 관리비 공금 횡령이 이번 사건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980년대 후반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노후 수도관 교체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주민들이 모은 장기수선충당금 중 12억 원을 공사비로 쓸 계획이었다. 계약금 2억 원은 공사 업체에 지급됐지만 중도금 지급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B씨는 대금 지급을 계속 미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숨진 후 주민들이 관리사무소로 몰려갔고, 장기수선충당금 통장을 확인한 결과 회계장부와 다르게 돈은 300만 원가량만 남아 있었다. 지난달 28일 관리실에 모인 주민들은 이번 사건에 의문을 품고 관리소장인 A씨에게 목소리를 높였고, 이틀 후 A씨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 2일 해당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횡령 혐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 대상은 관리소장 A씨와 경리 B씨, 전직 관리사무소 경리직원, 아파트 동대표 4명 등을 포함한 7명이다. 노원구청은 서울시와 함께 이달 6일부터 닷새간 해당 아파트의 관리 운영 실태를 감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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