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들어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당시 후보자)이 지난해 12월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들어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강행한 '좌천성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법조계 공직에서 조차 이번 인사 조치가 '위헌'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파문이 커져가는 모양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일 오후 7시30분 경 검사장급 이상 검사 인사를 전격 단행했는데, 법조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와 관련된 핵심 수사 지휘 라인에 대한 인사 물갈이라는 점을 두고 '윤 총장의 손발 자르기', '좌천성 전보 조치'로 알려져 뒷말이 무성한 상태다.

1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김동진(51·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전날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8일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인사에 대해 "여러 가지 정파에 의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서도 "정치권력에 의한 정치적 견해나 정치적 방향성에 대한 국민적 의견의 선택에 의해 결정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온전히 헌법이 규정한 법치주의의 문제"라며 "국민의 선택에 의해 정권을 획득한 정치적 권력이 어떤 시점에서 그 힘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의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법적인 규범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임명된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행한 검찰 조직에 대한 인사 발령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내 자신 한 명의 판사로서 심사숙고 끝에 이른 결론"이라며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해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 부장판사는 "우리가 진정으로 법조인으로서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결코 화려한 것이 아니고, 때로는 가시밭과 같은 험난하고 고달픈 길일지도 모른다"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이 민주주의 정신이라는 고귀한 헌법정신의 측면에서 성숙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면, 그와 같이 험난한 길은 우리 법조인들이 평생을 짊어져야 할 숙명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아울러 "18세기 프랑스혁명의 계몽주의 사상에 입각해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좀 더 깨어난 시민의식을 발휘할 것을 호소하고자 한다"며 "어떤 한 개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맹신적인 사고방식은 시민의식에 입각한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1심 재판부에 대해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같은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한편 추 장관이 강행한 이번 검찰 고위 인사 조치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조국 일가 비리 사건 수사를 총괄하던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조국 일가 비리 및 청와대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인사 이동됐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수사 지휘하던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앞두고 윤 총장의 핵심 참모역할을 해왔던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전보 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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