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통합,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안 제시해야”
“탄핵 문제, 이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구정 전 통합 선언, 2월 중 신당 출범해야 총선 대비

박종진 앵커와 새로운보수당 정병국 의원
박종진 앵커와 새로운보수당 정병국 의원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새로운보수당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까지 지지부진했던 보수대통합 논의에 창당과 함께 불씨를 지폈다. 그 결과 보수·중도진영에 속한 정당·시민단체들이 지난 9일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참여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이하 통추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보수 통합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선 게 사실이다.

일요서울TV ‘주간 박종진’은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로운보수당 정병국 인재영입위원장을 만났다. 다양한 정치 현안과 함께 보수통합 등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서였다.

 

박종진의 정병국 평가

“저평가된 주식이다”

 

박종진 앵커는 정 의원에 대해 “저평가된 주식이다. 직접 만나보면 존경할 만한 훌륭한 분이다”라고 소개하며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셋을 ‘남원정’이라고 해서 대한민국을 개혁과 혁신의 이미지로 만들었던 분 중에 한 분”이라고 설명했다.

박 앵커는 첫 질문으로 요즘 심정이 어떤지 물었다. 정 의원은 “면목 없고 죄송할 따름이다”라며 “정치를 한 지가 올해로 33년째, 국회의원을 한 지 22년이 됐다. 나름대로 정치판에 들어와서 개혁의 화두를 놓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변화시키고 바꿨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론적으로 지금 보면 정치는 더 악화됐고 정말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지경까지 왔다. 이러한 데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여러분들께 면목 없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면목이 없다는 정 의원에 대해 박 앵커는 “젊은 시절 국회로 왔는데. 20년 동안 뭐 했나”라며 비판을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정치를 바꾼다고 바꿨는데 결국 이 지경이 된 것은 근본적인 것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돈 안 드는 선거 그리고 여러 가지 정당 구조에서 민주적 절차를 밟게끔 만든 것이라든지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내려놓는 작업 등을 많이 했다. 대표적인 것이 돈 안드는 선거다. 16대 때 초선으로 선거를 치르고 당선이 됐는데 그 당시에는 ‘사당삼락’이라는 얘기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사당삼락’이라는 단어를 듣자 박 앵커는 “사십억 쓰면 당선, 삼십억 쓰면 떨어 진다”라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정 의원은 “맞다. 그 정도로 돈을 많이 썼다. 나도 그 당시에 수억 원 대 돈을 썼다. 그 빚을 3선 때까지 갚을 정도로 (힘들었다). 내가 당선은 됐지만 당선되고 나서 내가 빚을 4년 동안 못 갚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선거에 어떻게 출마를 할 수 있나 고민을 했다. 그래서 그 당시에 정치를 계속할 거냐 그렇지 않으면 이 제도를 바꿀 거냐. 그러면서 4년 동안 미래연대라고 하는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노력해서 결국은 매듭을 지은 게 ‘오세훈 입법’이라고 하는 정치개혁입법을 완성함으로 인해 ‘사당삼락’을 전설 같은 말로 만들었다. 이제 돈 안 드는 선거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도

내부 패권 싸움 중

 

박 앵커는 정 의원에게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정 의원은 “근본적으로 못 바꾼 건 공천제도다. 공천제도가 21대 총선을 앞두고도 물갈이 얘기를 한다. 그런데 내가 5번 선거를 치렀다. 되돌아보면 평균 물갈이가 48.4%다. 반을 바꾼 거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다. 그런데도 정치는 점점 더 나빠졌다. 지금도 물갈이 얘기를 하지만 물갈이를 명분삼아서 패권·패거리를 만드는 수단으로 삼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게 결국은 오늘날의 정치를 최악으로 만든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이유가 뭔가. 결국은 대한민국 대통령, 우리 대통령을 만들었는데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대한민국 대통령 아닌가. 결과론적으로 ‘새누리당 대통령’도 부족해서 ‘친박 대통령’이 되고 그것도 부족해서 ‘진박 대통령’이 되고 나중에는 ‘문고리 3인방 대통령’, 나중에 보니 최순실 대통령이 됐다. 이게 패권·패거리의 아주 최악의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그런데 문제는 반대급부로 탄생한 이 정부가, 국민들의 뭘 바랐겠나. 진정한 국민을 중심에 놓은 우리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는데 지금 또다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친문 대통령’이 돼서 또다시 내부 패권 싸움을 하고 있다”라며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편가름을 통해서 진영 논리로 자기들끼리 국민의 세금을 나눠 먹겠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이렇게 되게 한 게 누구 책임이냐. 누구 탓할 거 없다. 나부터 더 치열하게 패권·패거리 정치의 고리를 끊지 못한 게 원인이다. 그래서 자조하고 있다.

박 앵커도 정 의원 말에 동의했다. 박 앵커는 “정치에 있어서 가장 고쳐야 할 핵심이 50% 물갈이가 아니라 패권정치다. 물갈이를 통해서 패권정치를 다시 만들고 계파정치를 다시 만들려고 하는 이런 움직임 (잘못됐다). 사람만 바뀐 거다. 여도 야도 거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내가 정치를 하면서 이것만은 바꿔봐야겠다고 했던 부분이 정치개혁이고 핵심이 패권·패거리 정치를 바꿔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치에 입문을 하게 된 건 YS 문하에 들어가 비서로 일하면서부터다. 거기 들어가서 YS의 정치 철학, 정치하는 방법 등 많은 걸 배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존경하는 ‘정치의 아버지’ 같은 분이지만 이분으로부터 숙제를 받은 게 있다면 이 계파·패거리 정치를 우리 대에서는 깨야 한다라고 생각했다”라며 “이분도 마찬가지로 계파정치, 보수정치를 했다. 되돌아보면 그것은 그 시대에 군사 독재시절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내 가족은 같은 식구가 아니면 얘기할 수 없는 거다. 그러다 보니 그게 군사독재정권하고 싸우기 위해서 계파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렇게 해서 (많은 걸)달성해 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런데 군사독재정권의 공동의 적이 없어졌다. 그런 상황 속에서 계파는 누구를 위한 계파냐. 자기 진영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익을 위해서 하는 거다. 그럼 거기에 소속돼 있지 않은 일반 국민은 뭐냐. 국민은 안중에도 없게 되는 거다. 계파정치, 결국은 패권·패거리 정치다. 결국은 오늘날 정치가 불신 받고 있고 정치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이다. 그래서 정치를 하면서 패거리 정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모든 범보수

단일대오 이뤄야”

 

박 앵커는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등 보수대통합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정 의원은 “나는 자유한국당뿐만 아니라 모든 범보수가 단일대오를 이뤄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건 무조건 선거를 앞두고 이기기 위해서라고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시간이 없다고 해서 그냥 합친다고 해서 국민들이 너희들 잘했어라고 표 안 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것은 탄핵에 대한 관점이 진영논리로 가게 되면 똑같이 되는 거다. 법의 잣대를 갖고 봐야 한다. 지금 이 정부가 잘못 하니 이게 잘못됐다 이렇게 보면 안 되고 그렇기 때문에 그 당시에 탄핵에 찬성한 놈들은 다 나쁜 놈들, 이런 개념을 가진 사람들은 (통합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 당시 반대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또 잘못됐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보는 관점이 다르니까. 그러나 다수가 그쪽에 있었기 때문에, 잘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탄핵을 당한 거 아니냐. 이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시점에 와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러면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가 탄핵을 왜 당했으며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왜 우리가 이후에도 이 정권이 이렇게 폭주하고 있고 엉망으로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여론(지지가)이 높으냐. 이런 것에 대해 각성하고 이것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내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우리가 여권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첫 번째 합친다는 것에 대해 동의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그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동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같이 공감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제시해야 국민들이 우리한테 표를 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앵커는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시간은 없지만 시간 없다고 해서 그냥 합치자? 그건 아니다. 나는 그동안 원칙 없는 통합은 안 된다라고 했던 사람이다. 통합보다는 개혁이 먼저다. 혁신이 먼저다라고 말했던 사람이다”라며 “그런데 지난 10월 국정감사차 중남미를 갔다가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멕시코를 보면서 이게 한국하고 너무 똑같다. 그래서 이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해 이제 통합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 그 이후 물밑작업을 계속해 왔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뷰 당시 정 의원은 이번 주 중으로 통합 논의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인터뷰 이후인 지난 9일 그의 예상대로 보수통합 논의를 위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참여한 통추위가 꾸려졌다. 당시 정 의원은 지속적으로 논의했고 서로의 의견이 많이 접근됐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구체적인 통합 플랜에 대해서는 “구정 전에는 통합선언이 있어야 한다. 2월 중에는 새로운 당이 출범을 해야 4월 총선에 대비할 수 있다. 이런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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