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드론이 이라크에 스며든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의 쿠드스 군(軍) 사령관을 지난 3일 새벽(현지시간) 미사일로 공격해 살해했다.

솔레이마니 소장(少將)은 실질적으로 이란 군부의 최고 실세이며 반미 테러를 지휘했다. 그는 폭살당한 날도 이란의 조종을 받는 이라크 내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의 반미 테러작전을 지휘하기 위해 현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이라크에 대한 솔레이마니의 영향력은 컸다. 이라크 정부가 그의 ‘재가를 받아야만 장관급 인사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신정(神政)체제 이란에서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 다음 2인자로 통한다. 그는 중동 지역에서의 이란 영향력 확대와 수백명의 미국인들을 살해한 테러 설계자였다.

예멘•레바논•시리아에서 많은 희생자를 낸 국제테러 지휘자이기도 했다. 최근 이라크 주둔 미군부대 포격과 통역관을 사망케 한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에도 솔레이마니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날 미국은 알 카에다 지도자였던 오사마 빈 라덴과 이슬람국가(IS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를 제거했다.

당시 그들의 추종자들은 미국에 “피로 보복한다”고 외쳤지만 겁박으로 그쳤다.

하지만 솔레이마니 제거의 경우 그 때와는 다르다. 솔레이마니는 단순한 테러 조직 두목이 아니고 이란 국가의 군사령관이다. 한 국가의 군사령관이기에 국가 대 국가의 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이란은 지난 7일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개시했다. 미국의 솔레이마니 살해는 2차세계대전 발발 이후 외지에서 적대국의 고위 장성을 제거한 사례로는 두 번째다.

미국은 1943년 4월 태평양 솔로몬 군도 상공에서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일본 함대사령관을 태운 전폭기를 격추시켜 그를 제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이전의 버락 오바마와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솔레이마니 살해를 검토했으나 이란의 국가적 보복을 의식, 포기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과감히 결행했고 미국 내 찬성 여론도 우세하다.

트럼프의 솔레이마니 제거 결정 배경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먼저 이란에 미국의 정교한 응징력을 과시하기 위한 데 있다. 작년 말 솔레이마니의 조종을 받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는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로켓 공격을 자행했고 뒤 이어 그들은 바그다드 미국 대사관 외곽 건물을 포위 공격, 불태우는 등 반미 시위를 격화시켜 갔다. 여기에 트럼프는 즉각 응징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참혹하게 당한다며 솔레이마니 제거에 나섰다.  

다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솔레이마니 제거는 북한 등 미국과 대척점에 서 있는 국가들에 본때를 보여주기 위한 경고와 무관치 않다. 이란의 도발을 단호히 응징하지 않으면 트럼프가 겁쟁이로 얕잡혀 북한 등에 의해서도 공격의 대상이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트럼프는 작년 5월 이란의 유조선 공격과 6월 미국 무인정찰기 격추 그리고 9월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공격에도 반격하지 않았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트럼프가 호랑이에서 토끼로 약해졌다고 조롱했다. 트럼프의 솔레이마니 제거는 자신이 토끼가 아니고 사나운 호랑이라는 점을 입증해 주기 위한 결단이었다.

특히 트럼프의 솔레이마니 제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핵•미사일 문제로 미국을 계속 괴롭힌다면 솔레이마니의 참상을 면치 못하리라는 간접 경고였다. 북한 로동신문은 지난 3일 사설을 통해 ‘공화국의 존엄(김정은)과 생존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즉시적이고 강력한 타격을 안겨야 한다’고 했다.

김정은에게 솔레이마니식 제거를 기도한다면 “강력한 타격”으로 맞설 것이란 엄포였다. 하지만 김정은이 솔레이마니식 최후를 피할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것,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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