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 불발 이후 검찰이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밝힌 '상세목록'을 두고 청와대가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영장과 무관하게 작성된 목록"이라며 "위법한 수사에 협조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냈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서 적법하게 특정해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영장 제시 당시에는 상세목록을 제시하지 않았다. 수 시간이 지난 이후에 상세목록이라는 걸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단을 거친 영장과 관련이 없는 임의로 작성된 상세목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는 건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한다"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영장 내용 일부를 언급하면서 "(영장에) '본건 범죄혐의와 관련한 범행 계획, 공모, 경과가 기재된 문건'이라고 압수할 문건 항목에 기재를 시켜놨다"고 전했다.
이어 "통상 이런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는 한 명일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이라고 특정하지 않아도 (압수수색) 범위가 나오지만, 이번 검찰이 제시한 영장에는 피의자가 18명으로 적시돼있었다"며 "그 18명 중 누구에 대해서, 어떤 사건에 대해서인지를 특정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모든 자료들을 달라고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협조하려고 했으나 할 수가 없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제출한 상세목록이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았음을 청와대 측에서 법원으로부터 확인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법원으로 갈 것 없다. 검찰로부터 확인받았다"며 "상세목록이 법원 판단을 받은 것이냐는 우리의 질문에 검찰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확인을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의 상세목록 제출이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본인들이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상세목록을 제시한 것 아닌가 싶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오갔고, 누가 먼저 (상세목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꺼냈는지까지 제가 확인드릴 순 없다"고 했다.
'위법한 수사를 진행한 검찰 집행부에 마땅한 책임을 물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부분에 대해서는 특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울산시장 선거 관련 하명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0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산하 자치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같은 날 청와대 고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강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국가보안시설인 청와대는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 불가능함에도 불구, 그동안 임의제출 방식으로 수사에 협조해왔는데 당시 검찰이 가져온 압수수색 영장은 그 대상이 특정되지 않아 임의제출 형식으로라도 협조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기자들에게 '압수 대상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청와대 측 주장에 대해 "법원에서 '압수할 장소 및 물건'을 적법하게 특정해 발부한 영장"이라며 "동일한 내용의 영장에 기초해 전날(9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정상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영장과 함께 상세 목록을 추가로 교부하여 자료 제출을 요청했음에도,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의 '압수할 물건' 범위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출받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이날 밝힌 청와대 측 입장 대해 재차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 측에서는 집행의 승인이나 거부에 대해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며 "압수수색 영장에서 예정하고 있는 대상 물건 중 필요최소한의 범위를 한정해 이를 적은 목록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16년 10월에도 같은 방법으로 필요한 자료 목록을 제시해 일부를 제출받은 사실이 있다"고도 설명했다. 당시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과 정호성 당시 부속비서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도한 바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