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역사상 최초 서양국가에 설치한 외교공관
구한말 자주외교 상징 평가…한미 우호관계 추정
박원순, 대한제국 시절 '이화손 묘터' 찾아 헌화도
美성공 한인 '미주한인위원회' 만나 의견 청취해

미국을 순방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오크 힐 묘지 내 '이화손'의 묘터를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일요서울ㅣ장휘경 기자] 미국 순방 마지막 도시인 워싱턴D.C.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오후 3시(현지시간) 구한말 자주외교의 상징적 공간인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방문했다.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은 워싱턴 D.C 백악관 북동쪽 로건 서클(Logan Circle)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1889년 2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서양국가에 설치된 외교공관이다. 16년 간 미 주재 대한제국 공사관으로 사용됐다. 대한제국이 외교적 지평을 확장하고자 했던 구한말 자주외교의 첫 시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10년 한일강제합병으로 일본공사가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을 단돈 5달러에 강탈해 바로 10달러에 미국인에게 매각했다. 이후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2012년 정부가 350만 달러를 들여 매입했다. 복원작업을 거쳐 2018년 5월22일 전시관 형태로 재개관됐다.

이날 방문에는 캐슬린 스티븐슨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이 동행했다. 이들은 한미 외교관계의 역사적 공간을 함께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스티븐슨 소장은 전 주한 미 대사를 역임한 인물로, 대표적인 친한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박 시장은 공사관을 둘러본 후 "1800년대 당시 대한제국 거의 마지막 순간 워싱턴에 번듯한 공관을 확보하고 독립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위기와 고난의 순간을 (공관을 통해) 우리가 기억하게 된다"며 "어려운 시기에 선조들의 헌신을 우리가 기억하고 좀 더 좋은 나라, 강력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한미간의 우호도 좀 더 강하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서울시 차원에서 주미 대한제국 공관 등과 같은 시설을 발굴하거나 보존할 의향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곳을 통해 나라가 독립을 잃어가던 그 순간에도 많은 애국지사들이 공관을 설치·운영하고 노력했던 흔적들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앞으로 세계에서 그 당시 흔적들을 잘 보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최초로 공군 전투기를 보유하고 훈련시켰던 (미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월로스 한인비행학교 등 조국의 독립을 위해 훈련을 했던 장소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며 "이런 곳들을 전부 시스템 혹은 하나의 여행코스로 확보하면 좋을 것이므로 (이를 위해) 앞으로 정부나 서울시도 함께 노력해야겠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공사관을 떠나기 전 방명록에 '기억(記億) 고난의 시대, 당신들의 헌신을 기억하며 더 좋은 나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 시장은 이어 조지타운에 위치한 오크 힐 묘지 내에 있는 이화손의 묘터를 방문해 참배했다. 이화손은 미국에서 태어난 우리나라 최초 외교관 자녀이자, 미 시민권 1호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올해가 이화손 사망 130주년이 되는 해로, 박 시장은 이를 기념해 시장 명의로 헌화했다. 

이화손의 묘터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 건물의 원래 주인이자 미 외교관이었던 세스 펠프스의 가족묘에 함께 묻혀있던 오래된 묘비에서 '니화손'이라는 한글 이름이 올해 5월 확인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화손은 구한말 주미 대한제국 제4대 공사였던 이채연과 부인 성주배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1890년 10월12일 미 현지에서 태어났지만, 습진 등 합병증으로 2개월 만에 사망했다. 당시 현지 신문은 이화손을 '미국에서 태어난 첫 조선인'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미 외교관 출신으로 미국에 한국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데 앞장섰던 펠프스 가족묘에서 이화손의 묘비가 발견됐다는 점에서 당시 대한제국과 미국의 우호관계가 깊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은 이화손 묘비석을 쓰다듬으며 "과거 어려운 시기에 우리 국민들에게 도움준 분들을 정부나 서울시 차원에서 발굴하고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주미 대한제국 공사 이채연의 활동과 기록, 스토리에 관한 특별전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연내에 한 번 여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1시 '미주한인위원회(CKA·Council of Korean Americans)'와 비공개 오찬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박 시장은 미국 내 한인사회의 애로사항 등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미주한인위원회는 미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한인 1.5세와 2세대 등 젊은 리더들을 중심으로 정치력 신장을 위해 지난 2010년 결성된 초당적 비영리단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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