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인 ‘배드 파더스(Bad Fathers)’ 관계자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창열)는 15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모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구씨는 2018년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엄마)들'이라는 제목으로 피해자 5명의 사진, 실명, 거주지, 직장 등이 포함된 글을 올려 이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1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구씨에 대해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 측은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의 행위에 '비방 목적'이 있는지를 두고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피해자들은 공인이 아닌 사인으로, 개인정보 공개로 침해되는 사익이 과도해 '비방 목적'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공개된 개인정보는 사인인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로, 공공성·사회성 갖춘 공적 관심 사안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양육비 청구 여부와 미지급 액수·기간 등을 불문하고 신상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 기준도 모호하고,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피해자들에게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의 사정을 확인하지 않은 채 운영자에 의해 신상 공개 기준이 결정됐다. 공적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개인이 온라인에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용인하면 법치주의 손상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구씨가 제보받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사이트 운영진에게 전달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공익적 목적으로 글을 올렸을 뿐 '비방 목적'이 없었다고 맞섰다.

변호인 측은 "구씨는 자원봉사 과정에서 양육자나 제보자, 사이트 운영자 등으로부터 어떤 대가도 수령하지 않았다"며 공익적 목적임을 강조했다.

이어 "양육비 부담 관련 법원 판결문 등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제보만 선별해 게시했고, 양육비가 지급되면 즉시 삭제했다"며 "정정 요청도 적극 수용했으며, 모욕적 표현 없이 100여 명에 이르는 미지급 기본 정보만 나열해 개별 피해자의 명예훼손은 경미하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최후진술에서 "양육비 피해 아동 100만명이 배고픈 고통에서 벗어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양육비 미지급자 정보를 공개해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바 없으며, 사이트에 주소나 사진 등 인적사항을 공개하면서 모욕적 표현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혼 가정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양육비를 지급 못 받는 사람들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주요 관심 사안이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적으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이혼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며 "인적사항을 공개한 것은 다수의 부모·자녀가 양육비로 고통받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양육비 지급 촉구한 것으로 주요 동기와 목적이 공공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사적 이익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비방 목적 있다고 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구씨와 함께 기소된 양육비 미지급 부모 관련 내용 제보자 전모씨에 대해서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전씨는 구씨에게 양육비 미지급 부모 관련 내용을 제보한 뒤 자신의 SNS에 '양육비 미지급하는 배드파더스에 미친X가 추가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링크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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