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이냐, 혁신이냐”…. 불매운동까지, 공정위 판단 주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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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0조 원 규모의 배달 앱 시장에 독점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업체 ‘배달의민족’(배민) 인수에 성공했다. DH는 국내 배달 2, 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 등을 소유하고 있다. 1, 2, 3위를 한 기업이 모두 가진 것이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이번 인수합병(M&B)으로 배달 앱 시장의 경쟁이 사라져 수수료 인상 등의 폐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움직임도 보인다. 업계는 이달 말 결론 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배민 관련 M&B 기업 결합 심사 결과를 주목한다.

자영업자들 “시장 독점에 폐해 커질 것”
배민 측 “쿠팡과 비슷한 배달 앱 신산업”

배달의민족(배민)이 외국 기업에 인수합병 됐다. 국내 배달 앱 1위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12월 독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7000억 원에 배민의 지분 87%를 매각하는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구조는 외부 투자자가 87%, 김봉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지분이 13%다. 이 가운데 김 대표의 지분율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전·현직 대표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인수합병으로 적어도 수천억 원을 손에 쥐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한 지 10년 만이다. 앞으로 김봉진 대표는 우아한형제들과 DH가 글로벌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신설 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미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를 소유하고 있는 DH는 이번 배민 인수로 국내 상위 5개 배달 앱 업체 중 쿠팡이츠(4위)를 제외한 4개를 확보하게 됐다.
현재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배민 55.7%, 요기요 33.5%, 배달통 10.8% 순이다. M&A가 성사된다면 DH가 사실상 국내 배달 앱 시장 점유율 100%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

 
4조7천억 원에 넘어간 배달의민족 
 
M&A 발표를 두고 배달 앱에 의존하는 프랜차이즈 점주, 영세 자영업자들은 즉각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배달 앱 시장의 건전한 업체 간 경쟁이 사라지면 자영업 소상공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사라질 것이고 합병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수수료 인상 등의 시장잠식과 독점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서울시티클럽에서 열린 ‘2020 소상공인연합회 신년하례식’에서 “배달의민족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니콘 기업 하나에 수많은 소상공인이 희생되는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쓴소리를 했다.

최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최근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다는 점을 들어 독과점 문제와 수수료 인상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배달의민족 합병 과정에서 소상공인의 피해를 방지하고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합병에 따라 배달 앱 시장이 독점되면 여러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료 인상, 할인정책 축소, 배달수수료 인상 등 경쟁 제한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결국 소비자와 가맹점주, 배달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번 합병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예상되는 부작용을 공정위원회가 결합 심사에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그동안 ‘민족 기업’으로 마케팅을 해 왔던 배민이 외국 기업에 국내 시장을 내줬다며 ‘게르만 민족’이라고 배신감을 토로한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불매 운동 행동요령’ 등을 공유하며 이번 M&A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기업결합심사 대응 만전…행태적 조건에 주목
 
‘칼자루’는 공정위가 쥐고 있다. 쟁점은 공정위가 시장의 기준을 어디로 놓고 볼 것인가이다.

공정위는 요기요-배달의 민족 인수합병 심사에는 지난해 개정된 새로운 기업결합 심사기준이 적용되는 만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배달 앱 분야는 혁신산업에 속하는데 심사 때 시장점유율과 더불어 R&D 비용 지출 규모, 혁신활동에 특화된 자산·역량 수준, 특허출원 횟수 등을 고려해 시장집중도를 산정하도록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의견을 아꼈다.

반면 DH와 우아한형제들은 이번 M&A가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진출 계획 등이 병행되는 거래인만큼 국내 경쟁 제한성이 크지 않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알려졌듯 양측은 싱가포르에 조인트벤처(JV) 우아DH아시아 설립을 앞뒀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신설법인 우아DH아시아의 회장을 맡기로 해 그간 국내에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며 쌓은 네트워크와 비결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배민 측은 이미 배달 서비스에 진출한 쿠팡 이츠 등을 언급하면서 모바일 앱 시장이 아닌 배달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독점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수수료 인상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김 대표가 직접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배달 앱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자들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으며 신사업을 개척한 배민이 글로벌로 사업을 확장하고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공정위에 접수된 배민 건은 이르면 이달 말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 심사 기간은 30~9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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