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21대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시한이 1월16일이었다. 이후 본지가 파악한 청와대 출신 인사들 중에서 총선 출마 인사들만 최소 60여명에서 80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공직자 사퇴시한 기준 1년 전에 청와대를 나와서 지역구를 누빈 인사들은 절반도 안 되고 대다수가 그 안에 출마 채비를 위해 청와대를 나와 사실상 지역구 관리를 못한 인사들이 상당수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경선을 위한 권리당원 모집시한이 작년 7월30일 마감한 상황이기에 그 이후 청와대를 나온 인사들은 현역 의원이나 기존 후보자들에 비해 권리당원 모집도 제대로 하지 않아 경선 통과 역시 쉽지 않은 처지다. 또한 이해찬 대표는 원칙적으로 ‘경선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출마의사를 굳히질 않았다. 공직시한에 임박해 사퇴한 대표적인 인사들은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유송화 전 춘추관장 등이다. 

이들은 당 경선과 지역 내 인지도 면에서 현역과 기존 후보들에 비해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출마하는 것은 든든한 청와대 뒷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고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묻지마식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가 개각 인사를 현역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채우면서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는 명분도 축적된 상황이다. 

한마디로 당에서 인위적으로 하지 못한 물갈이를 입각을 통해 자연스럽게 청와대가 인적쇄신 효과를 만들어줬다는 점에서 공천 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실장과 고민정 전 대변인이 대표적이다. 두 인사는 각각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과 김현미·유은혜 국토·교육부장관 지역구에 전략공천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도 이어받고 경선도 안할 수 있어 사실상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다. 

문제는 해당 지역에는 민주당 후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짧게는 1년 전부터 길게는 4년 동안 지역구를 다진 토박이 인사들이 당과 청와대의 암묵적 동의로 이뤄진 전략공천에 희생량이 될 공산이 높다. 당·청은 당연한 이들의 경선요구에도 불구하고 유력 경쟁자와 여론조사나 당 분열 그리고 보은성 자리를 매개로 주저앉힐 공산이 높다. 

그러나 그 과정에 2014년 7월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허동준 후보가 기동민 전략공천에 반발해 국회 기자회견장 난입 사건이 재현될 수 있다. 이 사건 이후 범야권 단일화 효과가 감소해 나경원 한국당 의원이 당선된 바 있다. 여권에서는, 그때는 야당시절이었고 지금은 집권여당으로서 출마를 못해도 갈 수 있는 자리가 있어 반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제3자 입장에서 ‘강 건너 불구경 식’ 발언이다. 당·청 발 낙하산 인사가 한 둘일 경우에 가능한 얘기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와대에서 내려온 인사가 소대급 이상으로 60여 명이 넘는다. 그만큼 비주류에 백이 없는 민주당 후보들은 공천경쟁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자리를 넘겨줘야 한다. 그렇다고 당.청이 이들을 다 챙길 수도 없다. 자칫 공천 포기하는 대가로 자리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질 공산이 높다.

결국 청와대 발 무더기 낙하산 공천은 자칫 당 분열을 초래해 대통령 지지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작금의 집권여당 상황이 호재를 맞고 있든 듯 보이지만 조국사태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정권관련 수사 유야무야로 ‘너무한다’ 비토세력도 증가하고 있다. 이럴 경우 침묵하는 합리적 다수의 유권자들은 청와대 출신 출마자들에 대한 ‘핀셋 응징’이 벌어질 수 있다. 청와대 발 무더기 낙하산식 전략 공천을 삼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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