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장관 취임 후 ’검사내전’ 저자 김웅 검사 등 7명 사직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웅하는 김웅 교수(뒷줄 왼쪽 두 번째)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웅하는 김웅 교수(뒷줄 왼쪽 두 번째) [뉴시스]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한 뒤 검찰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 정권을 수사하던 윤석열 사단을 사실상 해체시킨 데 이어 66년 만에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 등 2건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된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 확보로 수사 재량권이 대폭 늘어나는 반면 검찰은 수사지휘권 폐지로 권한이 축소됐다. 검·경의 관계가 ‘수직적’이었던 기존 형태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 취임 후 사직서를 제출한 검사는 무려 7명에 달한다.

김웅 검사 사직 글에는 600개 넘는 호응 댓글
靑 “개혁 동참하는 검사들도 있을 것”

지난 14일 2018년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의 저자이자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근무하며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49·사법연수원 29기)가 사의를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통과 하루만이다. 김 교수는 이날 검찰 내부망 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아미스타드, 노예 무역선이다. 1839년 팔려가던 아프리카인들은 반란을 일으켜 아미스타드 호를 접수한다.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범선을 운항할 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백인에게 키를 맡긴다. 키를 잡은 선원들은 아프리카로 가겠다고 속여 노예제가 남아있던 미국으로 아미스타드 호를 몰고 간다”며 “국민에게는 검찰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고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권 조정안이라는 것이 만들어질 때, 그 법안이 만들어질 때, 패스트 트랙에 오를 때, 국회를 통과할 때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었느냐. 국민은 어떤 설명을 들었느냐”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또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이게 왜 고향이 아니라 북쪽을 향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었다”라면서 “의문과 질문은 개혁 저항으로만 취급됐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라고 강조한 김 교수는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라며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 이른바 3불법”이라고 설명했다.

檢, 김웅 교수 글에 ‘들썩’…역대 최다 댓글

그는 “서민은 더 서럽게, 돈은 더 강하게, 수사기관은 더 무소불위로 만드는 이런 법안들은 왜 세상에 출몰하게 된 것일까”라면서 “혹시 정보경찰의 권력 확대 야욕과 선거에서 경찰의 충성을 맞거래 했기 때문은 아니냐. 결국 목적은 권력 확대와 집권 연장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경찰 개혁에 대해서는 “사기죄 전문 검사인 제가 보기에 그것은 말짱 사기”라면서 “재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뭐했느냐. 해질녘 다 돼 책가방 찾는 시늉을 한다면 그것은 처음부터 학교 갈 생각이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국민을 속이는 오만함과 후안무치에 경탄하는 바, 같은 검사가 같은 방식으로 수사하더라도 수사 대상자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 검찰개혁 내용도 달라지는 것인가”라면서 “수사 대상자에 따라 검찰개혁이 미치광이 쟁기질하듯 바뀌는 기적 같은 일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이어 “평생 명랑한 생활형 검사로 살아온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면서 “경찰이나 검찰이나 늘 통제되고 분리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비루하고 나약하지만 그래도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혹자가 대중 앞에서 정의로운 검사 행세를 할 때도 저는 책상 위의 기록이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권세에는 비딱했지만 약한 사람들의 목소리에는 혼과 정성을 바쳤다. 그래서 제 검사 인생을 지켜보셨다면 제 진심이 이해되리라 생각한다”라며 “저는 기쁜 마음으로 떠난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워 국민의 훈장을 받은 이때, 자부심을 품고 떠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글을 맺었다.
김 교수의 글은 검찰을 뒤흔들었다. 지난 16일 오후를 기준으로 김 교수의 글에 달린 댓글은 봉욱 전 대검 차장 사직 글 당시 달렸던 616개를 넘어섰다. 역대 최다 기록이다. 전체 검사 2150여 명 중 내부 게시판 이용이 불가능한 파견 검사 등을 제외하고 3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이 공개적으로 동의를 표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검사장급 이상 사직 글에는 댓글 300개 정도가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검찰 내부의 분위기가 그만큼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인사 학살’ 수준으로 평가받는 법무부의 ‘윤석열 사단’ 해체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검사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검사는 중앙일보에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2차 인사를 앞두고 중간 간부급 검사들이 해야 할 말을 용기 있게 했다는 분위기다. 의도가 뻔한 인사 불이익과 법무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침통해하는 검사들이 많다”면서 “설 연휴 전 2차 인사 학살이 일어나면 일선 검사들까지 들고 있어날 수도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靑 “국민 요구 높았던 안건”

검사들의 불만에도 청와대는 “법 통과가 개혁의 일부라고 판단해 검찰개혁에 동참하는 검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사들이) 사표 제출한 부분을 청와대가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민 요구가 높았던 안건이다. 그래서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가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 대해 반대하는 검사들도 많이 있을 것”이라며 “권한이 경찰로 넘어가는 데 대한 반대 의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1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저희가 알고 있기로는 검찰이 이번에 일련의 과정 속에서 그렇게 크게 반발을 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법무부는 중간간부 인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이프로스에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급 18자리를 포함한 20여 자리에 대해 지난 16일까지 공모한다고 공지했다. 공모안에 따르면 이번 중간간부 인사는 통상적인 정기인사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추 장관이 속도 조절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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