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 해킹해 ‘판매 게시물’ 올린 뒤 사기에 이용

A씨와 B씨의 카카오톡 채팅
A씨와 B씨의 카카오톡 채팅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국내 최대 중고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 여전히 사기가 횡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반인의 ID 수십 개를 해킹해 연락처까지 임의로 변경하는 등 사기 수법이 날로 치밀해져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 12일, 카메라 관련 물품을 구매하려던 A씨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원하던 매물이 저렴하게 나온 것을 발견했다. 시세보다 20~30만 원가량 싼 가격을 본 그는 곧바로 카페 내 ‘문자 전송’ 기능을 통해 판매자에게 연락했다. 곧장 답장이 온 판매자는 춘천에 거주한다고 밝혔고, 거리가 있었던 탓에 A씨는 택배 거래를 선택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기에 다소 걱정되긴 했지만 친절히 설명해주는 판매자를 믿기로 했다.


그러나 이 믿음이 화근이었다. A씨가 돈을 입금하자 판매자는 그대로 잠적했다. 전화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 연락할 수 있는 창구는 모두 차단됐다. 그제서야 사기를 당했음을 짐작한 A씨는 같은 판매자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단체 채팅방을 검색해 입장했다. 단체 채팅방에는 A씨를 포함해 모두 9명의 피해자가 있었다. 피해 금액은 1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눈에 띄는 점은 판매자가 사용한 ID의 주인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A씨가 수소문 끝에 연락한 ID의 원래 주인 B씨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 비밀번호 바꾼 지 4달도 안 됐다”며 놀라워했다. 곧바로 아이디를 확인한 B씨는 “핸드폰 번호도 바뀌어 있다”면서 “내 핸드폰 번호가 아닌데 어떻게 등록이 된 거냐”고 의문을 드러냈다.


피해자들은 모두 같은 수법에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이 과거처럼 인증이 불가능한 ‘유령 계정’이 아닌 실제 소유주가 존재하는 ID로 사기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ID 도용과 관련된 경찰 수사 확대와 함께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 등의 인증절차 강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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