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법무부가 지난 13일 저녁 전국 검찰청의 직접 수사 담당 부서 13곳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직제 개편안을 기습 발표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를 두고 전직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법조인들이 이에 대한 반발 성명을 발표했다.

전 대한변협회장 5명을 포함한 변호사 130명은 이날 법무부가 강행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해 "법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긴급 발표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변호사 130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교체된 것은 수사 방해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현 정권이 작금의 수사방해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대한변협 회장을 역임한 김현·신영무·천기흥·하창우·함정호 변호사가 함께 했다. 이헌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문효남·정진규 전 고검장과 강경필·이명재·조희진 전 검사장, 최혜리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변호사 130인은 또한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이번처럼 노골적인 검찰 인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며 "이번 검찰 인사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쁜 선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인사권은 대통령 개인이나 특정 정치 세력의 것이 아니다. 국민이 준 권력"이라며 "당연히 엄정하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하고, 또 그렇게 보여야 한다.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인사권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는 것이자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사 130인은 검찰 직접 수사부서 13곳을 형사·공판부로 바꾸는 등 폐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숨겨야 하는 진실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처럼 강압적인 수사 방해를 시도하는 것인가"라면서 "현 정권의 수사 방해 시도가 강압적일수록 국민은 더욱 더 의혹이 중대하고 치명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들은 "진실은 영원하고 권력은 유한하다. 일시적으로 진실을 은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면서 "역사를 보더라도 진실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 현 정권이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더욱 더 큰 역사적 단죄와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상견례를 위해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상견례를 위해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다음은 '대힌민국 법치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변호사 130인'의 성명서 전문이다.
 

<권력은 법치 유린 행위를 중단하라!>

우리는 1.8 검찰인사를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교체된 것은 수사 방해 의도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조국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검찰 인사야말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쁜 선례이다. 과거 군사정권에서도 이번처럼 노골적인 검찰 인사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다음 정권에서도 인사권을 운운하며 권력형 비리 수사를 무마시켜 버릴 수 있는 최악의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대통령 개인이나 특정 정치 세력의 것이 아니다. 국민이 준 권력이다. 당연히 엄정하고 공정하게 행사돼야 하고, 또 그렇게 보여야 한다.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인사권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에 반하는 것이자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더욱 참담한 것은 검찰 인사도 모자라 직접 수사 부서 13곳을 형사·공판부로 바꾸는 직제개편안이 기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부패수사부 2곳은 조국 전 장관 가족비리, 삼성물산·제일모직 인수·합병 의혹을 수사해 왔고, 공공수사부는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중이다. 조세범죄조사부도 조 전 장관 측 사모펀드와 관련된 상상인그룹 수사를 맡고 있다. 폐지 대상인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신라젠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을 수사중이다. 이들 부서가 사라지면 국민적 의혹이 큰 사건의 수사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숨겨야 하는 진실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처럼 강압적인 수사방해를 시도하는 것인가. 현 정권의 수사방해 시도가 강압적일수록, 국민들은 더욱더 의혹이 중대하고 치명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진실은 영원하고 권력은 유한하다. 일시적으로 진실을 은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 역사를 보더라도 진실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현 정권이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계속한다면 더욱더 큰 역사적 단죄와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현 정권이 작금의 수사방해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더 이상 법치주의가 유린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번 성명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분연히 궐기하여 법치주의 수호에 나설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실현해야 하는 변호사들의 사명이라고 믿는다.

2020년 1월 17일.

<대한민국 법치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변호사 130인>

강경필 강구현 강기원 강문원 강홍구 고영일 구주와 구충서 권오용 권오현 권우현 김국진 김동찬 김동현 김명준 김민호 김병철 김부식 김서현 김선호 김순평 김영호 김용호 김윤상 김익환 김재련 김정태 김주복 김중기 김진오 김태욱 김 현 김희태 도기화 류승언 문효남 민경식 민경현 민홍기 박서영 박승진 박주현 박춘희 배동천 배수영 배진덕 송수현 신영무 안지훈 양 웅 양윤숙 오승민 오용운 우승아 이광복 이광수 이 담 이명숙 이명재 이문재 이 민 이민호 이석화 이성희 이세원 이순호 이은경 이재원 이정기 이종엽 이진우 이진홍 이 헌 이호일 이흥락 장영진 전세준 전 왕 전정하 전주혜 정선미 정수경 정익우 정재천 정지원 정진규 정호산 정회석 제갈복성 조대환 조동식 조상규 조성극 조정환 조준완 조지영 조철기 조희진 주재현 진광엽 진 웅 천기홍 천효재 최거훈 최 건 최승진 최연택 최영기 최우석 최원영 최윤선 최재원 최재호 최종모 최진녕 최하나 최혜리 최혜진 하광룡 하만영 하창우 한경태 함정호 허 명 허원록 허중혁 현지훈 홍세욱 황봉환 황은영.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들어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남부준법지원센터로 들어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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