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호 위원장
강창호 위원장

지난해 12월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1호기에 대한 영구정지 안건을 의결하여 멀쩡한 월성1호기 생매장을 승인하였다.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 결과에 대하여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시급하지 않은 사안을 서둘러 처리했다. 원안위는 탈원전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사람들만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 것이다. 그러나 그 선물의 실상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폭탄이다.

월성1호기는 계속운전을 위해 한수원이 7천억원을 투자해 설비개선을 완료한 원전으로서 2017년 5월에 두달 간의 예방정비를 위해 정지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2017년 6월에 월성1호기를 가능한 빨리 조기폐쇄하겠다고 발언한 후, 한수원은 월성1호기를 재가동하지 못한 채 1년 넘게 세워두었다. 그 후 2018년 6월 정부여당의 지방선거 압승 소식이 있자, 한수원은 긴급이사회를 열어서 경제성이 나쁘다는 사유를 들어 월성1호기 영구폐쇄안건을 의결했다.

한수원은 향후 2022년까지 월성1호기를 계속 운전할 경우에 대한 경제성평가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경영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경제성평가 세부내용의 공개를 거부하였었다. 경제성평가 보고서의 원가가 공개되면 원전 수출에 불이익을 준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월성1호기는 캐나다에서 수입한 중수로 원전이라 설득력이 없었다. 결국 진실 규명을 위한 야당의 노력으로 국정감사과정에서 중요 내용이 일부 공개되었고, 역시나 평가방법에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가 있음이 확인되었다.

첫째, 한수원은 향후 원자력 전기판매단가가 2022년에 48.78원/kWh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니 즉시 폐쇄함이 이득이라는 해괴한 결론을 도출했다. 상식적인 회사라면 미래의 어떤 시점에 판매단가가 손익분기점 이하로 하락할 거라 전망된다 하더라도 그 시점까지는 운영을 계속해서 가능한 투자비를 회수하려 한다. 하지만 한수원은 판매단가가 손익분기점까지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 없었기에 손익분기점이 되는 판매단가를 분석하지 않았다. 

원전의 2018년 전기판매단가는 62.1원/kWh으로서 보고서에서 예상했던 56원보다 높았다.  더욱이 2016년 발전원가는 54원/kWh 이었고 탈원전 기조에 따라 향후 안전기준이 강화되면 원가는 이보다 더 비싸질 것이 예상된다. 판매단가를 발전원가보다 낮을 거라고 전망한 것이다. 이렇다면 세상의 모든 발전설비는 적자이다. 말이 전혀 안 되는 모순이다.

둘째, 한수원은 대선공약 눈치 때문에 월성1호기를 2017년 5월부터 1년 넘게 정지시켜 놓고서, 이용률이 안 좋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당초 계획에 없던 설비 설치 등을 한다고 예방정비가 1년 이상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동일한 설비를 설치한 월성2호기는 2018년 5월에 2개월만 예방정비를 마치고 재가동했다. 상식적인 회사라면 같은 작업임에도 경우에 따라 2개월 만에 완료할 수도 있고, 때로는 1년 이상 소요되지는 않는다. 정말 그렇다면 그건 설비 탓이 아닌 공정관리의 문제이다. 실제로는 재가동을 원치 않는 정부 눈치보기 때문이었다.

셋째,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보고서에서 월성1호기를 조기 폐쇄하면 월성1호기 운영 인력의 절반은 감축하니 비용 절감이 가능해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전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영구정지 승인 전까지는 업무내용과 인원을 한수원 마음대로 줄일 수 없다. 한수원에게 묻고 싶다. 정말로 월성1호기 조기폐쇄 후에 인건비가 절반으로 줄었는지? 

아울러, 한전과 한수원은 연결 재무제표를 사용하므로 한수원의 손실은 한전의 재무제표에 함께 계상된다. 더욱이 한수원이 받는 전기판매단가는 한전과 한수원의 재무 여건에 따라 정책적으로 조정된다. 두 회사가 경제공동체라면 한수원이 한전을 상대로 전기판매단가에 따라 이득을 남기는지 여부는 경제성평가 기준이 되지 않는다. 이 경우 경제성평가의 기준은 한전그룹 전체 입장에서, 또는 국민 경제 입장에서 전기원가에 미치는 영향이 된다.

한전이 발표한 2018년 기준 전기 구입원가는 113원/kWh이다. 월성1호기는 발전원가가 60원선으로 훨씬 저렴하다.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일년에 약 50억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인접도시인 대구시 전력소비량의 약 30% 수준에 달하며 온실가스 미세먼지 발생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유익한 월성1호기를 생매장하였다. 누가 멀쩡한 월성1호기를 생매장했을까?  

최근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다는 소식이 파다하다. 관계되는 기관은 산업부, 한수원, 회계법인이다. 모두 월성1호기 생매장을 위해 삽을 한 자루씩 쥐고 있었던 기관들이다. 그런데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내서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한수원 사장은 회계법인이 의견을 구해 설명을 해줬을 뿐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그럼 회계법인이 독박을 써야 할까? 아니다 회계법인은 최종보고서 글머리에 자신들은 자료의 검증절차 없이 주문한대로 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겨 일치감치 퇴로를 확보해 놨다.

현명한 국민들은 ‘왜? 그리고 누가? 월성1호기 생매장 하였는지’ 답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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