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지난 16일 여론조사 결과가 깜짝 발표됐다.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펼친다는 것이다. 새보수당과 합치면 민주당을 앞서는 수치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당은 한껏 고무됐다. 황교안 대표는 추임 후 한 자리에 머물던 지지율이 30%대까지 올랐다고 기염을 토했다. 나아가 총선 과반 확보를 자신하기도 했다.

한국당 지지율 탓인가. 보수통합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있다. 중도·보수 대통합을 표방한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추)는 출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위원 사퇴와 계파별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참여 정당으로부터 딱히 위임받은 권한도 없어 논의만 무성하다. 전망도 밝지 않다. 벌써부터 상징성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새보수당은 한국당에 ‘당대당’ 통합기구를 제안했다. 신속한 통합추진을 위해 별도의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당이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 새보수당과 혁통추가 정면 충돌했다. 통합주도권을 서로 갖겠다는 것이다. 새보수당은 한술 더 떠 혁통추에서 철수했다. 또 박형준 혁통추 위원장 사퇴도 요구했다. 중대결단도 시사했다.

총선까지는 80여 일 남았다. 한국당은 여전히 느긋하다. 혁통추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아니다. 새보수당 제안에 대해서도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은 독자적으로 총선준비를 가속화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공천관리위원장에 낙점한 것이다. 통합 이후 결정하자는 당 안팎의 요구를 일축했다.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한국당의 낙관론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당 지지율은 22%에 그쳤다. 반면 민주당은 39%에 달했다. 통합의 한 축인 새보수당은 3%를 나타냈다. ‘총선투표 의향 비례대표 정당’에서도 한국당은 24%에 불과했다. 12월 1주 여론조사보다 되레 떨어졌다. 차기 선호도에서도 황 대표는 9%를 획득 이낙연(2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이하 여론조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은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40% 전후로 두 기관 모두 비슷하다. 문 대통령 국정평가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한국당 지지율은 차이가 있다. 한국갤럽에선 20% 초중반, 리얼미터에선 30% 초중반을 나타냈다.

여론조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계량화한 것이다. 답변 회피, 무응답, 생각과 다른 응답을 파악할 수는 없다. 데이터처럼 보일 뿐이지 실제 데이터는 아니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맥락과 흐름을 중심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생각이 더 중요하다. 한국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리얼미터 결과를 취사선택해 수용하는 것은 바람지하지 않다.

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아직도 싸늘하다. 핵심 정책·이념 좌표·사람들… 모든 게 과거와 그대로인데 개선될 까닭이 있겠는가. 다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 실정 반사효과로 좋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는 임시적이고 일시적이다. 보수통합은 총선 선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 취해 ‘마이웨이’를 외치다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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