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밥상머리 민심을 앞둔 정치의 계절! 
 

신용한 교수
신용한 교수

주도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선거법과 공수처법을 원하는 대로 처리한 여세를 몰아 연일 인재영입 퍼레이드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를 놓고 “참여를 하니 안 하니, 위원을 물러나라, 당대당 협상을 하자.” 등 전략·전술적인 기세 싸움이 한창이다. 그러나 설 연휴 직전의 숨가쁜 움직임 가운데 단연 백미(白眉)는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이다.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에 윤여준 전 장관은 “마라톤은 혼자 뛰는 것이고, 민주 정치는 협업이다. 마라톤이 잘 맞으면 혼자 하는 일을 하라.”라고 일갈했지만, 김종인 전 대표의 “지금이 제3 정치세력 출현의 적기”라는 발언에 빗대 두 사람 간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예견하는 언론도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을 가장 반기는 측은 범보수 진영인 듯하다. 안철수 전 대표의 귀국 이후 행보에 관해 범보수 진영 합류냐, 바른미래당으로의 복귀냐, 신당 창당이냐 등 각종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과연 그의 선택지는 무엇에서 결판날까?

마케팅에서는 ‘유행의 주기’를 아주 짧은 순간 형성된 ‘일시적 유행(fad)’부터 ‘마이크로 트렌드’를 지나 일정하게 자리 잡은 ‘트렌드’,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광범위하게 자리잡은 ‘메가 트렌드’로 발전하여 마침내 생활과 관념 속에 완전히 정착하는 ‘컬쳐’ 단계까지 트렌드의 정착단계를 구분한다. 

2012년, 안철수 전 대표가 미래와 정치개혁을 내걸고 정계에 입문한 이후 소위 ‘안철수 현상’으로 대변되는 ‘제3 정치세력’에 대한 열망이 몇 차례 있었다. 이러한 ‘제3 정치세력’에 대한 열망은 과연 짧은 순간 지나치는 패드(fad)에 그치는 걸까, 아니면 계속해서 이어지는 ‘컬처’로 자리잡게 될까?

시대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우리가 정답을 내리긴 어렵겠지만 최소한 그 단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은 있다. 여론조사에 비추어 보면 대체로 범진보 세력이 35~45%, 범보수 세력이 25~35%선인 듯하고 나머지 중도층이나 무당층이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40%에 이르는 듯 보인다. 

물론,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중도층이나 무당층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대체로 그 추세는 이어지고 있고 ‘조국 사태’ 이후 극단적인 분열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이 급격히 늘기도 했다. 즉, 숫자의 증감은 있지만 일정 규모의 중도층이나 무당층은 꾸준하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물론, ‘안철수 현상’의 주인공인 안철수만이 잡을 수 있는 집합체가 아닌 그 누구라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지도자가 나타나면 잡을 수 있는 허상일 뿐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실상이고 세력이다.

화장품이나 운동화 등 포화상태에 이른 소비재 시장의 성공 사례로 곧잘 인용되는 ‘올리브영’이나 ‘ABC마트’ 등 사례를 보면, 특정 브랜드가 30% 이상을 장악한 가운데 직영점과 아웃렛을 곳곳에 두고 무한전쟁을 펼치고 있는 시장에서 여러 브랜드를 한 곳에서 비교·평가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초적인 본능을 자극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소위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들이다. 

기득권 논리에 막혀 잘 변하지 않는 정치 시장으로 돌아오면, 단순한 틈새 정도를 지나 지속적이고 실상으로 존재하는 중도층 집합체를 묶어 ‘제3 정치세력’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킬러’로 만드는 시대의 리더가 있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귀국 전 “나는 바이러스 잡을 팔자, 이젠 낡은 정치 잡는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언급하였다. 이미 36세에 경제산업부 장관을 거치면서 실용과 중도의 정확한 시대정신을 읽고 새로운 ‘카테고리 킬러’를 창조하여 세계적인 ‘컬처’로 정착시킨 마크롱!  ‘안철수 현상’을 짧은 유행의 ‘패드’로 만들 것이냐, ‘카테고리 킬러’를 창출하여 가슴 속에 안착하는 ‘컬처’로 만들 것이냐는 온전히 시장 논리를 아는 안철수 전 대표 스스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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