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 취재] 검·경 수사권 조정안 후폭풍 “개혁이라더니 경찰공화국이냐”
[밀착 취재] 검·경 수사권 조정안 후폭풍 “개혁이라더니 경찰공화국이냐”
  • 조주형 기자
  • 입력 2020-01-17 18:07
  • 승인 2020.01.17 20:20
  • 호수 1342
  • 1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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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균제와 균형의 원리가 실종됐다”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대표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됐다. 핵심 내용은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고, 수사 종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검·경 모두 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수 있었으나 수사를 지휘하고 종결하는 권한은 검찰만이 행사할 수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검찰 개혁’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검찰 힘빼기’라며 연일 혹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상견례를 마친후 청사를 나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상견례를 마친후 청사를 나서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버닝썬 폭행, 청와대 하명수사, 드루킹 댓글 조작…“무소불위 경찰”

문재인 대통령은 자서전 등을 통해 “우리나라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없이 많은 권한을 다 갖고 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의해 정치적 목적의 수사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허망한 일이 또 있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검찰관(檢察觀)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발언이다.

또한 TV조선에 따르면 지난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약 두 달간 당시 문 후보의 발언을 분석한 결과 최다 키워드는 ‘촛불’로 409번, ‘혁명’은 97번씩이나 언급됐다. 특히 검찰은 대청소(28번) 대상으로 규정됐다. 바로 ‘문재인의 검찰 개혁’이 무엇인지 대략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채이배 의원 등 11인)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백혜련 의원 등 19인)이 국회에 등장했다. 국회는 지난 13일 오후 7시58분 경 제1야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대표되는 두 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등에 따르면 경찰이 1차 수사권을 부여받는 것과 불기소 사건에 대한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다는 게 핵심이다. 그래서 이번에 바뀐 경찰 1차 수사권과 종결권에 대해 알아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에 대해 찬성 버튼을 누르고 있다.[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5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 수정안에 대해 찬성 버튼을 누르고 있다.[뉴시스]

 

경찰, 1차 수사 및 종결권…견제 안 돼

검·경 수사권 조정안으로 대표되는 두 법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지난 14일 배승희 변호사를 찾았다. 배 변호사는 이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견제 기능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견제가 없기 때문에 경찰이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는 셈이 되는데, 그 이유는 불기소 사건의 경우 검찰로부터 수사 받을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사건 당사자가 경찰에서 불기소 처리될 경우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기다려야 했으나 이번 법률 개정 등으로 경찰에서 처분 받고 끝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수사 받는 입장이 기존 과정보다 편해진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는 이를 두고 오히려 ‘조화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형사 사건의 피해자가 고소할 경우 경찰 수사 단계에서 로비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1차 수사 종결권이 연동돼 더 이상 구제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헌(現 혁신통합추진위원회 법률지원단장) 대한법률구조공단 전 이사장 또한 배 변호사의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같은 공감을 표명했다. 이 전 이사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에게 “경찰의 1차 수사권에 따른 수사 종결권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인데, 대표적으로 봐주기 수사, 부실 수사가 됐을 경우 이에 대한 대응 절차가 완전히 증발한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전 이사장은 “기존 수사 과정에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 인권 탄압 발생 시 검찰이 이를 감독하고 수사 지휘하면서 적발하기도 하고, 경찰의 수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법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며 최종 종결하는 과정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검찰의 역할이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경찰의 1차 수사에 이은 종결 과정에서 검찰의 견제가 없어 문제가 부실 수사로 이어져도 이를 막을 대책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최근의 일례로 ‘버닝썬 클럽 폭행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검사 선서. [뉴시스]
검사 선서. [뉴시스]


초대형 부실 수사…믿을 수 있겠나

버닝썬 사건은 지난 2018년 11월, 김 씨가 클럽 버닝썬에서 관계자들로부터 폭행 당한 후 연행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추가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유흥업소 유착설에 휘말린 경찰은 클럽 내 마약 및 성범죄가 드러나며 결국 부실수사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게다가 경찰은 그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 또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까지 더해진 상태다. 선거를 앞두고 청와대로 전달됐다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리 의혹 문건 등이 경찰 수사의 단초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역시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민주당을 향한 악성 댓글을 조작하다 덜미를 잡혔지만, 경찰이 사건의 중심에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관련 내용을 고의 누락한 것 아니냐는 수사 은폐 의혹까지 제기됐다.

경찰의 이 같은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 이 전 이사장은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만 하더라도, 이미 우리 모두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 사건들은 모두 유착관계, 권력과 돈의 유착에서 항상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그런 불신을 수사 시작 단계부터 차단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 선행돼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전 이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경찰에 1차 수사권 주고 수사 종결권까지 부여한다면 위와 같은 사건에 대한 결과가 나왔을 때 뒤집기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면서 “심지어 이 같은 지적은 형사소송법학회 등 학계에서 마저 제기됐던 문제”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배 변호사 역시 “모든 형사 사건의 경우 경찰이 한 번에 수사를 종결하면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아 범죄 소명의 기회 자체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특정 사건을 불기소 하는 경우 검찰이 법리에 따라 지휘하게 되면 결론에서부터 차이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경찰은 검찰보다 법적 전문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개정안 등에는 수사권을 두고 검찰이 경찰에 시정 조치 등을 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거부하면 통제 대책이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 변호사는 또한 검청찰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제시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에 대해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점차 많은 유형과 형태의 범죄들이 생기는데 일부만 특정해 구분한다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며 “수사 자체가 광범위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해가고 있는데 당초 사건 유형을 나누게 되면 복합적인 상황을 인지하기에 앞서 처리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 인지된 범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어려울 수 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배 변호사와 이 전 이사장은 수사 절차 등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강조했다. 특히 치안권의 경우, 국민의 권리와 기본권 보장과 직접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심도 깊은 논의와 검토를 거치더라도 계속 보완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 변호사와 이 전 이사장은 “권력이나 수사 기관 모두 서로 견제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해치지 않도록 만드는 핵심이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상견례를 위해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상견례를 위해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조주형 기자 chamsae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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