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 가입… 연이은 해외 수주에 호조

[대림 홈페이지 캡처]
[대림산업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올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이번 호는 최고의 교량 기술로 세계시장에서 이름을 알리는 대림산업에 대해 알아본다.

 브루나이 최대 규모 템부롱 대교 준공…중국과 경쟁 끝에 최종 수주

 미국 석유회사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부… 6200억 원 인수 결정

대림산업이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2019년 연결 기준 매출 9조7000억 원, 영업이익 1조43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는 올해 역시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려개발 편입 효과와 함께 미국 크레이튼(Kraton)사의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프로젝트 공정 본격화에 따른 본사 플랜트와 해외법인 매출 증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대림산업은 주택 부문에서 매출 감소가 있었지만, 주요 해외법인(사우디·터키)과 연결자회사인 삼호와 대림에너지의 실적 개선이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대림산업의 분양 가구수는 약 2만4000가구로 2018년 1만5000가구보다 59%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자회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은 1만 가구 규모 분양을 기록했다.

대림산업은 최고의 교량 기술로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11월 대림산업은 브루나이 최대 규모의 템부롱(Temburong) 대교를 준공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브루나이 역사상 가장 큰 교량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2조 원에 달한다.

템부롱대교 사업, 7500억 원 규모 수주 

브루나이는 해상 특수교량 기술 자립화를 달성하고 대림산업이 처음으로 진출한 해외시장이다. 템부롱대교는 총 4개 구간으로 나뉘어 발주됐는데 템부롱대교 건설 사업에서 2015년 대림산업은 핵심인 해상교량과 사장교 2개 구간을 7500억 원 규모로 수주했다. 템부롱대교는 총 길이 30km의 초장대 교량으로 브루나이만을 사이에 두고 양분된 무아라 지역과 템부롱 지역이 연결됐다.

템부롱 지역과 무아라 지역은 기존 도로로 3~4시간, 해상 1~2시간이 소요됐지만 템부롱대교가 완공되면서 자동차로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브루나이는 브루나이만을 국제 물류항으로 키울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템부롱대교 입찰 당시 중국업체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수주를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림산업은 가장 높은 공사비를 썼지만 4위를, 중국 업체는 1~3위를 차지했었다. 하지만 발주처가 강조한 공기(工期) 단축에 특수공법과 차별화된 설계 대안을 제시하면서 최종 수주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3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브루나이를 국빈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템부롱대교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정상회담을 한 자리에서 템부롱 대교를 언급하며 한국과 브루나이는 미래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차나칼레 대교 2021년 하반기 준공 

대림산업은 브루나이의 템부롱 대교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를 오는 2021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고 있다. 대림산업과 SK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차나칼레 대교의 주탑을 지지할 콘트리트 구조물인 ‘케이슨(Caisson)’ 2개를 터키 다르다넬스 해협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차나칼레 대교의 케이슨은 속이 빈 사각형 격자 모양의 구조물 위에 2개의 원통형 철강재가 올라간 형태로 다리 상판과 케이블을 지탱하는 318m 높이의 주탑을 해저에 단단히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기초 설비다. 지난해 5월까지 케이슨 2개를 제작하는 데만 하루 최대 1300여 명의 인력과 레미콘 트럭 9000대 이상 분량의 콘크리트가 투입됐다.

높이만 47m로 무게는 6만여 톤에 달한다. 대형 구조물을 바다 아래 오차 없이 설계대로 안착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위해선 4개의 예인선이 케이슨을 끌고 해상으로 이동 후 72시간에 걸쳐 해수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고난도 공사를 수행했다. 대림산업과 SK건설은 케이슨 내부 공간에 물을 채워 침하시키기 위해 선박의 균형과 평형을 맞추는 데 사용되는 밸러스트 장치를 도입했다.

GPS(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와 경사계 등을 이용해 악조건 속에서도 설계상 시공오차 범위(±200㎜)의 10분의 1 수준인 ±20㎜로 오차범위를 크게 낮췄다. 차나칼레 대교는 터키 정부가 BOT(건설·운영·양도) 방식으로 추진하는 민자협력 사업으로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인 ‘주경간장’이 2023m로 세계 최대 규모다. 총 사업 기간은 건설과 운영 기간을 포함해 16년 2개월이며 총 사업비만 약 3조5000억 원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신규 분양시장의 냉각으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대림산업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해외업체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해외업체 인수합병(M&A)을 통해 석유화합사업을 강화했다. 또한 태국 최대 석유화학회사와 대규모 미국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고 미국 석유화학회사 크레이튼사의 카리플렉스 사업부 인수를 결정하고 사업 확정에 나섰다. 총 인수 비용만 5억3000만 달러(한화 약 6200억 원)다. 올해 1분기 이후 인수 작업을 완료하면 트레이튼사의 브라질 공장과 원천기술, 판매인력 및 영업권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

크레이튼 카리플렉스 사업부는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생산한다. 이 생산품은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과 주사 용기 고무마개 등 의료용 제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천연고무로 만들던 수술용 장갑은 천연고무의 알레르기 유발 위험성으로 합성고무로 빠르게 대체하는 추세다. 특히 카리플렉스 사업부가 생산하는 라텍스는 세계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 1위 제품으로,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 시장은 매년 8%가량 고성장할 전망이다.

감상우 대림산업 부회장은 “자체 개발한 메탈로센촉매·폴리부텐 생산 기술에 크레이튼 카리플렉스 사업부의 합성고무·라텍스 제조 기술이 더해지면 상당한 영업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료용 소재는 물론 고기능 라텍스, 접착제 원료, 코팅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 개발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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