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보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이지만, 그 중에서도 대구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린다. 대구가 심장이라고 불릴 만큼 보수 강세를 보인다고 하지만, 수성갑은 예외다. 바로 문재인 정부 전반기 행정안전부 장관을 했던 현역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수성갑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수성전이 예상된다. 고지를 탈환하려는 자와 이를 지키려는 자 사이에 피할 수 없는 고지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큰 인물이냐 토박이냐…그것이 문제로다”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국회의원이자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했던 김부겸 의원이 보수 텃밭의 심장과도 같은 대구 수성갑에 깃발을 꽂고 수성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 수성갑 지역에서도 총선 소용돌이는 피할 수 없다. 김 의원의 대항마로 한국당 후보가 4명이나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선에 앞서 경선부터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전략 공천 역시 당에서 계속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의 무게감을 감안한다면 신출내기가 될 수 있겠느냐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지역 특성상 지역 인물을 배제한다는 것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수성갑의 민심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수 싸움이 시작됐다고 보면 될 것이다. 야당으로서는 탈환전, 여당 입장에서는 수성전이 될 수성갑의 민심을 따라가 봤다.
 

# 치열한 수성전…대구 수성갑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의원이 대구 수성갑에 당선되며 세간의 조명이 집중됐다. 그의 지역구인 수성갑은 보수 진영의 중핵이라고 할 수 있는 TK(대구·경북), 그 중에서도 심장부와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 입장에서는 적진 한가운데 깃발을 꽂은 형국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수성갑을 두고 치열한 수성전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지난 15일 이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야권이 분열돼 있고 눈에 띌 만한 정치력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무난하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판단하는데 그것은 낙관”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같은 발언에 이어 “국민들께서는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만들어주었다. 교만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즉, 무난하지 않은 수성전을 치를 것으로 이미 김 의원 스스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보수의 심장에는 이미 많은 보수 진영 후보들이 이를 갈고 탈환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수성갑도 예외가 아니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곳에는 김현익·정상환 변호사,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정순천 당협위원장이 고지 탈환의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 이들 모두 한국당 기를 앞세워 보수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밝힌 상태다. 모든 후보가 와신상담의 자세로 이곳에 당기를 꽂겠다는 것이다.

앞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곳에 발을 들였던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한국당 입장에서 중량감이 풍부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민심은 그리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략적 요충지로 평가 받는 이곳은 이미 수차례 전략공천을 감행했지만 고지 점령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미 이한구 전 의원이 당기를 꽂은 바 있으나, 당시 발생한 공천 파동 여파 등이 겹친 데다 전략 공천했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꺾는 등 ‘내전’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 민심은 그 어느 때보다 경륜을 내세운 인물보다는 지역의 인물을 원한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17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인물들 중, 이진훈 예비 후보는 지난 1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 내에서 이미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지역 민심은 전략 공천 등에 대해 그리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앞서 보여준 전략 공천의 행태는 지역 민심을 많이 흔들어 놨다.

지역 주민들도 오히려 전략 공천을 하게 되면 당이 정신을 덜 차렸다면서 더 혼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전운’까지 감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정상환 예비 후보 또한 이날 기자에게 “민심이 지난 번 선거 때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면서 “책상에 앉아 지도를 펴놓고 공학적으로 본다면 경륜을 앞세운 인물들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정작 지역 민심을 파고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익 예비 후보 역시 “(김 의원을)이길 수 있는 공천이라면 이미 지역 인물들이 더 낫지 않겠느냐”면서 “앞서 치러진 전략 공천 등으로 지역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들에 따르면 현역의 김 의원과 붙을 경우 경륜 있는 유명 인사보다 지역 인물이 경쟁력 있다는 의미다.

한국당의 예비 후보들은 이미 후보들 간 치열한 눈치 싸움을 치르는 중이다. 이들 중 누가 고지전에 나서 승자가 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다. 지역 민심 또한 젊은층이 많은 데다 보수의 심장으로도 불리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지 쉽사리 예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보수의 심장'…한국당, 전략 공천 가능성

대구 수성갑은 넘쳐나는 인물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위 유명인사, 경륜 있다는 주요 인물들이 전략 공천을 통해 본 전투에 투입되느냐 또한 수 싸움이 한창이다. 본선에 앞서 지역 인물들이 주도권 확보에 기를 쓰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이 버티고 있는 수성갑은 보수 진영의 핵심 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그 상징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앞서 언급했듯 적진의 심장과도 같은 곳을 선점했다는 의미는 곧 당세 확보를 위한 선전의 최선봉에 서는 것과 맞먹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수성갑의 김 의원을 반드시 꺾겠다며 이를 갈고 4년을 기다려 왔다. 후보들도 자신의 인생을 걸고 수성 탈환을 위해 날을 갈아 왔다.

지역 민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전략 공천 등 당에서의 판단이 ‘탁상공론’으로 끝날 수 있다. 그동안 지역에서 애쓰며 커 왔던 지역 인물이 ‘당이 이겨야 한다’라는 명분으로 총선이라는 거대한 전쟁터에서 한순간 내쳐지는 모습을 봐 왔던 지역 주민 입장은 분통하다 못해 버려졌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즉 무차별적인 내려 꽂기 공천은 오히려 지역 민심을 잃어버리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지역 후보에 대한 당의 신뢰감 또한 나타낼 수 있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민심이 돌아서는 수가 생길 수 있다. 즉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잃어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인물들은 전략 공천을 두고 공통적으로 ‘이길 수 있는 공천’이야말로 총선 승리의 조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정한 공천’만이 이길 수 있다는 것.

총선까지 불과 10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총선 승리의 열쇠는 결국 인물이다. 경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인물 면면이 곧 경륜이기 때문이다. 마치 동전의 양전과도 같은 것이다. 인물이냐 경륜이냐 보다 ‘공천의 공정성’에 따라 당의 사활이 걸렸다고 보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