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의원 4명 모인 ‘금배지 전쟁터’…21대 총선 ‘격전지’ 급부상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4.15 총선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의 신호탄이 올라가자 출마자들은 하나둘씩 신발끈을 조이고 있다. 선거의 중요 요소 중 하나는 ‘구도’다. 경기 안양동안을은 현역 의원 4명의 ‘빅 매치’가 예상된다. 이재정 민주당·임재훈 바른미래당·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세 명의 비례대표 의원이 5선의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맞붙는다.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5선을 지낸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경기 안양동안을에서 5선을 지낸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경기 안양동안을은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심 원내대표는 이곳에서 내리 5선을 지냈다. 중앙 정치에서도 존재감을 또렷이 드러내는 중진 의원이다. 그의 아성에 이재정 더불어민주당·임재훈 바른미래당·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도전한다. 이들 모두 부담보다는 ‘도전 의식’이 앞선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안양동안을에 출사표를 던진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뉴시스]
경기 안양동안을에 출사표를 던진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임 의원은 안양동안을의 현안으로 ▲안양교도소 이전 ▲안양·군포·의왕 세 도시 통합 ▲평촌 신도시 자사고 존치 문제 등을 거론했다.  [뉴시스]

지역구 1명 vs 비례 3명…‘구도’로 비례 단점 상쇄?

안양동안을(평촌·평안·귀인·호계1·호계2·호계3·범계·신촌·갈산동)은 네 명의 현역 의원이 경합을 벌여 화제의 지역구로 부상했다. 현역 지역구 의원인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이재정 민주당·임재훈 바른미래당·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도전한다. 세 의원 모두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다. 

그러나 이 의원의 경우 민주당 소속으로 이정국 두요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 역시 해당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해 당내 경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외에도 지난 17일까지 추혜선 정의당 의원, 이도리 국가혁명배당금당 예비후보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출마 배경에 관해 “비례 의원으로서 조금이라도 당에 도움이 되는 지역에 출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안양동안을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한 번도 의석을 가져오지 못한 곳이기 때문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도전 의식을 느끼게 되는 곳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심 원내대표가 5선의 정치인으로서 가진 장점이 한쪽의 주민들에게는 조금 다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임 의원 역시 “심 원내대표가 이곳에서 일을 많이 했지만 (오래 있던 만큼) 주민들의 피로도가 상당한 수준이다”라며 “변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열망이 최고조에 달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번 선거에서는 세대교체 열풍, 주민들에 의한 물갈이 열풍이 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추 의원은 오히려 ‘심 원내대표가 있어 이곳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는 취지로 밝혔다. 그는 “기득권 양당 중심 정치구조의 개혁이 다선 의원의 텃밭인 안양에서 시작돼야 한다 생각했다”며 “실제 안양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께서는 더 이상 민생을 외면하는 기득권 정당이 아닌 국민만을 바라보는 새로운 정치라는 강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례 의원은 지역구를 갖지 않아 지역민과의 스킨십이 최우선순위로 꼽히는 총선에서는 불리하다는 우려가 있다. 흔히 총선이 ‘비례대표의 무덤’이라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대거 이곳으로 몰리면서 흥미로운 구도가 형성돼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 의원은 “실제 본선에서도 현역 의원 4명의 경선이 벌어진다면 안양동안을은 전국적인 ‘핫 이슈’ 지역이 될 것”이라며 “비례 의원으로서 지닌 어려운 점들이 이 같은 흥행 요소로 인해 많이 상쇄될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 의원은 “20대 국회가 다당제로 꾸려진 만큼 사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구도”라고 언급했다. 그는 자신이 비례 의원으로 활동함과 동시에 해당 지역에서 1년 반가량 지역위원장으로 뛴 것을 거론하면서, 이를 통해 지역 기반 정치인 훈련 과정을 거쳤다고 어필했다.

‘여당 프리미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안양시장, 경기도지사, 대통령 모두가 같은 당 소속 정치인이다 보니 소통이 원활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에 1년 반이라는 기간 동안에도 발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추 의원은 다른 의원들에 비해 발 빨리 이곳에서 표밭을 일궜다고 자부했다. 지역민과의 스킨십에 앞장서 비례대표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비례대표 의원으로서 오랫동안 지역구 텃밭을 일궈 온 분과 비교하면 힘든 싸움이겠지만, 나는 3년 전부터 안양에 뼈를 묻겠다는 각오로 내려왔다”며 “여당의 힘으로만 선거를 이길 수 없고,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이라고 무조건 유리하지는 않다. 선거는 후보의 활동으로 그 자격을 보여야 한다”고 표명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곳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당에서 안양동안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1년 반 동안 지역 기반을 다졌다. [뉴시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곳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당에서 안양동안을 지역위원장을 맡아 1년 반 동안 지역 기반을 다졌다. [뉴시스]

정의당, 20대 총선서 약진…추혜선-이재정 ‘표 분산’ 우려

심 원내대표는 이곳에서 ▲16대 49.10% ▲17대 51.00% ▲18대 61.23% ▲19대 51.68% ▲20대 41.46%의 득표율로 5선에 당선, 맹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20대 총선에서는 정의당의 약진이 돋보였다. 당시 정진후 정의당 후보는 19.01%의 득표율을 얻었다. 군소 정당으로서는 의미 있는 수치다. 

이에 이번 선거에서도 정의당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달리 추 의원과 이 의원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유사한 이미지를 지녀 진보 진영의 표를 분산시키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역 현안 관련해서도 세 후보의 특색이 눈에 띄었다. 임 의원은 ▲안양교도소 이전 ▲안양·군포·의왕 세 도시 통합 ▲평촌 신도시 자사고 존치 문제 등을 거론했다. 특히 주력한 분야는 ‘교육’이다. 그는 20대 국회 하반기 교육위원회에서 바른미래당 간사를 맡은 바 있다.

임 의원은 “평촌 신도시의 경우 자사고 존치 문제가 뜨겁다”며 “나는 자사고 문제에 특장점을 지니고 있다. 전주 상산고 존치를 이끌어 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변호사 출신인 이 의원 역시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에 주목했다. 안양교도소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낙후된 교도소로 꼽힌다.

이 의원은 “제소자 인권을 위해서도 안양교도소의 노후화를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소자와 주민들을 위한 여건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국가 개입을 통한 새로운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지역 현안을 넘어 국가 현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안양교도소는 현재 고도의 도시화가 된 지역에 위치하게 된 상황이고, 증축이나 기타 방법을 통해 개선을 하기 쉽지 않은 곳이 됐다”면서 “안양 교도소 이전에 주안점을 두고 관련 부처, 기획재정부, 학계 관계자들과 협의하며 여러 가지 고민을 풀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안양동안을에서 3년 간 표밭을 갈고 닦았다. 추 의원은 특히 민생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뉴시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안양동안을에서 3년 간 표밭을 갈고 닦았다. 추 의원은 특히 민생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뉴시스]

추 의원은 ‘민생’에 집중했다. 그는 “이곳의 유일한 전통시장인 호계종합시장과 주변 상가들이 재개발로 매출이 급감해 고통받고 있다”며 “국정감사, 예산심의를 통해 정부의 도시정비·재생사업구역 인근 자영업자 지원 정책을 이끌어 내긴 했지만 실제 현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법안 제·개정과 추가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앞선 두 지역구의 현역 의원들은 당 지도부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아 지역구 관련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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