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노동 ‘쉽지 않아’… 반가운 소리 “밥 먹고 일해”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유통업계가 배송 전쟁으로 치열한 가운데 ‘풀필먼트(Fulfilment)’ 서비스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활발해지면서 온라인 거래 주문을 처리하는 이커머스 풀필먼트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주문이행을 의미하는 말로 고객의 주문에 맞춰 물류센터에 제품을 피킹·포장·배송·반품 등 전 과정을 말한다. 특히 풀필먼트 서비스의 최강자인 아마존은 전문적인 기술을 갖추고 판매 플랫폼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 홈플러스, 롯데, 이마트 등이 풀필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설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풀필먼트 센터는 사람도 기계도 밤낮 구분 없이 일하며 정신이 없다. 일요서울은 2020년 경자년 설을 맞아 바빴던 풀필먼트 현장을 찾았다.

국내 풀필먼트 시장 약 2조3000억 원… 빠른 배송 관건

설 연휴 앞둔 복잡한 물류센터… 사람과 기계 공존 현장

지난 15일 쿠팡이 운영하는 이천의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FC)를 찾아 일용직 아르바이트 체험을 해 봤다. 사측의 셔틀버스를 타고 물류센터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20분. 근무 시간은 이날 오후 7시부터 익일 오전 4시까지다. 날씨는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 추웠고, 이를 대비해 미리 옷을 많이 껴입었다. 현장 사람들을 따라 3층 사무실로 이동했다. 기자가 당일 맡은 업무는 OB 출고(단순포장·검수·진열·피킹업무 등)다.

철저한 보안, 핸드폰 반입 금지 

사무실에서 출근 서명을 한 후 관리자는 7시가 좀 넘자 야간 일용직 종사자들을 불러 ppt로 안전교육을 했다. 주의사항과 안전수칙 등에 대해 10분간 설명한 후 지게차 지원자들을 뺀 나머지 인원을 1층 물류센터로 안내했다. 안전화 착용은 필수이기 때문에 발사이즈에 맞는 안전화를 찾은 후 신었다. 물류창고에 들어가기 전 핸드폰, 라이터 등 전자기기 반입은 금지다. 보안검색대 옆 칸막이 수납장에 핸드폰을 넣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 철저하게 검사를 해 핸드폰을 갖고 들어갈 수 없었다. 이에 내부 사진은 찍지 못했다.

 

출입 후 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각각 맡을 일이 정해졌다. 기자는 출고 일 중에서도 단순포장·검수·운송장 출력 후 박스에 붙이고 레일로 올리는 업무를 맡았다. 담당 관리자가 30분간 일에 대해 설명하고 직접 일을 같이한 후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됐다.

관리자들이 바퀴 달린 큰 운반차를 기자가 작업하는 공간 앞에 뒀다. 운반차 안에는 각종 박스들이 담겨 있었다. 박스의 바코드를 찍으면 모니터에 ‘확인을 했다’라는 형식의 표시가 뜬 후 그 상품에 맞는 운송장이 출력된다. 운송장 바코드까지 찍은 후 운송장을 박스에 붙이고 레일로 보내면 된다. 가끔 박스의 바코드를 찍고 모니터를 확인하면 그 박스 상품에 알맞은 포장을 하라고 주문한다.

박스 크기 종류는 10가지 이상이며 종이 박스부터 일반 비닐 포장지까지 종류는 다양했다. 이불, 요가매트, 담요 등을 담은 포장의 경우에는 바코드를 찍어도 박스포장을 하라는 주문이 없다. 이 경우에는 알아서 비닐 포장지에 담아 포장 후 운송장을 붙이고 레일에 보내야 한다. 기자가 근무한 물류센터의 경우 좌식테이블, 거울, 수납장, 원목 옷걸이, 모니터 등 가구 제품 종류가 많았다.

[쿠팡홍보팀 제공]
[쿠팡홍보팀 제공]

 

가구 제품들을 운송장에 붙이고 레일에 올리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허리와 어깨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당시 드는 생각은 ‘쉽지 않다’였다. 휴대전화기도 반납하고 물류센터 내부에도 시계가 없어 시간을 확인할 수 없어 답답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관리자가 “밥 먹고 일해”라고 기자에게 말했다. 기다리던 밥시간이 왔다.

4시간 동안 서서 일을 하자니 앉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가면서 물류센터 내부는 한적했다. 식당 내부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을 것 같아 10분 후에 식당으로 올라갔다. 식판을 들고 반찬을 확인하니 반찬 몇 개가 비어 있었다. 10분 사이에 반찬이 다 떨어진 것이다. 배식을 담당하는 직원이 미안하다는 얼굴로 멋쩍게 웃었다. 김, 연두부, 밥, 국, 장아찌가 반찬으로 나왔고 식사를 시작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근무자 

물류센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연령대는 20대 남녀부터 50대 남성까지 다양했다. 식사 중에 함께 안전교육을 받았던 20대 중반의 여성 근무자를 만났다. ‘어떻게 하다 여기서 일을 하게 됐냐’고 묻자 “장기 알바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워 근무 신청도 편하고 단기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여기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짧은 대화 후 다시 근무지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물류센터 내부는 문들을 열어놔 추웠지만 땀이 흘렀다.

 

퇴근하라는 소리가 들려 왔다. 근무자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신발을 갈아 신고 핸드폰을 챙긴 후 사무실로 이동해 퇴근 서명을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셔틀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기자뿐만 아니라 버스에 있던 근무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바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9만195원이 입금됐다. 야간 수당까지 나오면서 주간 일급보다 2만 원 이상 더 받았다. 이날 일하며 받은 돈은 지금도 쓰지 않고 있다. 이 돈을 보며 밤낮 쉴 틈 없이 일하는 물류센터 근로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되새긴다.

 

한편 업계는 국내 풀필먼트 시장 규모를 약 2조3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서 빠른 배송은 매우 중요한 경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풀필먼트 경쟁력은 곧 업계의 경쟁력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상품을 전달할 수 있는 체계가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11월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12조7575억8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풀필먼트란 물류창고를 기반으로 두고 상품을 직접 보유해 배송·반품 등 모든 업무를 한 기업이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고객의 주문에 맞춰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가져와 피킹, 포장 등을 하고 제품이 물류센터에 입고·출고,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말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이커머스 풀필먼트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전자상거래 특성상 전 세계 고객을 상대로 판매자들은 수천 건의 주문을 처리해야 한다.

많은 기업이 풀필먼트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대기업 유통업계들도 풀필먼트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로켓배송’이라는 이름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홈플러스도 ‘점포 풀필먼트센터(FC)’ 2호점과 3호점을 구축했다. 신세계, 이마트 통합온라인몰인 SSG닷컴 역시 용인과 김포에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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