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 다수 배출, 정세균 총리행으로 무주공산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4·15총선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른 곳이 있다. 바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다. 서울 종로는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국무총리가 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역대 대통령을 다수 배출해 큰 꿈을 꾸는 유력 정치인들이 눈독들이는 이곳에서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빅매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지역 전체 선거구도와 총선 후 대선구도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치게 될 종로 선거판이 어떻게 짜여질지 흥미를 더하고 있다. 

 

황교안(좌)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우) 전 국무총리는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설이 오가고 있다. 이 두 사람이 종로에서 맞붙는다면 21대 총선 경합이지만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될 공산이 크다.
황교안(좌)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낙연(우) 전 국무총리는 '정치 1번지' 종로에 출마설이 오가고 있다. 이 두 사람이 종로에서 맞붙는다면 21대 총선 경합이지만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될 공산이 크다. [뉴시스]

 

-‘종로 출마’로 굳혀가는 이낙연, 황교안은 여전히 고심 중 ‘확답’ 피해 


# 서부는 보수, 동부 진보

경복궁과 청와대, 정부서울청사가 자리하고 있는 종로는 조선 시대부터 정치·행정·외교의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정치 1번지’로 불리운다. 종로는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을 다수 배출한 곳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크다. 지역 주민들은 대통령을 배출해내는 지역구라는 자부심이 크다. 

종로는 대체적으로 보수성향의 지역으로 평가되지만 지역별로 보수세와 진보세의 차이가 나타난다. 서부지역인 평창·무악·삼청·부암동 등은 보수 성향을, 동부지역 창신·숭인·이화·혜화동 등은 진보 성향을 보인다. 종로 주민들은 단순히 유명인사가 출마했다고 표를 몰아주지 않고 열심히 지역을 다져야만 표를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주민의 관심이 큰 지역 현안으로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과 광화문 광장 확장 문제, 창신동, 숭인동 등 오래된 주택들이 밀집된 지역의 기반 시설 확충 문제, 북촌과 이화동 등 관광객이 많은 지역의 지역 주민 불편 해소 방안 등이 있다.

# 16·17·18대 한나라당 석권, 19·20대 민주당 승리

지역별로 투표 성향이 갈리는 종로는 역대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이번 총선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명박, 노무현 전 대통령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시 각각 신한국당과 민주당 후보로 맞붙었었다. 결과는 이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2년 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 전 대통령은 의원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후 보궐선거에서 다시 노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배지를 달았다. 16대는 정인봉 한나라당 의원이, 17·18대는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이 지역을 차지했다. 19·20대에서는 민주당 현역 의원인 정세균 총리가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19대 총선)와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20대 총선)를 꺾고 승리를 거뒀다.  

정세균 총리 측은 1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종로는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지역이라고 볼 수 있지만 정 총리가 합리적인 성향이라는 점에서 지지를 받았었다”며 “총선이라는 것은 전국적인 바람도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하루 전에도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이낙연 vs 황교안’ 종로 혈투 점차 가시화 

이번 총선에서 종로가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른 것은 대선주자급 인물인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빅매치’ 가능성 때문이다. 두 사람 이외에도 한국당에서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민주당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장경태 민주당 청년위원장, 연말을 맞아 특별사면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의 출마설도 돌고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의 경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민주당이 출마를 요청한다면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근 민주당에 복귀한 이낙연 전 총리는 종로 출마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는 현 거주지인 서울 잠원동 자택에서 전세 계약을 맺은 종로구 아파트로 다음 달 초 이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6일 SBS 8뉴스에 출연해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2월 초에 제가 종로로 이사하는 건 사실”이라며 “그런데 출마 여부는 최종적으로 당에서 정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의 경우 최근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종로 출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황 대표는 험지 출마의 상징성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당선 가능성까지 갖춘 수도권 험지로 어디를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는 종로 외에도 서울 용산, 강남을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가 종로 출마로 기울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황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들이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 기정사실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여기에서는 소상공인 이야기만 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 ‘야당 심판론’ vs ‘文정권 심판론’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를 굳힌다면 현재 거론되는 다른 후보군은 모두 교통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는 종로를 비롯한 현역 불출마 지역 13곳 모두를 경선이 아닌 전략공천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낙연 vs 황교안’의 빅매치가 결국 성사된다면 종로 선거는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지게 된다. 선거에서 패배하는 쪽은 정치적 치명상을 입고 대권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측 모두 사활을 건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문재인 정부의 총리를 지낸 이 전 총리와 제1야당 대표인 황 대표가 출마하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야당 심판론’과 ‘문재인 정권 심판론’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해 “이 전 총리가 종로로 굳히면 황 대표는 배짱이 없어서 못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 전 총리와 황 대표의) 빅매치가 되면 이 전 총리가 압승하리라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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