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일요서울 |  프리랜서 김관수  기자] 여전히 생소한 이름 ‘몰타’였지만, 올 여름 서울 지하철 광고판에서 볼 수 있었던 한 장의 사진 속 몰타는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단어를 소환했다. 그렇게 찾아간 몰타는 그 광고 속 사진보다 더 포토제닉 했다. 도심 속 시선강탈 풍경 뒤에는 몰티즈들의 자부심 가득한 역사의 페이지들이 든든한 후원자로 도시를 지키고 있었다. 

더 재미있는 몰타 여행을 위해
휘리릭 살펴보는 몰타의 역사 

과거 몰타는 페니키아, 로마, 비잔티움, 아랍, 노르만, 프랑스, 아라곤, 스페인 등에게 숱한 지배를 받았다. 몰타는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 사이에 위치한 작은 섬이지만, 지리적 중요성 때문에 몰타의 역사 속에 이토록 많은 왕조와 국가의 이름이 등장하게 됐다.

기원전 5천 년경, 지리적으로 가까운 시칠리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지금의 임디나Mdina에 정착하면서 자연스럽게 몰타의 수도로서 역할을 하게 됐다. 이후 기록으로는 870년경 무렵부터 약 200년간 아랍의 지배를 받으며 몰타어가 아랍어의 영향을 받은 언어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노르만, 프랑스, 아라곤 등에 차례로 점령당하다가 1530년 몰타에 주요한 사건들이 일어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십자군 전쟁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성 요한 기사단(Knights of St. John)이 1530년 몰타에 정착하게 된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수도인 임디나는 내륙에 있었고, 그들은 외세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 조건 등을 고려하여 지금의 ‘비토리오사’의 다른 이름인 비르구Birgu를 몰타의 새로운 수도로 결정했다. 이후 오스만 제국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도시와 분리된 요새인 세인트 안젤로St Angelo성 등이 건설됐다. 비르구는 1565년 몰타 대 공격 당시, 성 요한 기사단과 오스만 제국 간의 주요 전투 장소였고, 기사단은 오랜 전투 끝에 결국 승리를 거두게 됐다. 비르구는 ‘승리의 도시’라는 뜻의 ‘시타 비토리아사Città Vittoriosa’라는 이름을 부여 받았고, 성 요한 기사단은 몰타 기사단으로 불리게 됐다. 전쟁이 끝난 이후, 기사단은 몰타를 지배하게 됐고, 1571년 지금의 수도인 발레타Valletta로 수도를 다시 옮겼다.

1798년 나폴레옹이 몰타를 점령했고, 1800년 9월 나폴레옹이 영국에 항복하면서 몰타는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이때, 몰타 기사단도 해체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수많은 폭격을 받으며, 무려 70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는 아픔도 겪었다. 이렇게 몰타의 역사는 긴 시련의 역사였고, 그만큼 아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비토리오사 Vittoriosa 
상처받은 골목, 문화를 입다

‘쓰리 시티즈Three Cities’ 중 하나인 비토리오사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수도 발레타를 마주 보고 있다. 비토리오사의 머리 부분에는 성 요한 기사단이 몰타에 정착한 뒤, 외세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건설한 ‘천사의 성’이라는 뜻을 지닌 세인트 안젤로 성이 있고, 성 안쪽으로 들어서면 좁은 골목이 구불구불 이어지며, 마치 미로 속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현지인들 사이에는 비르구라고 불리는 비토리오사에 도착했을 때, 마침 철인3종 경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라임스톤 건물숲에 감싸 안긴 바다 위에 수없이 많은 요트가 마치 함대가 주둔하듯 질서정연하게 정렬해 있었고, 그 옆 언덕길을 선수들이 전사와 같은 강인함으로 페달을 밟아 오르고 있었다. 과거 성 요한 기사단의 승리로 ‘시타 비토리아사Città Vittoriosa’의 영광을 차지했던 기억을 오늘 다시 축하하기로도 하듯 그렇게.

그들의 환호를 뒤로 하고 성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빛바랜 고요함만이 숨 쉬고 있는 오래된 마을에는 전쟁의 상흔이 가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몰타 조선소와의 근접성으로 인해 폭격을 받았던 총탄 자국들이 벽과 벽에 또렷하게 남아 있고, 고문을 당하던 방, 처형을 당하던 집과 같은 오래전 이 마을의 거친 생활상도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숙연한 분위기의 골목은 그 모습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중세의 향수를 품은 골목 안에 거창하지 않은 아름다움이 피어나고 있었다. 집집마다 걸려 있는 문패와, 작은 우편함과 문고리 하나하나, 그리고 알록달록한 창틀과 그 곁에 수줍게 피어난 꽃 한 송이에 마을은 생기발랄하게 웃고 있는 듯했다. 골목에서 마주친 꼬마 아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앙증맞은 포즈와 큰 웃음을 선사했고, 우연히 찾아간 공예품 숍에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미적 감각이 넘쳐났다. 사실 가이드에게 들은 이야기와 총탄 자국만 없었다면, 골목의 존재 자체와 그 속을 꾸미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인스타그래머블’이었다. 영광과 상처 뒤에 자라난 질긴 생명력이 골목을 예쁘장하게 만들어가고 있는, ‘#역사스타그램’ 비토리오사였다.

MALTA 5D

5D 입체 영상을 통해 몰타의 주요 역사를 짧고 굵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영상과 함께 흥미로운 효과를 통해 몰타 스토리를 온몸으로 듣고 느낄 수 있도록 하여 최고의 몰입도를 자랑한다. 좌석이 움직이고, 물 스프레이가 분사되며, 다리 아래에서 움직이는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화면 속에서 전투기와 매가 눈앞으로 날아드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머리를 젖히게 된다. 현재 17개 언어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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