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대장증후군] 냉한 소음인 태음인 온장제 중심 처방 ‘왕뜸요법’효과
하체 대장 기능 약한 소양인 하체 허약 보강시급

얼마 전 중요한 미팅에 배에서 꾸륵꾸륵 큰 소리가 나 난감한 경험을 한 최모 씨(56세). 설사와 함께 배에서 물소리가 크게 오래 들리곤 했지만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공부하는데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며 가스가 차 집중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이모양(18세). 집에서는 변 보는 데 문제가 없다가 학교에만 있으면 시시때때로 반복적인 설사를 하는데 학업에 큰 지장이 있다고 한다. 둘 다 병원에 방문해 내시경을 포함해 진단을 받아봤지만 별다른 원인은 찾지 못했고 ‘과민성대장증후군(IBS)’으로 진단 받고 왔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바이러스나 상한 음식을 먹고 세균에 감염이 된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식사한 뒤에 속이 불편하고 복통이 느껴지고 설사나 변비가 나타나기도 한다. 일반적인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은 복통, 복부팽만감과 같은 복부불쾌감, 설사 변비와 같은 배변장애, 배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증상(장명)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증상이 두 가지 이상 나타나지만 병원에서 실시하는 대장 내시경을 포함한 여러 검사에서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을 때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이 내려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의료급여 진료정보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해마다 150만 명 이상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진료 인원은 158만 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약 4천여 명이 진료를 받아 전체 소화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약 28% 정도를 차지해 가장 흔한 소화기 질환으로 분류된다. 우리 한의원을 방문하는 소화기 환자 중에도 과민성대장증후군의 환자들이 위식도역류질환(GERD)과 더불어 가장 많다. 주로 내과치료를 받다가 좀처럼 호전이 되지 않아서 내원하는데 양방에서도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권하는 처방은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유산균과 섬유소가 많이 든 음식물을 섭취하라”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특별한 이유도 없고 특별한 치료법도 없는 과민대장증후군을 검사상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치료의 적기를 놓친다면 만성적인 배변장애와 잦은 복통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장염에 걸린 것도 아니고 대변도 잘 보며 상한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배가 수시로 묵직하고 아픈 것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심한 우울증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으로는 첫 번째로는 장관의 특이적 운동 이상으로 식후 서서히 운동성이 증가되고 50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고 장운동이 계속 증가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주로 밥만 먹으면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두 번째로는 대장에 존재하는 감각수용체의 이상으로 내장기능의 감각조절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원인으로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쉽게 불안해하고 예민하며 우울한 경향이 있다. 또한 긴장된 상황이나 스트레스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는데 일부 환자의 경우 신경안정제 등 정신과 약물에 의해 호전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양방에서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이 너무 심할 경우에는 장운동을 늦추는 약이나 장 진정제 같은 약을 복용시킨다. 다만 한방의 경우엔 양방과 달리 체질적 원인을 찾고 장 기능을 강화시키며 스트레스로 울체된 정서적 피로를 푸는 치료를 한다.

몸이 냉한 소음인이나 태음인의 경우 체질적으로 찬 음식이나 찬 성질을 가진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장이 더욱 냉해져서 변이 묽게 되거나 가는 변을 자주보고 쌀쌀하게 배가 아파지는 증세를 호소한다. 이럴 때에는 대장의 찬 기운을 없애주는 온장(溫腸)제 중심의 약을 사용함으로써 냉해진 복부를 덥게 하면 증세가 사라진다. 물론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찬 성질의 음식, 예를 들어 야채, 과일류, 돼지고기, 맥주, 찬 음료수 등을 적게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한의원에서 실시하는 왕뜸요법을 복부에 자주 실시하여 심부의 체온을 높이는 것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몸의 열은 있으나 선천적으로 하체와 대장의 기능이 약한 소양인의 경우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이 체질은 장이 냉해져서 설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하체와 신장의 양기가 부족한 허약 체질이다. 점액성 설사를 수도 없이 볼 수 있고, 배가 쥐어짜듯이 아프고 배가 꾸륵꾸륵 소리가 나며 다소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쉽게 설사를 해버린다. 이 체질의 경우는 소음인, 태음인과 달리 장을 따뜻하게 하는 약을 먹어도 일시적 효과만 있을 뿐 근본 치료가 되지 않는다. 체질적 소인인 하체의 허약을 보강하면서 동시에 장기능을 튼튼하게 하는 치료를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체질 불문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간기울결설[肝氣鬱結泄], 간기범비[肝氣犯脾]이라 하여 정신적 자극으로 인하여 간의 기운이 비기(脾氣)를 통하지 못하게 하여 복통, 복만, 설사, 장명 등이 발생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존 처방에 울체된 정신적 피로를 없애는 처방도 반드시 함께 들어가야 한다.
환자들이 지켜야 할 생활습관으로는 음주나 찬 음식,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고, 유산균 제제를 복용시키며 취미나 좋아하는 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정서적 환기(ventilation)를 자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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