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관전 포인트의 하이라이트는 보수통합이다. 보수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제1당을 어느 정당이 차지할지 오리무중으로 빠져들 것이고, 보수통합이 물 건너간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제1당은 3살 꼬마도 점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치러진 몇 번의 선거를 돌이켜보면, 권력을 갖지 못한 야권의 입장에서 최고의 선거 전략은 야권통합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역대 가장 적은 의석 비율로 역대 가장 강한 야당을 이끌던 시절, 선거를 앞두고 주문(呪文)처럼 주문(注文)했던 말이, “통합이 최선이고, 연대는 차선이며, 그것이 어려우면 단일화라도 해야 한다”였다. 이는 당시 야권에서는 바이블과 같은 최고의 선거 전략이었다.

시간이 흘러 정권이 바뀌고,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다. 보수는 사분오열 분열되었고, 다가오는 4.15 총선에서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 보수통합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패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2016년 새누리당 공천사태와 같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위한 공천칼춤으로 당청 대립이 일어나는 것인데,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대통령의 호위무사들을 더 적극적으로 공천하려고 하니 당청 대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보수 야권의 결론은 ‘닥치고 통합’인 것 같다. 황교안의 자유한국당과 유승민의 새로운보수당 간 당대당 통합 협의체가 21일 출범했다. 유승민 의원의 말을 빌리면, 양측 간의 통합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크게 결실을 거두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백지상태에서 통합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고,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면 황교안 대표와 직접 만나서 마침표를 찍을 심산이다.

그렇다면 통합논의가 잘 진행되어 황교안의 자유한국당과 유승민의 새로운보수당이 통합하여 신당을 출범시키고, 그 신당이 4월 총선에 참여하여 더불어민주당과 겨루게 될 경우 승리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승리할 수 없다. 이러한 선거구도는 4년 전에 비해 보수 야권에 불리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안철수의 탈당과 국민의당 출현으로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선거를 치렀지만,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사태에 편승하여 제1당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런데 지금 여당은 공천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고 안철수가 신당을 만든다지만, 국민들에게는 그 신당은 보수 야당으로 비춰질 것이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의 통합 시너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선거는 제로섬(zero-sum)게임이다. 4.15 총선에서는 300석의 정해진 의석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는가의 단순한 게임이다. 내가 의석을 잃으면 그 의석만큼 다른 누군가가 의석을 얻게 된다. 야권이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거 구도를 단순하게 해야 한다. 즉 유권자에게 단순명료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보수통합당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선거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황교안, 유승민 두 사람의 결단이 중요하다. 우리공화당은 물론 이언주의 전진당, 안철수 신당도 함께해야 한다. 누구를 배제하는 정치가 아니라 어떠한 정책과 전략이 보수정당에 어울리지 않는가를 판단하는 작업을 해나가면 된다. 예를 들어 ‘박근혜 탄핵이 옳지 않았다’는 명제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진정성과 혁신의 바탕위에 또 한 번의 결단이 필요하다. 선거는 제로섬게임임을 앞서 얘기 했다. 종로선거구에서 황교안 대표가 이낙연 전 총리를 꺾으면 양당 간의 의석 차이는 2석이 된다. 이런 게임에서 이기는 것은 21대 총선 결과 전체를 좌우한다. 야당 대표가 이런 게임을 마다하는 것은 대표로서 실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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