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총선은 80여 일 남았다. 선거초반 정당 간 우열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주요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1강(민주당), 1중(한국당), 3약(정의당·새보수당·바른미래당)으로 분류할 수 있다. 3약 중에는 정의당이 가장 앞섰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 바른미래당에 추월당하기도 했다. 이들 외에 다른 정당은 비례의석 배분 기준을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2040의 굳건한 지지에 힘입어 아직까진 안정적이란 관측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40% 중후반을 유지하고 있고 총선 준비도 앞서가고 있다. 현역 불출마 자리를 채울 인물군도 풍부하다. 변수가 없는 한 민주당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은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추)와 한국당·새보수당 투트랙으로 통합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혁통추는 중도·보수 대통합을 표방하고 있다. 한국당·새보수당은 설 이후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 통합 회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수통합은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탄핵 입장 차로 인해 한국당+새보수당이나 한국당+공화당 ‘둘 중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새보수당의 경우도 유 위원장 거부감 극복은 넘어야 할 산이다. 통합시너지도 문제다. 22일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 ‘가칭(假稱) 통합보수신당’ 지지율은 되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민주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국정낙맥상이 심화하고 있다. 검찰수사를 둘러싼 불공정 논란, 북한 개별관광에 대한 한미 갈등, 지속되는 경기침체, '아빠찬스'와 부동산투기 등 공천 잡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보수 진영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성찰과 쇄신 없는 세 불리기 보수통합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런 여건에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복귀는 총선구도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실용적 중도를 표방하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보수통합과 선을 긋고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귀국한 지 일주일도 안 됐지만 안 전 공동대표의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보수 부진을 틈타 안철수 공간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에서 '통합보수신당'이 출범하면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상당히 늘어나는 것으로 나왔다(+2.7%p, 4.4%→7.1%). 안 전 공동대표 당 복귀가 예상된 탓으로 풀이된다. 안 전 공동대표가 중도정당을 본격화할 경우 준연동형 비례의석을 타깃으로 하는 ‘통합보수신당’과 정의당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여론조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도 정당과 관련 주목되는 인물은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이다. 김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반문연대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민주당·‘통합보수신당’·정의당을 제외한 범중도 세력화는 여전히 남은 카드다. 마침 깃발 격인 안 전 공동대표가 복귀했다. 김 전 대표는 리더십과 정치력을 두루 갖췄다. 또 여야를 넘나드는 인맥도 풍부하다.

정치권에선 안 전 공동대표와 김 전 대표가 중도 정당을 고리로 만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안 전 대표와 김 전 대표가 중도 정당에 함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전 대표는 22일 평화당 토론회에서 정동영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날 예정이었다가 불참했다. 안 전 공동대표와 김 전 대표가 범중도 세력을 통합할 경우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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