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편인 줄 알았는데…아니었네?” 與野 ‘어리둥절’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가 논객 활동을 재개했다. 당초 그는 예리한 말로 상대방의 논리를 파헤치며 열띤 토론을 벌이던 진보 논객이었다. 2016년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일종인 트위터를 탈퇴하고 후학 양성과 저서 집필에 집중했다. 진 전 교수의 이름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다시 장식하게 된 것은 지난해 9월께부터다. 당시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정의당의 태도에 반발하며 탈당계를 제출했다. 다시 사회를 향해 입을 열기 시작한 것 역시 이 무렵이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가 연일 정치권을 겨냥해 십자포화를 퍼붓는 배경을 일요서울이 살펴봤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 [뉴시스]

- 진중권 “‘미라 논객’ 불러낸 건 친문 극성 지지자들”
- ‘지적 퇴행’ vs ‘정상적 진보’…그에 대한 ‘엇갈린 평가’ 눈길


항간에 ‘가장 무서운 안티(Anti·반대자)는 지지자였다 돌아선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이 말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은 바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일 것이다. 

진 전 교수는 그동안 세간에서 ‘진보 논객’이라고 평가해 왔다. 이에 걸맞게 그의 저격 대상은 대개 보수진영 또는 그곳에 몸담은 이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가 달라졌다. 진 전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여권을 향해 날선 발언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행보의 도화선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다.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은 임명 과정에서 그와 가족과 관련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이후 진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꾸준히 ‘PK(부산·경북) 친문 세력’을 향해 공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조 전 장관 역시 PK 친문 세력의 대표 주자다.

그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서 “당정청이 일제히 구‘국’운동에 나섰다”며 “왜들 이렇게 조국에 집착하나. 영남 친문들 특유의 패거리 문화인가, 아니면 그가 뚫리면 감출 수 없는 대형 비리라도 있는 것인가”라고 게시했다.

진 전 교수의 비판은 문재인 대통령으로까지 확산됐다. 지난해 12월27일 “가끔 내 뜻을 오해하는 이들이 눈에 띄는데 나는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한다”라고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주변을 감시하는 것은 원래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업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그 ‘눈’의 역할을 해야 할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마비돼 있었다”며 “친문 ‘측근’들이 청와대 안의 공적 감시기능을 망가뜨려 버린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은 주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충신이고 누가 간신인지 잘 구별해야 한다”고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연루된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의 ‘조 전 장관 무혐의’ 발언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 자기를 PK 패밀리의 대부로 생각해 제 식구들을 살뜰히 챙겨주려 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그 때문에 우리는 문 대통령이 과연 공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깊은 회의를 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야당을 향한 비판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자신의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에 재차 출마 의사를 밝히자 “똥개냐. 집 앞에서 싸우게. 대권후보였으면 그 무게를 스스로 가볍게 하지 말라”고 촌철살인을 날렸다.

아울러 자신에게 “야당 대신 정의를 세워 줬다”고 발언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게는 “덕분에 욕 많이 먹었는데, 그 감사 빈말로 하지 말고 행동으로 해 달라”며 “(자녀 채용 비리 의혹을 받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해 달라. 이것을 이번 한국당 혁신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보겠다”고 일침을 놨다.

이 같은 진 전 교수의 행보를 두고 여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진 전 교수의 여권을 향한 맹폭에 대해 “심각한 지적 퇴행이 일어나나 보다”라며 “이제 ‘입 진보’가 ‘입 보수’로 변했다”라고 질타했다.

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정상적인 진보’라고 호평했다. 그가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진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진영에 갇힐 경우 ‘우리 편’이라는 생각에 진보 세력에 대한 올바른 비판을 할 수 없지만, 여기에서 탈피해 진보라는 가치 아래서 이 같은 소신을 밝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진 전 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론 인터뷰 일절 안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생각 없다”며 “모든 얘기는 여기에서 할 테니 굳이 인터뷰할 필요도 없다”라고 전한 바 있다. 현재 진 전 교수는 포르투갈 여행을 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당 비판하면 ‘징계’?” vs “그런 논의 없었다” 일축

한편 진 전 교수의 정의당 탈당과 관련,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지난 21일 진 전 교수의 탈당과 관련, 날카로운 반응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심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을 갖고 정의당의 21대 총선 목표를 발표했다. 이후 질의응답에서 ‘진 전 교수의 탈당을 어떻게 보느냐’의 기자의 질문에 “저는요, (그런 질문) 그만 좀 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 6만 당원이 있다. 개개인의 정치적 비중이 다르겠지만 탈당, 입당은 당원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의 반응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정의당 관계자는 “그 정도의 정치적인 행보를 지닌 분이 한 번 만류했음에도 탈당 의사를 밝히셨다면 탈당하는 것이 (원칙에) 맞다”며 “이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 크게 이견이 있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와 달리 진 전 교수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의당의 윤소하 의원 당내에서 나에 대한 징계를 추진했었다고 한다”며 “사유가 뭔지는 모르겠다. 아마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한 당의 결정을 비판한 것이 ‘징계’의 사유가 되나 보다”라고 거론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회의석상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정의당원이 6만 명인데, (사안에 대한 개인의)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진 전 교수가 그 이야기를) 어디서 들으셨는지는 모르지만 관련 이야기는 나온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앞선 지난해 9월 ‘조 전 장관 임명 지지’라는 당의 입장에 반발하며 탈당계를 제출했다. 진 전 교수는 지도부의 만류로 한 차례 탈당을 철회했으나 이후 다시 탈당 의사를 재차 표명, 지난 10일 탈당계가 처리됐다. 그는 2013년 정의당에 입당해 평당원 자격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4년에는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회 SNS 공감위원장으로 활동한 전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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