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불분명한 하위 20% 리스트 나돌아, 민주당 텃밭이 다수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여야가 4·15 총선 체제를 본격 가동시키고 있는 가운데 각 정당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야의 총선 경쟁 못지않게 각 당 내부에서는 공천권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적쇄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여야의 물갈이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현역 의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하위 20%에 포함되는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은 살생부까지 돌며 흉흉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하위권에 속한 의원들의 불출마 결심으로 이어져 물갈이 폭을 대폭 늘리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인지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장면. [뉴시스]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장면. [뉴시스]

-1월28일 개별 통보, ‘불출마’ 압박 위해 이미 언질 줬을 가능성 제기

민주당은 지난해 5월 현역 의원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는 의원들에게 공천 과정에서 경선 시 20% 감점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민주당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이례적으로 일찍 공천 제도를 확정하며 이를 ‘인위적 물갈이’ 없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은 이후 지난해 11월 초부터 두 달가량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가동해 의원들의 입법실적, 지역활동, 기여도 등에 대한 중간평가(45%)와 최종평가(55%)를 진행했다. 

합산 결과 하위 20%에 포함되는 의원들은 ‘컷오프’로 공천에서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지만 경선 시 20% 감점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아무리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고 하더라도 경선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지역 평판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20% 감점을 받은 현역 의원이 최대 25%의 가산점을 받은 청년·여성·신인 도전자와 경선을 치를 경우 격차는 45%나 된다. 이 때문에 ‘하위 20%’ 명단은 사실상 ‘살생부’ 명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위 20% 리스트 나돌면서 ‘술렁’, 해당 의원 측 불쾌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 등을 제외하면 하위 20%는 22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인 18일~19일 사이에 하위 20%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 작업이 이뤄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민주당은 술렁였다. 특히 진위 여부와 출처가 불분명한 ‘하위 20%’ 의원 명단까지 퍼졌다. 

이 명단에는 수도권에 중진 4명을 포함해 8명과 충청권 3명, 부산 1명 등 12명이 실명으로 언급됐다. 이와 별도로 총 14명의 ‘하위 20%’ 명단도 돌았는데 두 명단에는 9명이 중복됐다. 이 명단들에는 민주당 텃밭 지역 의원 다수가 포함됐다. 또 초선부터 다선 중진까지 다양한 의원들이 거론됐으며 대부분이 ‘비문’(비문재인) 계열 의원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 같은 명단이 퍼지자 민주당 안팎에서는 “예상했던 의원들이 다수 포함됐다”와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인물들이 있어 신빙성이 떨어진다”등 엇갈린 반응들이 터져나왔다. 

‘하위 20%’ 명단에 거론된 의원 측은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A의원 측은 지난 20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잘라 말했고, B의원 측은 “금시초문이다. 선거 준비를 차분하게 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논란에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20일 고위전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하위 20%에 포함되는 의원들에 대해 아직 개별 통보를 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윤 사무총장은 ‘하위 20% 명단을 윤 총장 혼자 갖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설연휴 28일 ‘하위 20%’ 대상자 개별 통보키로

민주당은 지난 21일 공천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설 연휴 이후인 오는 28일 ‘하위 20%’ 대상자인 현역 의원들에게 결과를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장(원혜영 의원)이 개별 통보하는 방식으로 통보하기로 했다”면서 “통보가 이뤄지면 48시간 이내 이의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통보 시점을 설 연휴 이후로 결정한 이유를 묻자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선 시 20% 감산이라는 페널티를 받는 것이고 (하위 20%에 포함되더라도) 많은 분이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 그런 부분을 배려한 것”이라며 “설 연휴를 앞두고 통보하는 것이 조금 가혹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인원이 20명이 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만나서 통보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문서로 보내는 것도 적합해 보이지 않아서 아마도 유선상으로 통보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가 “명단 공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것으로 알려져 명단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을 전망이다. 명단 공개가 자칫 총선을 앞두고 당내 분란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가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원들로부터 “명단을 공개해서 망신 줄 일이 있느냐”는 반발 목소리가 표출됐고 이에 비공개 방침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명단 공개를 결행할 경우 이에 반발한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반면 비공개로 묶어둘 경우 하위 20%설이 난무해 혼란만 키우기 때문에 오히려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어차피 당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공관위원들을 통해 공개될 수 있고 경선에서도 감점과 가점을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누가 하위 20%인지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위 20%로 통보받은 의원들은 48시간 이내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노출될 수 있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하위 20% 명단’ 공개 문제에 대해 “일괄 발표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소수의견이 있었다”면서도 “다수 의견은 이벤트성으로 활용하기보다 충분히 경선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지 않냐는 것”이라며 비공개 방침을 전했다. 

‘하위 20%’ 비공개 개별 통보로 불출마 압박

일각에서는 공관위가 오는 28일 공식적으로 ‘하위 20%’ 대상 의원들에게 개별 통보하더라도 그 이전에 이미 비공식적으로 해당 의원들에게 언질을 줬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비공식적으로 미리 개별 통보를 해 줘서 스스로 불출마를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들 의원이 불출마를 선택하게 되면 물갈이 폭을 늘리기 위해 의원 평가 결과 하위 순위인 의원들을 일부 더 추가해 ‘하위 20%’ 명단을 다시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22일 일요서울 기자와 만나 “자유한국당이 대구·경북에서 현역 의원들을 절반 넘게 대거 교체한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 봐서 한국당이 전폭적인 물갈이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그에 맞춰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체면을 고려해서 하위 20% 포함되는 의원들에게 미리 언질을 줘서 불출마를 선택하게 할 수 있다”며 “해당 의원들이 실제로 불출마를 선택할 경우 하위 20%를 맞추기 위해 하위권 의원들이 추가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의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위 여부가 불분명한 살생부 리스트에 거론된 C의원 측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하위 20%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당에서 의원에게 직접 언질을 해 줬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의원이 보좌진에게 말해 주지 않고 혼자만 알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좌진들도 사실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전략공천 대상지 15곳을 제외한 238개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 공모를 시작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까지 공모를 마감한 후 30일부터 내달 5일까지 서류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내달 7일부터 10일까지는 면접 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민주당이 최근 확정한 전략공천 대상지는 현역 의원 불출마지를 포함한 15곳이다. 이해찬(세종)·정세균(서울 종로)·원혜영(경기 부천 오정)·추미애(서울 광진을)·강창일(제주 제주갑)·박영선(서울 구로을)·진영(서울 용산)·김현미(경기 고양정)·백재현(경기 광명갑)·유은혜(경기 고양병)·서형수(경남 양산을)·표창원(경기 용인정) 의원의 지역구가 포함됐으며 지역위원장이 공석이던 부산 남구갑과 경북 경주도 전략공천 지역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설 연휴 뒤인 1월 말 또는 2월 초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전 총리가 공동 상임 선대위원장직을 맡아 ‘투톱 체제’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역별 공동선대위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전남도지사를 지낸 이 전 총리의 경우 수도권과 호남 선거도 함께 맡고 대구·경북은 김부겸 의원, 부산·경남은 김영춘 의원, 충청은 이해찬 대표, 강원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권역별로 분담해 선거를 이끄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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