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으로서의 경제학] 저자 조준현 / 출판사 피앤씨미디어
윤리적 도리를 밝힌 풍요로운 삶 지향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근대 경제학의 체계를 완성한 마셜은 경제학을 ‘일상의 삶에 관한 학문’이라 정의했다. 경제학뿐만이 아니라 모든 학문이 인간의 삶을 투영하고 있지만, 인간 존재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물질적으로 재생산하는 일에 얼마나 가담 가능하냐에 달려있다고 가정한다면 경제학이야말로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학문이 아닐 수 없다. 저자 조준헌의 신간 ‘철학으로서의 경제학’은 인간에 관한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은 어떤 학문이어야 하는지와 평범한 일상인의 입장에서 어떤 방향으로 지향해야  하는지 일러준다. 나아가 경제학으로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 질 수 있는 방법을 진단한다. 

특히 저자는 책에서 물질적인 측면이 아닌 윤리적인 측면을 강조한 경제학이기를 바란다고 단언한다. 경제학이 제대로 관심을 두어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보통 사람들의 삶이 더 윤리적으로 윤택해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짚어준다. 물론 애덤 스미스를 비롯해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학자들은 저자와 같은 고민을 평생해 왔다. 저자는 경제학을 접한 지 40년이 넘고 학생들을 가르친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자신조차도 경제학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 본 적이 없었다고 아낌 없이 낮추면서, 이런 고민을 위한 자취를 남기기 위해 책을 지필했다고 밝힌다. 

저자는 출판기념회에서 경제학자만큼 비난받는 직업도 드물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이 경제 현상을 예측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기 쉽다. 그러나 굳이 경제학을 위해 변명하자면 다른 분야의 학문들, 가령 물리학자들이나 인류학자들과 마찬가지로 경제학자라고 해서 세상일을 모두 알 수도, 모두 설명할 수도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리학자나 인류학자는 비난을 받지 않는데 유달리 경제학자만 비난받아야 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인드르이 보기에 경제학자들은 마치 자신들끼리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것 같아서 알아들을 수 없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덧붙이기를 “경제학을 비롯해 모든 학문들은 자신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솔직히 보통 사람들에게 경제학의 언어는 물리학의 언어보다는 쉽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제학에, 또는 경제학자들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터이다. 나도 경제학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실은 경제학자들끼리도 서로 다른 경제학자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더 큰 문제는, 나 자신이 경제학을 가르치면서도 정작 경제학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대개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경제학은 복잡한 수식들과 그래프와 통계숫자들로 가득한 비밀문서 같은 것이어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무엇에 소용되는지는 더욱 알지 못할 학문이다. 경제학에 대한 이런 생각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그리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열심히 어려운 수식들을 외우고 그래프를 독해하지만, 정작 자신이 공부하는 경제이론들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득 돌이켜보면 경제학을 평생의 직업으로 삼고 있는 나 자신은 과연 어떤가 하는 반성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자는 부산대학교 경제학과와 동일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보통 사람들이 경제학에 쉽게 다가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현실 문제와 경제 사상, 경제 이론을 아우르는 교양서를 꾸준히 발간해 왔다. 현재는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참사회경제교육연구 소장을 역임하며 신문과 잡지 등에 경제에 관한 글을 연재하고 있다. 

저자의 다른 저서로는 ‘동양고전으로 읽는 경제학’, ‘10대를 위한 재미있는 경제 특강’, ‘중국 경제’(개혁, 개방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연구’ 등이 있다. 

이 책과 동시에 읽을 만한 책으로는 ‘돈의 정석’, ‘청년 그리고 미래농업’, ‘통계학 초입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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