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추진설 내막


화투, 포커 등 놀이판을 잘 살펴보면 묘책과 비법으로 상대의 허를 찌르고, 멍해 있는 사이 비장의 카드로 최후의 승리자가 된다. 정치는 포커 판이다. 정치도 상살(相殺)전략으로 승리를 쟁취한다. 아니면 상생(윈-윈)전략으로 일정부분 지분 나눠먹기를 꾀할 수도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지금 정부 여당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거다”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2007년 대선의 승리마저 담보할 수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이런 시점에 내년 3~4월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백서1 노무현-김대중(DJ)-김정일 3각 커넥션

최근 정치권에선 지난 11월 ‘노-DJ’의 동교동회동을 단순한 만남 이상으로 바라봤다. 비록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는 최악의 상황일지라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특유의 정치적 승부욕에 한나라당은 내심 겁먹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선동적 인물로 낙인찍힌 노 대통령의 이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약발이 다 떨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아직 대선결선도 치르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라는 얘기를 한다. 호들갑을 떠는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노 대통령과 DJ, 김정일 국방위원장 세 사람이 서로 연결고리가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공 의원은 내년 3~4월경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의 시기와 관련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5~6월에 각각 대선경선을 치르는 만큼 그 전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노-DJ-김정일’의 3각 커넥션이 바로 그것이다. 이를 정치권 일각에선 민감한 가상 시나리오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지만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한다.
한나라당이 두려운 건 2000년 6월 ‘DJ-김정일’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온 학습효과 때문이다.
같은 당 정형근 의원측 역시 “남북정상회담 추진 장소는 제3국에서 만날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노대통령이 방북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한 교수는 남북정상회담의 성사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한국에 경제 지원 및 체제보장을 약속 받으려 할 것이다”면서 “그 대가로 북핵 포기라는 명분을 얻어낼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뉴라이트 진영의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이에 대해 “국내 정치판을 흔들겠다는 술수”라며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명분아래 정쟁(政爭)과 남-남 갈등만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서2 김만복 신임 국정원장, 서훈 국정원 대북3차장 발탁 배경
지난달 통일외교안보라인의 대대적인 교체인사는 언론의 화두였다.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의 진앙지가 바로 이 시점에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은 김만복 신임 국정원장과 국정원 대북담당 3차장인 서훈씨의 인사이동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김-서’의 대북파이프라인이 굳혀지면서 내년 남북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씨는 2002년 DJ정권시절 대북특사로 나선 임동원 특사와 함께 김 위원장을 만난 대북통이다.
더구나 박지원실장이 밀사로 북한에 파견될 당시 동행했고, ‘DJ-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을 연결한 막후 인물이기도 하다.
서씨는 또 지난 2004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정보관리 실장 시절, 친북인사인 이종석 NSC상임위원장(전통일부장관) 라인이다. 이런 점은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됐다.

백서3 방북 때 제3 대선유력후보와 동행설
노 대통령이 여권의 제3 대선유력 후보와 방북할 것이라는 관측 또한 의미 있는 얘기다. 이는 대선드라마의 주인공을 탄생시키는 노무현식 컨셉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아직 여권에선 대선 후보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며 “하지만 분명히 대선카드용으로 여권의 제3후보가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같은 당 공성진 의원 역시 이와 비슷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여권의 후계구도를 결정해 놓고도 일부러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다.
일부러 노 대통령이 대선 후계자의 사전노출을 차단하고, 적절한 시기에 반전효과를 노리는 치밀한 전략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언론에선 정운찬 전서울대 총장을 제3의 유력인물로 꼽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친노 진영 쪽에선 민변출신의 박원순 변호사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국참연의 한 관계자는 “(박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폐지 등 노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물”이라며 “민변시절부터 노 대통령과는 아주 막역한 사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박 변호사가 발족한 ‘희망제작소’는 현정권과도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정책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자임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대선 가시권 안에 박 변호사가 있다는 점이다. 노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지는 듯하다. 대선 노름에서 결국 승자만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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