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회식 영수증 내고, 하남서 구매했으니 상생 실천했다?”

[사진=양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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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지난해 4월 말 개점한 코스트코 하남점(이하 코스트코)에는 많은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개점 이전부터 수많은 논란과 갈등의 중심에 올랐던 만큼, 여전히 코스트코에 대한 여론은 극명히 엇갈린기다. 최근에는 하남시청 앞 코스트코를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개점 1년을 앞둔 시점에도 여전히 지역 내 갈등은 소란한 모양새다. 코스트코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개점을 강행했던 만큼 이들에 쏟아진 ‘원망’과 ‘비판’의 시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점 후 ‘근조(謹弔)’ 적힌 현수막, 천막 농성에 상복까지...대책위 “끝까지 간다”

市 “실질적 도움 위해 협력 나서는 중”...국정감사 “5000만 원 과태료 약하다” 


최근 하남시청 앞 대로변을 따라 ‘근조(謹弔)’가 적힌 검정‧빨간색의 현수막이 다수 내걸렸다. 근조는 사전적 의미로 ‘사람의 죽음에 대해 슬픈 마음을 나타내는 용어’인 만큼 길을 지나는 다수의 행인들은 해당 현수막에 발길을 멈췄다. 확인 결과 현수막을 내건 이들은 다름 아닌 하남시 소상공인단체 ‘코스트코 하남점 입점저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였다. 이미 지난해 코스트코의 개점 이전부터 1000여 명의 회원들이 입점을 반대하는 가두집회를 해 왔고, 개점 이후 현재까지 코스트코 정문 앞에서 천막 농성도 진행 중이다.

“상생 일조한다더니...
1년여째 깜깜무소식”


현재 하남시에는 코스트코를 비롯해 홈플러스‧이마트‧스타필드‧위례 스타필드 트레이더스 등 총 5개의 대형마트가 있다. 하남시 인구가 26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시민 5만여 명당 대형마트 1의 비율이다. 인근 성남시가 인구 95만여 명 대비 4개 대형마트인 점을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다. 개점 이후 일부 주민들 사이에선 ‘몰세권(대형마트 및 여가시설 등이 있는 복합상가 밀집지역을 뜻하는 용어)’이 형성됐다며 삶의 질 향상과 집‧땅값 상승을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제공=코스트코 하남점 입점저지대책위원회]

하지만 지역 내 소상공인단체는 여전히 속앓이 중이다. 코스트코가 어떠한 형태로도 지역사회에 일조하지 않았고,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실천에도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외에도 코스트코에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덕풍시장 상인들은 경제적 어려움까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단순히 대형마트의 입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김재근 대책위 공동대표 겸 하남덕풍시장상인회장은 “단순히 대형마트가 많다는 점이 문제가 아닌 대형마트가 지역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을 수립‧실천 여부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내 대형마트 기업은 온누리상품권 지원 등 지역발전기금 기탁을 넘어 장난감 도서관 개관이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리모델링 지원 등으로 실질적인 상생활동에 나서고 있다”며 “코스트코는 개점 전에는 지역상생을 위해 적극 일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더니, 개점 후 1년여가 다가오는 시점에도 어떤 형태의 실천도 하지 않는 등 깜깜무소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코스트코 직원들의 회식비용 영수증을 제출하면서, 지역 내에서 물품을 구매했으니 지역상생에 일조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하남시청 담당 부서와 시장 측에 해당 사안에 대한 중재 등을 요청한 바 있지만 이들마저 손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대책위는 현수막을 통해 하남시가 세금도 안 내는 코스트코에 과다한 특혜를 줬다며, 김상호 하남시장은 불법도로를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준공도 안 된 도로에 버스노선을 누가 허가했냐’는 내용과 ‘대형마트가 많아 겪는 막심한 교통체증이 하남의 자랑거리냐’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하남시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이미 대책위와 코스트코, 시청직원들이 수차례 만나오며 대화를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책위 측에서 요청하는 사항 중 실정법 쪽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데, 법적으로 풀리지 않는 점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협력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감서도 질타 대상
“돈으로 때우면 된다식”


앞서 중기부는 코스트코의 하남점 출점과 관련해 서울경기동부슈퍼조합 등 6개 중소기업자단체의 사업조정 신청을 받고, 상생방안 마련을 위해 자율조정회의 등 조정협의를 진행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는 지난 4월25일 자율합의 또는 정부권고안이 마련될 때까지 개점을 일시 정지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하남점 개점을 강행한 바 있다.

코스트코의 출점 강행은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질타의 대상이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종합감사 당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으로 참석한 조민수 코스트코 코리아 대표에게 개점 강행 관련 질의를 진행했다. 당시 어 의원은 조 대표에게 “다른 기업들도 최대한 상생하려고 하는데 코스트코가 너무 잘못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지만, 조 대표는 “하남지역 상인들과 상당한 협의를 했고 그 협의를 바탕으로 개점했다”면서도 “합의에 달성하지 못한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협의에 노력을 다했음에도 결론적으로는 최종 합의에 실패했지만 개점했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어 의원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코스트코가 돈으로 때우면 된다고 하는 것 같은데, 현행 5000만 원 과태료는 너무 약하지 않느냐”며 정부가 무기력하다고 피력했다. 이에 박 장관은 “과태료에 과중치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의견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거나, 과태료를 더 강화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통산업발전법이 산자부 소관이므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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