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도 사기 당한다?···피해자 구제도 어려워

가상화폐 영업점 모습. [뉴시스]
가상화폐 영업점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나날이 교묘해지는 금융범죄 수법으로 사기를 당하는 서민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가상화폐 사기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는 상황이다.

수법갈수록 다양해져···투자 사기 숨기기 위해 수익구조 복잡

최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76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총 24개월간 기소된 가상화폐 관련 사기 피해액은 32701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26895억 원보다 5800억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수법도 다양하다. 유사수신, 불법 다단계 사기 등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범죄가 판을 치는 형국이다.

한 사람에게

27억 편취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투자로 고수익을 내주겠다고 속여 20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채 기소된 3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장판사 신혁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대학졸업자 비자(F-4)로 지난 2011년 국내로 들어온 중국동포다. 지난 2018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저렴하게 구매해 비싸게 팔아 투자 수익 65%를 주겠다며 피해자를 속여 15000위안(한화 253만 원 상당)을 가로챘다.

그는 이러한 범행 방식으로 20183월부터 8월까지 같은 피해자로부터 총 16217521위안(한화 273735만 원 상당)을 지급받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지난 20188월경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서 만난 비트코인 중간 판매상 B씨에게 피해자의 돈 20억 원과 자신의 돈 10억 원을 전달했으나, B씨가 잠적한 탓에 돈을 강탈당했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지급하거나 원금을 변제할 능력이 없었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해 투자금을 편취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가상화폐 매개로 한 범죄는 사기 행각 안에 또 다른 사기까지 존재하는 것이다.

외국환 거래 주의

최근에는 가상화폐를 투자하면 FX마진거래 등 외국환 파생상품의 거래를 이용해 단기간에 50~60% 고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광고하면서, 원금과 수익을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순환마케팅 기법의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파생상품을 내세운 외환거래는 금융 플랫폼 등의 용어를 내걸고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지난해 중순 수천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사기로 적발된 렌벨캐피탈 사건이 있다. 업체는 피라미드 투자 방식, FX마진거래 등 외국환 파생상품 거래, 비트코인 투자 등 세 가지 형태를 결합했다.

이들은 미국 월스트리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유명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외국인 대표를 내세워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이러한 방식과 더불어 초기 투자자들에게 매달 수익금을 주며 신뢰를 쌓았다. 그러나 이후 돌연 수익금 지급을 중단하고 연락을 끊었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태풍을 몰고 온 이 사건은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수천 명에 이르고, 피해금액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찍은 사진

투자자 안심시키기도

비슷한 수법으로 4500억 원 상당의 피해금액을 만든 코인업 사건도 있다. 일당은 2018~2019년 사이 총재총괄 CFO’와 같은 직함을 달고 코인이 상장되면 수백프로의 고수익을 보장해주겠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수천 명에게서 수천억 원의 자금을 불법 수신하고 편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이미 수천억 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한 뒤에도 사업 지속을 빙자해 투자금을 돌려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이 신고를 하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코인업 대표는 지난해 111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8명의 간부급 코인업 관계자 중 2명에게 징역 11, 1명에게 징역 9, 3명에게 징역 7, 2명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들은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 유사수신행위를 하고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수당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을 이용했다. 심지어는 현직 대통령과 코인업 대표가 함께 찍은 것처럼 합성사진을 게재해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피해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검찰은 다른 범죄수익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를 몰수하고 있다. 별도로 생성한 전자지갑에 사기 일당이 벌어들인 비트코인을 이체해 보관하는 방식으로 압수하는 것.

대법원이 지난 2018년 가상화폐도 재화가치가 있는 재산으로, 범죄수익에 대해 몰수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아직 몰수된 가상화폐의 처리에 대해서는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직 국내에서 가상화폐 법적 성격이 규정되지 않아 공매와 같은 처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구제도 쉽지 않다. 많은 피해자들이 사기 일당의 처벌 여부보다는 자신의 돈을 돌려받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가격이 오를 수도 있다는 희망에 아직도 고소를 하지 않거나 채권단에 합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외국환 거래 등 가상화폐를 매개로 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한국블록체인 협회는 사기 피해가 급증하는 점을 들어, 본사가 미국에 있을 경우 반드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사이트를 이용해서 등록상태를 확인, 미등록 또는 미승인 투자일 경우에는 참여를 피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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