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의 고향집’ 지키기…제3의 인물 ‘물색 중’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경상남도 양산시 매곡동의 한 저택. 이 저택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로 알려져 있다.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하고 있는 경남 양산 또한 국민적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또다시 국민적 관심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바로 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지역구인 양산 갑을 놓고 여당에서 이렇다 할 국회의원 후보를 적극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가 되면서 제1야당의 입김에 젖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을 터다. 그래서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갑을 해부해 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29일 오전 경남 양산시 사저 뒷산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29일 오전 경남 양산시 사저 뒷산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 복심은 정치자금법 위반…측근들은 불출마, 김두관 '양산을'

경남 양산갑은 앞서 양산군, 양산시 시절부터 보수 진영의 세와 진보 진영의 세가 분명하게 나뉘어 있던 곳이다. 출마했던 후보들이 선거 때마다 석패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 명의 후보가 모든 지역 유권자들의 표를 싹쓸이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즉, 후보들의 지지도는 당선 당일까지 계속 엎치락뒤치락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그간 누가 양산갑에 깃발을 먼저 꽂을지를 두고 치러진 갑론을박은 전국적 이슈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바로 경남 양산에 대통령의 사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에는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깃발을 잡고 있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는 보통 불편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여당 입장에서 적진이나 다름없는 이곳에 ‘권력의 심장’으로 상징되는 ‘주군의 고향집’이 있어 반드시 빼앗아야 하는 지역구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당 또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다. 권력의 심장을 압박해야 차기 선거를 통해 재기할 수 있는 마지막 배수진이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 모두 선거에서 양산갑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제 피할 수 없다. 그야말로 건곤일척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윤영석 자유한국당 의원. [뉴시스]

 

‘돌아온 토박이’ 윤영석 vs ‘주군의 복심’ 송인배

앞서 윤 의원은 이미 양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2위로 득표한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불과 3000~4000여 표 차이로 당선되면서 지역구를 사수할 수 있게 됐다.

1964년생으로 양산에서 태어난 윤 의원은 초등학교까지 양산에서 나온 후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학교를 졸업하고서 공무원으로 활동하다 세종문화회관을 세우는 등 도시전문가로 활동했다. 게다가 미국의 하버드대학교, 중국 북경대학교 학자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이후 고향인 양산의 정치인으로 금의환향하는 데 성공했고, 오는 총선에서 다시금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얻고자 도전에 나섰다.

반면 양산 출신이 아닌 송 전 비서관은 이곳에서 금배지를 갖기 위해 5번 도전했으나 모두 낙선했다. 그 중 4번의 선거에서 당선자와의 득표율에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근접했지만 매번 석패했다.

송 전 비서관은 5번의 선거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면서 현실정치로부터 멀어지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 2016년 6월1일, 민주당 내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당선자를 내지 못한 지역구에 대한 면밀한 심사’ 등 당내 긴급 수술 조치에 반발한 송 전 비서관은 양산갑 지역위원장을 내던졌다.

그로부터 약 1년 후,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발탁돼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 비서관으로 공직에 발을 들였다. 이후에는 비서실 소속 정무비서관으로도 활동하면서 지난 9일 공직에서 물러났다. 선거 대비 공직 사퇴시한이 지난16일임을 감안할 때, 세간에서는 그가 총선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분분했다.

하지만 송 전 비서관은 현재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로써 ‘문의 복심’으로 알려진 송 전 비서관은 ‘주군의 고향집’을 지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29일 오전 경남 양산시 사저 뒷산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9월29일 오전 경남 양산시 사저 뒷산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뉴시스]


측근들은 각개전투…심장은 누가 지키나

‘주군의 고향집’이 있는 양산갑을 찾아오겠다는 민주당의 수는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문 대통령의 사저 등 고도의 정치적 상징성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탈환이 최우선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양산 지역에서 맥을 이어왔던 보수 진영의 입김을 꺾기 위해서는 거물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그래서 여권에서는 과거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김두관(경기 김포갑) 의원이 거론됐다. 이는 양산갑을 반드시 빼앗아야 한다는 여당의 각오가 일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윤 전 실장은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인물로, 송 전 비서관과 같이 ‘문의 복심’으로 분류된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첫 대선을 준비할 당시 비선 실세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는 후문까지 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인물로, 여당은 ‘주군의 고향집’을 지킬 인물로 윤 전 실장을 점찍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당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윤 전 실장은 서울 구로을 선거구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자 구로을의 현역 박영선 의원으로부터 총선 관련 자료를 받아 총선 출마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주군의 고향집’보다 구로을이 윤 전 실장에게 더 구미가 당긴다는 뜻이다.

한편 민주당의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최근 당 지도부에 직접 김 의원 차출을 공식 요청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당 최고위원회의가 종료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 위원장이 최고위원회에 참석, (부산·울산·경남)총선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갈 인물이 필요하다며 김 의원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23일 오전 양산갑이 아닌 양산을로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에게 “(제가)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울 때 저를 따뜻하게 안아 준 곳은 김포”라며 “경남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닌 것 같다”고 밝혔으나 양산을로 방향을 바꿨다. 민주당 지도부가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써 양산갑은 민주당 입장에서 끝내 무주공산이 됐다. 이미 박선미·김성훈·심경숙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주군의 고향집’이라는 고도의 정치적 상징을 놓고 양산갑에서 사투를 벌일 ‘주군의 복심’은 과연 누구일지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국회 본회의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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