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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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며 발목을 잡았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저먼트(이하 엘리엇)’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이 지난해 12월26일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주주명부에서 이름이 삭제됐다. 2018년 엘리엇은 대표 펀드인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자회사인 포터캐피털을 통해 현대차 지분 10억 달러(당시 약 1조1000억 원)어치를 보유한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엘리엇은 현대차 2.9%, 현대모비스 2.6%, 기아차 2.1%를 각각 지분을 보유했었다. 업계에서는 지분을 공개한지 20개월 만에 지분 매각한 것을 두고 우선 투자 손실이 수천억 원대로 불어난 것을 이유로 보고 있다. 현대차 주가가 2018년 3~4월에는 주당 15만원에서 16만원까지 유지했으나 그해 11월 주가가 반토막으로 떨어졌다.

엘리엇의 지분 매각이 언제 이뤄졌는지 구체적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IB업계는 엘리엇의 손실액을 3000억~5000억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앓던 이가 빠진 만큼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은 복잡한 지배구조 간소화를 이유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를 요구했다. 또한 지난해 주주총회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사외이사 자리와 8조3000억 원 규모의 고배당 등도 함께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도 엘리엇의 이 같은 행동을 반대하며 주총 표결에서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의 이 같은 공격에 현대차그룹은 배당성향을 끌어올리고 자사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등 친주주 정책을 펼치며 중소 주주들을 현대차 편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엘리엇이 철수하게 되면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이미 발표한 61조 원대의 미래차 투자 등에 가속을 붙일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은 오너 지분이 많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차와 기아차 등이다. 핵심 계열사 대주주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리해 정 수석부회장 지배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트랜시스 등 일부 계열사의 사업영역도 조정해 동시에 구조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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