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012시즌,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는 1996년 이후 16년 만에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시애틀에서 오클라호마시티로 연고지를 옮긴 지 4년 만의 쾌거였다. 오클라호마시티 시민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환호했다.
그 당시 주역은 러셀 웨스트브룩,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 등이었다.
썬더는 서부콘퍼런스 2번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콘퍼런스 1라운드에서 댈러스 매버릭스를 4-0으로 가볍게 제친 후 준결승전에서 LA 레이커스를 4-1로 꺾고 결승전에 올랐다. 1번시드의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맞붙은 썬더는 열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6차전 끝에 4-2로 승리, 대망의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최종 결승전 상대는 르브론 제임스가 버티고 있던 마이애미 히트였다. 비록 전체적인 전력에서 히트에 다소 뒤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썬더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썬더는 플레이오프 내내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었던 홈 경기에서 1승1패를 기록하는 바람에 1-4로 아깝게 패하고 말았다.
아쉬움을 달래고 홈으로 돌아온 썬더 선수들은 공황에서 썬더 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로컬 TV 방송국들은 이들의 귀한 모습을 생중계하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뜻밖의 환대를 받은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는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팬들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썬더 선수들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아니, 지킬 수가 없었다는 게 정확하다.
시즌 후 팀 공격과 수비의 주역이었던 하든이 돌연 휴스턴 로키츠행을 선언한 것이다. 스타팅멤버는 아니지만 주전 같은 식스맨으로 맹활약한 하든은 썬더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공간이 확보되지 않자 주전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로키츠로 미련 없이 떠났다. 로키츠로 이적한 하든은 특유의 외곽슛과 날카로운 돌파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든을 떠나보낸 썬더는 식스맨의 공백을 메우지 못한 채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중간에 번번이 탈락했다. 숙원이었던 우승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우승 반지를 간절히 원했던 듀란트는 실망했다. 썬더에서 꿈을 이룰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했다. 워리어스는 당시 NBA 최고의 팀이었다. 덕분에 듀란트는 힘들이지 않고 우승 반지를 거머쥘 수 있었다.
듀란트마저 떠나버리자 웨스트브룩은 혼자서 썬더를 이끌어야 했다. 폴 조지라는 걸출한 선수가 들어왔으나 예전의 전력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썬더는 시간이 갈수록 그저 그런 팀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폴 조지가 이번 시즌을 앞두고 LA 클리퍼스로의 트레이드를 요청하는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토론토 랩터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카와이 레너드가 클리퍼스로 이적하자 자신도 레너드를 따라 클리퍼스로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조지와 이미 다년 계약을 맺은 썬더 지도부는 내심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썬더는 조지를 클리퍼스로 보내주었다. 조지가 자신의 의지로 썬더에 트레이드된 것이 아니기 때문. 게다가 조지는 썬더에 있는 동안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 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지가 떠나자 이번에는 웨스트브룩이 움직였다. 조지마저 없는 썬더에서 우승 반지에 대한 자신의 꿈을 이룰 가능성이 제로하고 판단한 그는 절친 하든이 있는 로키츠로 트레이드해줄 것을 구단에 요청했다.
구단은 또 한 번 충격에 빠졌다. 웨스트브룩마저 떠난다면 남아있는 선수들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난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은 썬더에 오래 있으면서 팀에 헌신한 웨스트브룩의 요청을 흔쾌히 들어주기로 했다. 이 참에 팀을 완전히 리빌딩 체제로 바꿔 몇 년 후를 기약하기로 한 것이다.
주전들의 대거 이탈로 하위권으로 처질 것으로 예상됐던 썬더는 그러나 2019~2020 시즌 중반이 지난 현재 서부콘퍼런스 7위를 굳건히 지키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주전들을 트레이드하면서 받은 선수들이 의외의 활약을 펼치며 기대하지도 않았던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이와는 반대로 우승 반지를 위해 썬더를 떠나 로키츠로 간 웨스트브룩은 예전의 실력을 그대로 뽐내고는 있으나 정작 팀은 6위에 머물고 있어 이번 시즌에 우승 반지를 획득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아직까지는 하든-웨스트브룩 콤비의 시너지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설사 웨스트브룩 합류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해도 로키츠가 우승까지 넘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하든-웨스트브룩 듀오가 타 구단 듀오에 비해 파괴력이 뛰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하든과 달리 우승 반지를 위해 썬더를 떠난 웨스트브룩은 로키츠에서 이루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또 한 번 팀을 옮겨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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