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포럼 명함 일련번호 두고 ‘설왕설래’


이명박 전서울시장의 캠프가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1위를 유지하면서 발 빠른 인사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캠프에서는 효율적인 인적관리를 위해 명함을 활용하고 있다. 명함 대장을 만들고 일련번호를 명함에 새겨 놓은 것이다. 하지만 명함에 새긴 일련번호가 ‘서열’순이라는 얘기가 불거지면서 이 전시장이 몹시 화를 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자칫 캠프내 파워 게임으로 번질 소지가 높고 새로운 인사를 영입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공식 명함을 가진 인사가 채 10명도 되지 않는 박근혜 진영에서는 일련번호까지 명함에 넣은 것에 대해 “참모들간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명박 캠프에서는 안국포럼(Anguk Forum)의 이니셜을 따 AF001, AF002 등 일련번호를 매기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30여명에게 공식 명함이 발급됐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캠프 주변에서는 AF100번이 진작에 넘어섰다는 말이 돌고 있다. 문제는 명함에 매긴 일련 번호가 서열순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이 전시장의 심경을 건드렸다.

AF 001 이명박 002 이춘식, 정태근 007
이 전시장은 당초 AF001이었다. 그러나 안국포럼 명함을 쓰지 않고 이명박 이름 세글자에 안국포럼 주소와 홈페이지 그리고 연락처가 적혀 있는 개인 명함을 쓰고 있다. AF002부터는 서울시장에 재직 당시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명함에 일련번호를 매겨 발행했다. 당시 박영준 전서울시 정무국장(AF006)과 강승규 전서울시 홍보기획관(AF008)이 일련번호를 매기는 안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명함 관리를 하고 있는 박 전국장은 “발급대장과 일련번호를 매긴 것은 명함 사칭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며 “서열순이 아닌 나이순으로 처음에 발급했고 이후 캠프에 참여하는 순으로 번호를 부여했다”고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한마디로 인적관리 프로그램 차원에서 고유번호를 부여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AF028을 가진 안국포럼의 한 인사는 이 전시장 캠프 운영 스타일을 예로 들면서 일련번호와 서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캠프의 특징은 비서와 공보를 제외한 모든 인사들에게 특별한 직책을 주지 않고 책상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저 ‘알아서 일하라’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곧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라는 것으로 오히려 서열파괴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면서 이 고유 번호가 조선시대 ‘마패’처럼 작용하기 시작했다. 명함을 소유한 사람은 이 전시장이 ‘자기 사람’으로 공식 인정한 것으로 조직과 돈을 끌어들일 수 있는 특권을 가졌기 때문이다.

까다로운 ‘명함 발급 절차
때문에 명함을 발급하기까지 까다로운 절차를 밟는다. 일단 이력서를 통해 1차적으로 고르고 2차적으로 역량, 충성도 분야별 전문가인지를 검증하는 회의를 거친다. 물론 이 전시장에게 최종 보고를 하고 발급 여부가 판가름이 난다.
사단은 이 일련번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서열순이라는 말이 이 전시장에게 들어가면서 발생했다. 이 전시장이 평소와는 다르게 매우 화를 낸 것이다.
AF007을 부여받은 정태근 전정무부시장은 이 전시장이 진노한 것과 관련해 “이 전시장은 너무 편의성에 의존해 부작용을 소홀히 했다며 무엇보다 뒤늦게 오는 사람들에게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지 부담을 주면 안된다고 질책했다”고 전했다. 정 전부시장은 이후 캠프에서 발행된 명함에는 고유번호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그는 문제가 더 불거질 경우엔 기존의 명함을 폐기하고 새로 명함을 발급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 합류한 신재민 전주간조선부국장은 “나는 안국포럼 명함을 쓰지 않고 개인 명함을 쓴다”며 “번호 운운하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평했다.

박근혜, ‘위화감 조성’ 우려
이 전시장 캠프와는 달리 박근혜 전대표의 캠프에는 공식 명함을 가진 인사가 10명뿐이다. 따로 명함 대장을 만들거나 번호를 매길 정도로 많은 숫자가 아니라는 게 캠프 관계자의 얘기다. 박 캠프는 연초 사무실을 확장할 예정이고, 인력이 보충될 경우에 별도로 관리할 계획이다.
현재 박근혜 캠프에서 명함을 발급하는 절차는 1차적으로 이력서를 통해서 거른다. 그 후 회의를 거쳐 결정되면 박 전대표에게 보고된다. 특이한 것은 박 전대표가 직접 들어올 사람을 인터뷰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점이다.
마포에 위치한 별도 박 전대표의 비선 캠프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캠프 명함없이 활동하고 있다. 주로 정무와 홍보, 조직을 담당하는 마포 캠프에는 이연홍 전중앙일보 기자를 비롯해 이정기 전 중앙위 위원, 홍윤식 전특보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경선 캠프가 꾸려지기 전까지 각자 개인 명함을 갖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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