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 명절에 모처럼 만난 고향사람들 표정이 결코 온화해 보이지가 않았다.

어둡고 화가 잔뜩 나 있는 그런 얼굴들이었다.

누군가의 말이 새롭다. 주인 말 잘 듣고 따르며 집도 잘 지키는 충견(忠犬)인 줄 믿고 온갖 것 먹이고 입히며 키웠더니 다 키워놓고 보니 주인을 위협한다고 했다.

그만큼 진보진영에 묻혀 정의와 공정을 입에 달고 살아 실체를 위장해온 소위 운동권의 반자유민주주의 세력과 거짓 위선 집단에 대한 분노가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잘못돼 가는 세상을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는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심판할 수단은 오는 4월 총선뿐인데 여권의 폭주 앞에 속수무책으로 나가떨어지는 제1야당의 무능과 분열상을 보면서 일말의 희망도 갖지 못하는 불안감이 여실했다.

지리멸렬한 보수가 일단은 묻지마식 통합을 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지들끼리 X이다, 된장이다 손가락질 말고 색깔만 같으면 일단 합치고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다음 판단은 국민 몫으로 공천과정이나 본 선거를 통해 누가 X이고 누가 된장인가를 심판 받으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권은 ‘주류세력 교체’라는 슬로건으로 저소득서민층을 포함해서 이 정부 들어 급격히 늘어난 상대적 빈곤층을 겨냥하고, 노동계를 우군으로 하여 자본시장을 압박하고 있다.

이 경제 난국에도 과반의 국민 지지를 받는다는 당찬 계산이 깔려 있다. 지난 탄핵정국을 겪으면서 보수진영이 참담한 지경으로 무너지고 찢어져 있는 이 때가 해방 후 70여 년 만에 찾아온 다시 못 올 기회로 본다.

집권세력은 전투적 자신감과 함께 지금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모든 게 끝장이라는 강박관념을 안고 온갖 낯 뜨거운 일들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광석화처럼 해치웠다.

어제까지 그랬고,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밀어붙이고 해치울 것이다. 

거치적거리는 비판의 목소리는 정권 친위대의 SNS를 도배한 집중포화로 일거에 제압해 버리면 그만이다.

이래도 보수는 끝없이 분열하고 중도는 계속 무관심할 것이냐는 자성의 소리가 쉰 목소리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도 정치 안마당의 반문, 보수세력은 정략과 가슴에 달 배지가 먼저다. 

나라가 뒤집어지고 말고는 다음 문제이고 당면의 문제는 자신의 영달이 중요한 이런 사람들도 아주 바보일 수는 없기 때문에 보수 야권세력이 단일대오가 돼야 한다는 마음은 이제 같아 보인다. 

그러면 합종으로 뭉치는 길만이 살길이라는 답이 마련된 터다. 이렇게 되면 이제 통합 야당의 지분싸움 외로 풀어야 할 과제는 심정적 문제 하나가 남는다. ‘당신 같으면 보기 싫은 사람 사는 집에 가고 싶겠느냐’는 반론 말이다. 사람 심리가 다르지 않다.

생필품 하나를 사더라도 편의점 주인이나 종업원 얼굴이 보기 싫으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바꾸기 마련이다. 

이럴 때 억지로 발길을 붙들어 매는 것은 역시 다른 편의점에 내가 찾는 품목이 없는 경우다.

같은 이치로 싫든 좋든 각론을 따지지 말고 보수진영이 오로지 국민만 보고 하나 되어 처절히 호객행위에 나서야 한다. 

선거연대는 논외의 문제다. 같이 살 것인가, 같이 죽을 것인가, 절체절명의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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