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곽영미 기자] 김학범호가 한국 축구에 새 역사를 썼다.

한국은 26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결승에서 1-0으로 승리, 대회 첫 우승의 기쁨을 안았다.

우승의 주역은 정태욱(대구)이었다. 그는 연장 후반 8분 천금 같은 헤딩 결승골을 터뜨리며 1-0 승리를 견인했다.

이날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결승에서 4-2-3-1 전술을 들고 나왔다. 오세훈(상주)을 원톱으로 내새웠고, 2선에는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김진규(부산), 김진야(서울)가 배치됐다. 중원에는 원두재(울산)와 김동현(성남)이, 포백 수비라인에는 강윤성(제주), 이상민(울산), 정태욱(대구), 이유현(전남)이 섰다. 골키퍼는 변함없이 송범근이 자리했다.

전후반 90분 동안 두 팀 모두 여러 차례 기회를 맞았지만, 골을 기록하는 데 실패하며 승부를 결정 짓지 못했다. 전반 12분에는 백패스를 받은 송범근의 트래핑 실수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간신히 걷어내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전반 20분에는 한국의 공격이 이어졌다. 정우영이 수비수 다리 사이로 공을 뺀 뒤 슛을 날렸지만 사우디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42분에도 정우영은 크로스를 받아 결정적 기회를 맞았지만 슛이 골대를 크게 벗어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역시 이동준(부산), 이동경(울산)을 교체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지만 승부를 결정짓는 데는 실패했다. 연장전에 돌입해서도 두 팀 모두 부족한 마무리로 승기를 가져오지 못했다.

승부차기가 몇 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94cm의 수비수 정태욱이 날아올랐다. 연장 후반 8분 이동경이 프리킥한 공을 정태욱이 헤딩슛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골망을 흔든 것. 이후 한국은 남은 시간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격을 막아내며 승리를 확정했다.

한국 이번 대회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6전 전승을 기록하며 U-23 챔피언십 첫 우승을 차지했으며,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대회 후 김학범 감독은 “성적도 생각해야 했고, 올림픽 티켓도 따야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어려웠다는 것을 느낀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힌 뒤 “우리 팀은 특출한 선수가 없다. 한 발 더 뛰고 희생하는 원팀 정신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고 우승 요인을 설명했다.

이어 올림픽 목표에 대해 김 감독은 “지금 올림픽 목표를 말하기는 그렇다. 현재 2012년 동메달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승전에서 천금 같은 결승골을 기록한 정태욱은 “항상 욕심이 났던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은 더 간절했다. 동경이가 너무 좋은 크로스를 올려줬다. 그래서 좋았던 것 같다. 갈망했던 것이고 욕심이 있었기에 득점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당시 속내를 내비쳤다.

이번 대회의 MVP는 한국의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가 선정됐다. MVP 선정 소감을 묻자 원두재는 “내가 잘해서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3명이 다 열심히 해서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팀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우승 소감을 묻자 원두재는 “올림픽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서 기뻤지만 두 번째 목표가 우승이었다. 우리가 그 역사를 첫 번째로 쓰게 돼 정말 좋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