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더스티 베이커일까?

이른바 ‘사인 훔치기’ 논란에 휩싸여 타 구단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장고 끝에 올해 나이 71세의 백전노장 베이커를 새 감독으로 택했다. AJ 힌치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한지 2주만이다. 

휴스턴은 베이커와 1+1 계약을 맺었다. 2020년 후 구단이 2021년 옵션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내용이다. 

휴스턴은 베이커를 감독으로 결정하기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여러 베테란 감독들을 상대로 면접을 진행했다. 

그러나 휴스턴은 힌치 경질 후 일찌감치 베이커를 후임 감독으로 점 찍어 놓았다. 10명에 가까운 감독 후보들을 면접한 것은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구단으로서 후임 감독 선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휴스턴은 30개 구단 중 비교적 젊은 구단 중 하나로 꼽힌다. 빌드업을 끝낸 지 얼마 되지도 않는다. 애리조나에서 실패한 힌치 감독을 데려온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빌드업을 막 끝낸 구단으로서는 젊은 감독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서 40대의 힌치는 적격이었다. 

여기에 제프 르나우 단장은 힌치와의 찰떡궁합을 이루며 지략가다운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랬던 힌치와 르나우가 ‘사인 훔치기’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자 휴스턴은 글자 그대로 ‘맨붕’ 상태에 빠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휴스턴은 탁월한 위기 대처 능력을 보여주었다. 힌치와 르나우가 MLB 사무국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를 받자 재빨리 이들을 경질했다. 그리고 마침내 베이커를 후임감독에 앉혔다.  

휴스턴의 베이커 선임은 사실상 위기에 빠진 팀 분위기를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일종의 과도기용으로 풀이된다.

베이커는 아직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은 없지만 화려한 경력의 소지자다. 경기에서 이기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다.

게다가 자칫 실의에 빠질 수 있는 선수들을 덕아웃에서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격 인물이다. 과거 추신수가 신시내티에서 뛸 때 신시내티 감독이었던 베이커는 추신수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수 그의 멘토가 되어준 적이 있다. 추신수는 지금도 베이커를 존경하고 있다.

그렇다면 휴스턴은 베이커와 왜 1+1 계약을 했을까?

사실상 1년 계약으로 보면 된다. 2020 시즌에서 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 또는 그와 비슷한 성적을 낼 경우 예우 차원에서 베이커와 1년 더 함께 하겠다는 표현이다. 2020 시즌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휴스턴은 힌치와 같은 젊은 감독을 후임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물론 힌치 전 감독도 포함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베이커는 1년짜리 과도기용 감독이라는 게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