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으로 시끄럽던 ‘노사충돌’, 7개월여 대립 결과는?

SKC 본사 앞에 내걸린 KCFT노조 측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SKC 본사 앞에 내걸린 KCFT노조 측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SK그룹의 화학 계열사 SKC(대표이사 이완재)가 지난 7일 케이씨에프티테크놀로지(KCFT) 주식대금을 완납하고 인수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KCFT를 약 1조2000억 원에 인수해 100% 투자사가 된 것. SKC는 KCFT의 기술력에 SKC의 기술 노하우를 더해 시장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가운데 인수 발표 시점부터 삐걱댄 내부 잡음은 약 7개월 동안 지속됐다. 설 연휴만 하더라도 KCFT노조는 종로 SKC 본사 앞에 현수막을 내걸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수차례 상경투쟁을 이어갔다. 본지 확인 결과 오늘(31일) 기준 이들은 일부 합의가 진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SKC, KCFT 투자사 ‘인수절차 완료’...‘임금’ ‘단협안’ 틈새 봉합 마무리?

노사 교섭 후 총파업은 철회했지만...노조측 “추가적인 논의 필요할 것”


KCFT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 이온전지용 동박 생산 업체다. 지난해 기준 전세계 동박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하며 글로벌 1위에도 올랐다. KCFT는 지난해 초 KKR이 LS그룹으로부터 LS오토모티브 지분 47%를 사들일 때 함께 인수됐다. KKR은 최근까지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회수도 검토했지만 SKC가 지분 전체를 사들이기로 하면서 경영권 매각으로 선회했다.

KCFT가 생산하는 동박은 구리를 고도의 공정 기술로 얇게 만든 막이다. 2차 전지 음극재에 쓰이는 핵심 소재인데, 얇을수록 많은 음극 활물질을 담을 수 있어 배터리 고용량화와 경량화에 유리하다. SKC는 이 같은 KCFT의 기술력에 SKC의 40년 필름 기술 노하우를 더해 더 얇고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개발,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전라북도, 정읍시와 투자협약을 맺고 내년 상반기까지 정읍공장에 생산능력 1만t가량의 5공장을 증설키로 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물론, 해외 생산 거점 확보도 검토 중이다.

증권가에서도 인수에 따른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이달 초 “KCFT 실적이 올해부터 반영되면서 SKC의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라며 “올해 이후 큰 폭의 실적 개선과 2차전지 소재 업체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밸류에이션 갭 축소가 예상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SKC 본사 앞에 내걸린 KCFT노조 측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SKC 본사 앞에 내걸린 KCFT노조 측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생존권 보장, 답하라”

이들의 ‘당찬’ 계획과 호의적인 여론 가운데서도 인수과정의 시작점부터 발생한 내부 갈등은 끈은 최근까지 매듭짓지 못해왔다. SKC가 인수를 확정한 당시 KCFT노동조합(이하 노조)는 SKC가 매각 발표 이후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고용보장과 향후 회사 투자계획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SKC가 해외공장에 증설투자를 하는데, 이에 대한 노동 조건이나 처우 등의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총파업과 함께 종로 SKC 본사 앞에 현수막을 내걸고, 수차례 상경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KCFT노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관련 처우나 노동조건 등에 대한 조항을 단체협약에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SKC로부터 ‘경영권 침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며 “하청 근로자는 소모품이 아니므로 피땀 흘려 일군 일터인 우리자리를 되돌려 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함께 KKR이 한국 사업부를 매각해 얻은 9000억 원의 차익의 일부도 돌아오지 않은 점과 KCFT 측의 방관적 태도도 함께 비판했다. 해당 관계자는 “KCFT 역시 고용보장 약속, 성과 배분 보장 등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등 도움준 것이 없다”며 “KKR의 투기자본을 배불리는 SKC는 빚더미에 앉은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에 대답해 달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SKC에 ▲선제적인 노동조합과 대화 ▲단체협약 체결을 통한 고용불안 해소 등을 요구했으며, KCFT에는 ▲즉각적으로 교섭에 나설 것 ▲진행되는 노조 와해 공작 금지 ▲책임감 있는 교섭 마무리 ▲9000억 원의 차액 중 10%의 공정분배금을 노동자에게 지급 등을 요구해왔다.

노조반발에 시각차 뚜렷

이 같은 노조 측의 움직임에 적지 않은 시선이 쏠린 가운데,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극명했다. 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은 동의한다면서도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며 파업을 강행‧집회하는 것이 노조의 근본적 취지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소식을 접한 A씨는 “대놓고 돈 달라고 할 수 없어 고용불안을 주장하는 격”이라며 “같은 노동자의 입장으로서 이해하려다가도 과도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KCFT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는 임단협 초기부터 주주 변경 이후에도 고용승계를 보장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고용이 불안하다는 조합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조합은 10%가 넘는 기본급 인상은 물론 1인당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고, 현재 대주주에 요구하는 매각위로금은 1인당 3억 원이 넘는 등 전체적으로 1인당 4억5000만 원 이상을 요구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의 움직임을 둔 설전이 오갔던 가운데 본지 확인 결과 오늘(31일) 기준 노조측은 KCFT와 SKC와 일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SKC측은 현재 노사합의가 끝났다는 입장을 보였으며, 노조측은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SKC 측 관계자는 오늘(31일) “노사합의가 지난주 마무리 됐으며, 노사간 잠정합의안을 도출해 대부분의 노조원이 합의안에 찬성해 지난 30일부터 정상 가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측은 “임금에 대한 부분은 합의가 이뤄졌지만 100% 단협안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KCFT와의 매각차익금 10%에 대해서는 근무 개월 수에 따른 차등 지급 방식으로 1인당 1200만 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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