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건 부교수
이연건 부교수

오늘날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몇 번의 클릭이면 찾고자 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정보를 쉽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소비되는 정보에는 정제되지 않은 것들도 많아, 정확한 정보의 수집과 비판적 습득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원자력의 경우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문제이다 보니 같은 사안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시선들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300년간 북태평양산 수산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거나, 한빛 1호기가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 중 수동정지한 사건이 체르노빌과 비견될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등의 자극적인 주장은 쉽사리 대중의 뇌리에 파고들어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원자력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공공의 편익과 직결되는 만큼 가공된 ‘거짓 정보’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하려는 노력과 건강한 논의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2018년 6월에 의결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가 왜곡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근거하였다는 최근의 보도는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외부 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 초안에 대한 검토회의에서, 월성 1호기 이용률은 70%에서 60%로, 전력 판매단가는 kWh당 60.76원에서 2022년 48.78원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가정하기로 합의하면서 계속 운전 시 이득이 사흘 만에 연 1778억 원에서 연 22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는 것이다. 

과거 평균 이용률이 79%에 달했던 원전의 경제성이 이렇게 고무줄 늘어나듯 달라질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되었던 용역보고서가 이사회 의결 후 1년 반 동안 비공개된 까닭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당초 설계수명을 연장한 원전에 대해 안전성의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지금은 경제성이 폐쇄의 이유가 된 점 역시 의아하다. 정보의 왜곡 없이는 월성 1호기를 폐쇄할 근거를 마련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도리어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이 우리 사회에 가져다 주는 실익이 크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어떠한 과학기술이 인명 피해 등 심각한 사회적 위험을 유발한다면 이는 마땅히 도태되어야 할 것이다. 혹은 KTX 등장 후의 무궁화호와 같이, 다른 과학기술에 비해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시장에서 자연스레 대체될 것이며, 산업구조 및 종사인력의 변동 역시 다소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1978년 고리 1호기 운전시작 이후 원자력 에너지는 방사선 사고로 우리 국민의 건강을 위협한 적도 없거니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등장한 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치워야 할 판도라 상자로 내몰리고 있다. 원자력은 여전히 국내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 공급원이며, 미세먼지 배출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임에도 말이다.

지난해 미국의 한 방송사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모티브로 제작된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을 방영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 드라마는 경색된 정보 통제와 폐쇄적인 의사결정의 폐해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감독 역시 인터뷰에서 밝혔듯 정말 위험한 것은 거짓, 교만, 그리고 비판의 억압이라고 말한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첫 장면의 대사로 귀결된다. “거짓의 대가는 무엇인가.”

최근에 뜨겁게 이슈가 되고 있는 월성1호기 생매장에 사용된 판매단가 48.78원 적용은 2018년 당시 한전이 발표한 기준 전기원가인 113원을 고려했을 때 터무니없는 거짓 정보이다. ‘거짓 정보’에 기대어, 혹은 ‘거짓 정보’를 활용하여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가동 중인 원전의 안전을 담보하지도 않을뿐더러, 우리 사회가 불필요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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