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선거일까진 불과 70여 일 남았지만 총선 민심은 어지럽다. 주요 정당, 세력의 이합집산이 끝나지 않았다. 보수진영은 한편으론 통합을, 또 한편으론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안철수는 독자 창당 방침을 굳혔다. 바르미래당,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은 호남 기반 통합신당을 노리고 있다.

무당층도 급증 추세다. 3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은 33%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34%)과 맞먹는 수준이다. 작년 12월 1주 21%이던 무당층은 수직상승했다. 민주당에서 빠진 지지율이 거의 무당층으로 옮겨간 것이다(이하 여론조사 관련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성·호남·30대 이탈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총선을 앞둔 영입인사 미투 논란, 예비후보 적격심사, 검찰의 여권 무더기 기소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민주당엔 악재다. 정부의 갈팡질팡 대응에 대한 여론이 매우 좋지 않다.

보수진영도 반사효과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지지율은 1월 3주보다 소폭 하락한 21%로 나타났다. 새보수당도 2%에 그쳐 1월 3주에 비해 떨어졌다. 여건이 좋지 않지만 보수진영은 통합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당 일각, 박형준 혁통추 위원장, 새보수당 일각에선 통합만 되면 원내 1당은 물론 과반도 가능하다고 본다.

보수진영은 2016년 4월 총선과 같은 역전도 기대하고 있다. 당시에 여론조사론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우위가 이어졌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을 합해도 새누리당에 미치지 못했다. 막상 개표함이 열리자 반전이 일어났다. 민주당은 원내 1당으로, 국민의당은 3당으로 도약해 뒤바뀐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이 이번엔 지난 총선 민주당·국민의당 역전을 재현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부터 꼭 4년 전과 비교해 보자. 2016년 1월 4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은 39%를 획득해 1위였다. 민주당 20%, 국민의당 12%, 무당층은 25%이다. 무당층은 19세∼29세가 37%로 가장 많았고 30대와 40대가 28%로 그 뒤를 이었다.

평면적 지지율로 보면 새누리당 압승 구도이다. 문제는 무당층(25%) 구성이다. 2040이 다수를 차지해 범진보 성향을 띠고 있었던 것이다. 새누리당(39%)은 이들 3자(민주당 20%+국민당 12%+무당층 25%=57%)에 포위되어 있었던 셈이다. 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지역구는 민주당, 호남 지역구는 국민의당, 비례투표는 국민의당 식(式)으로 교차투표에 나섰다. 새누리당이 완패한 이유다.

31일 발표된 1월 5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34%, 보수 진영은 23%(한국당+새보수당)이다. 무당층(33%)은 18∼29세 53%, 60대 이상 33%, 30대 30%, 40대 28%, 50대 24% 순이다. 통상 50대 미만은 범 진보, 이상은 범 보수로 분류된다. 무당층은 범 진보가 다수인 셈이다. 

무당층 구성으로 볼 때 보수 진영이 기대하는 총선 역전은 쉽지 않다. 보수 통합도 탄핵 이전 새누리당 회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찰·쇄신을 담은 질적 통합이 아니라면 통합보수 신당에 대한 국민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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