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vs ‘현역’ 정재호 전 청와대 비서관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4·15 총선이 이제 2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한 만큼 곳곳에서 혈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혈전을 펼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특히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이는 고양 을에서는 ‘노무현의 사람’들 간의 대결이 펼쳐진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을 역임한 정재호 의원과 ‘노무현의 필사’로 알려진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의 경선에 주목해보자.

정재호 의원(좌)과 윤태영 전 대변인(우) [뉴시스]
정재호 의원(좌)과 윤태영 전 대변인(우) [뉴시스]

‘격전’서 승리하고 당선됐던 정재호 vs ‘문 대통령 취임사’ 쓴 윤태영

총선을 앞두고 곳곳에서 굵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여의도 입성의 꿈을 안고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는 60여 명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지역구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참모 출신의 맞대결이 펼쳐지는 고양 을이다.

이곳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사회조정비서관을 지낸 정재호 의원의 지역구다. 정 의원은 지난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보좌역으로 정치를 시작한 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실 행정관, 사회조정비서관을 맡은 바 있다.

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를 900여 표 차이로 제치고 신승을 거뒀다. 당초 정 의원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건강 문제로 출마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공식적으로 재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정 의원은 같은 날 고양시덕양구선거관리위원회에 제21대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도 마쳤다. 그는 출마 선언문에서 ‘덕양의 지도를 확 바꿨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놓고 지난 4년간 추진한 ‘덕양시 프로젝트 시즌1’의 성과를 알리고, ‘덕양시 프로젝트 시즌2’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덕양시 프로젝트 시즌2’에는 ▲행신중앙로역의 차질 없는 유치 ▲경의선 향동역 신설 ▲신분당선 삼송역 연장 ▲원종-홍대선 덕은역 유치 ▲공항철도 현천역 신설 등 5개 역사의 신설 ▲자유로·강변북로 지하화 및 대심도 지하도로 건설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의 교통 혼잡의 대안제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정 의원은 “덕양구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서울에 치이고, 일산에 밀려왔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일산 중심의 고양시 정책에서 덕양 중심의 수도권 서북부 정책으로의 전환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 의원에 맞설 가장 강력한 후보로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꼽힌다. 윤 전 대변인은 참여정부 시절 두 번의 대변인과 연설기획비서관·제1부속실장을 하면서 ‘노무현의 필사’로 불린 인물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충격으로 칩거하던 중 2012년 문 대통령의 선거를 도우며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명문장을 탄생시켰다. 또 지난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쓰기도 했다.

대통령의 취임사는 5년 임기 동안 취임식 단 한 차례밖에 없는 데다 향후 국정 운영의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해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여진다. 문 대통령이 가진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전 대변인으로서는 대통령의 큰 믿음을 얻고 있다는 부분이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과거 한솥밥을 먹던 두 거물이 이제 단 한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정 의원과 윤 전 대변인 중 어떤 인물이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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