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은퇴 선언에 검찰수사까지 받는 임종석, ‘총선 역할론’ 급부상 

[일요서울 | 강하늘 기자] 지난해 말 돌연 정치 현장에서 퇴장하겠다고 선언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자연인 임종석’을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그가 정치권에 소환되고 있다. 청와대 하명 수사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며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4·15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는 ‘임종석 역할론’이 급부상했다. 스스로 정치 일선에서의 퇴장을 선택하고 검찰의 수사까지 받고 있는 임 전 실장을 감싸고 정치 현장으로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뉴시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뉴시스]

-‘임종석 정치적 효용성 여전’, 선대위 참여·광진을 등 출마 ‘무성’

한양대 총학생회장 출신이자 제3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으로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386세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친문(친문재인)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이 때문에 그는 신친문으로 분류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통령 비서실장 ‘자기정치’로 친문 주류 미운털

특히 그는 비서실장 시절 조용한 참모진 역할 수행이 아닌 도드라진 행보를 보이며 야당의 집중 난타 대상이 됐었다. 

일례를 들면 임 전 실장의 ‘검은색 선글라스, 비무장지대(DMZ) 시찰’의 경우가 그렇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 순방 기간 중이던 지난 2018년 10월 당시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대동해 DMZ 지뢰 제거작업이 진행되는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를 방문하고, 청와대 유튜브 계정을 통해 당시 방문 영상을 공개하면서 야당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보수야당은 임 전 실장을 ‘제2의 차지철, 최순실’로 비유하기까지 하며 그가 문재인 정권의 실질적 ‘2인자’로서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며 공격을 퍼부었다. 당시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임 전 실장이 마치 권력 2인자처럼 검은색 선글라스를 끼고 비무장지대를 시찰한 것에 대해 크게 노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와 함께 임 전 실장이 자신이 무리하게 인사한 최측근이 청와대 인근에서 음주운전에 걸려 대국민 사과를 한 일이나 비서실장이면서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는 것을 즐기는 듯한 행보를 보인 것 등도 친문 주류에서는 곱지 않게 바라봤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그는 지난해 1월 청와대를 나온 이후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로 이사하면서 이번 4·15총선에서 종로 출마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러나 돌연 그는 지난해 11월17일 총선 불출마를 넘어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당시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며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깜짝’ 정계은퇴 검찰소환, ‘정권 핵심’에서 멀어진 任

그의 갑작스런 정계은퇴 선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뒤따랐고, 총선 인적쇄신론과 맞물려 ‘386세대’ 정치인들의 ‘용퇴론’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제도권 정치를 떠나 다시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당장 그의 역할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는 한때 신친문으로 정권 핵심에서 존재감을 자랑했으니 정권 핵심 이너서클에서 멀어진 모습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조사까지 받으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그는 청와대 하명 수사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지난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11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그는 대체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포토라인에 서서 “이번 사건은 작년 11월 검찰총장 지시로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 8개월 덮어놓은 사건을 이첩할 때부터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됐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그 기획이 그럴듯해도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며 검찰에 날을 세웠다.

일각에서는 임 전 실장을 보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 캠프 정무팀장을 맡았던 안 전 지사는 과거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었다.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핵심인 문재인 대통령 등이 중심이 된 ‘부산팀’과 달리 ‘금강팀’이었던 안 전 지사가 노무현 후보 캠프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 책임을 지고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다. 검찰은 4월 총선 이후 임 전 실장의 처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청와대 최고 지휘라인에 있던 임 전 실장을 ‘몸통’으로 규정하는 수준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적극 엄호하는 것과는 달리 임 전 실장에게는 다른 결로 대응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남북 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임 전 실장의 역할이 절실한 것도 아니고 임 전 실장이 원래 친문 주류도 아니었다는 점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대응보다는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조친노·386 ‘임종석 역할론’, 任의 선택은

그러나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원조 친노그룹과 ‘386그룹’을 중심으로 적극 옹호하며 ‘임종석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원조 친노인 이해찬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임 전 실장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음에도 ‘총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1일 민주당 정강정책 방송연설 첫 연설자로 나서면서 사실상 정치 복귀라는 해석이 나왔다. 임 전 실장은 정강정책 연설에서 “미래세대에 평화를 넘겨주자”라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힘을 실어 달라고 강하게 호소했다. 

그는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은 평화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이기도 했다”라고 총선 불출마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 재개 의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임 전 실장이 이번 연설에 나선 것은 당내 인사들의 전방위 설득작업을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참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등 총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임 전 실장이 출마를 하지 않더라도 선대위에서 역할을 맡아 전국을 돌며 후보들을 위해 지원유세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도부는 자유한국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항마로 광진을에 그를 내세우는 것을 검토하고 이를 위해 이 지역 인물 경쟁력 여론조사도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직접 임 전 실장을 만나 출마를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최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임 전 실장에 대해 “그동안 정당 활동보다는 남북관계 쪽에서 (활동했고), 불출마도 선언을 했는데 정책방송에 출연하시는 것을 보면 또 정당을 완전히 떠나신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모시려고 한다. 정치를 쭉 해 왔기 때문에 역시 정당 속에서 함께하는 것이 좋다”라고 총선에서 역할을 맡기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1기 전대협 부의장으로 임 전 실장의 학생 운동권 선배였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불출마 진정성은 저도 이해하고 또다시 출마로 번복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고민이 있을 텐데 출마를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진을에서) 추미애 장관이 빠지면서 예상대로 오세훈 전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임 전 비서실장을 넣어 조사해 보니 여유 있게 이기는 것으로 나오는 모양”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에서 ‘임종석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정치인 임종석’의 효용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친문 주류와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 왔던 이해찬 대표가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한 임 전 실장을 다시 ‘소환’하려 하는 것은 친문 대선주자들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임 전 실장을 키워 인재풀을 확대함으로써 향후 중요 정치 국면에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386그룹’이 임 전 실장 감싸기에 나선 것은 임 전 실장이 정계 은퇴를 시사하면서 불어닥쳤던 ‘386용퇴론’이 다시 거세지지 않으려면 임 전 실장이 총선에서 역할을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유리하다는 속내가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이 다시 정치 일선에 뛰어든다면 정계 은퇴 입장을 번복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감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31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이 결국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본다”며 “그가 정계 은퇴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다. 문제는 복귀 절차를 어떻게 밟느냐가 중요한데 임 전 실장이 정치공학적으로 명분을 만드는 실력은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을 접촉한 민주당 인사들은 언론을 통해 “(총선에서 역할을 해 줄 것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실장 측은 “출마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제도권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서 해야 하는 역할이 뭐가 있을 것인지 많은 분들과 지혜를 모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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