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구…朴 탄핵 책임론 심판대 올라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여론의 최종 심판대가 대구광역시로 향했다. 바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던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과 박 전 대통령의 변론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가 대구 동구을 출마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구는 탄핵 사태를 단초로 사분오열됐던 보수 세력에 대한 여론의 심판이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98년 대구지역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 입성한 것을 감안하면 대구 동구을 선거가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뉴시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뉴시스]

- 朴 전임 비서실장 vs 탄핵 변론인…누가 ‘죽음의 계곡’ 탈출하나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 대구시당 창당대회가 지난해 12월28일 대구에서 열렸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의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의 선봉장 유승민(62) 의원을 주축으로 한 새보수당은 이날 대회에서 그를 새보수당 대구시당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유 의원은 이날 “제가 2015년 가을 (박근혜)대통령과 갈등을 겪고 제일 처음 찾은 곳이 대구”라며 “새보수당에 제일 어려운 대구에서 출발하는 것은 한국 정치에서 굉장히 의미있는 시작”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한국 보수가 가려면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며 “새보수당에 제일 어려운 이 대구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 달라”라고 호소한 바 있다.

앞서 대구 동구을에서 내리 4선을 한 5선의 유 의원은 2005년 재보궐 선거에서 52.0%의 득표율로 지역구의 주인 자리를 꿰찼다. 이후 여러 차례의 선거에서 무려 84.4%의 최대 득표율을 달성하는 등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런 그가 “보수 정치의 역사를 쓰고자 한다”라고 밝히며 다시금 대구 동구을 출마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유 의원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오롯이 부드럽다고만 볼 수는 없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에 따른 그의 행보가 민심의 분기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정치권 안팎의 정세에 대해 유 의원 스스로 ‘죽음의 계곡’으로 부를 만큼 순탄치 못한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 [뉴시스]

끝나지 않은 ‘죽음의 계곡’…劉 “도와 달라”

박근혜 전 대통령, 그의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재임 당시 대구시 국회의원이었던 故 유수호 의원, 그리고 그의 아들인 유승민 의원 모두 대구와 연이 맞닿아 있다. 고향과 정계 진출의 통로 모두 대구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운명 또한 결국 대구로 향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다.

유 의원은 지난 2005년 1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고 그해 10월까지 비서실장직을 수행했다. 이어 유 의원은 2007년 치러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뜻을 함께 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정치권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결국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로부터 대통령 파면을 선고 받았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박 대통령 탄핵으로 ‘유승민 심판론’이 거론됐고 지금까지도 유 의원은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비박, 탈박, 반박 등으로 불렸다. 박 전 대통령과의 크고 작은 마찰이 누적됐고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수차례 탈당과 복당을 거듭하며 지금의 새보수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물론 유 의원은 그간의 행적을 두고 “죽음의 계곡”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죽음의 계곡’은 그가 정치권에 발을 담그고 있는 동안 쉬이 끝나지 않을 모양이다. 그가 출마를 시사했던 대구 동구을에는 박 전 대통령의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영희 전 육군 중령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선임됐던 도태우 변호사까지 가세하면서 ‘책임론’은 ‘심판론’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3년 전 청와대를 떠났지만, 유 의원은 아직도 ‘죽음의 계곡’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 됐다.

도태우 변호사. [뉴시스]
도태우 변호사. [뉴시스]

朴 변론인 도태우 “劉, 정치적 책임 느껴야”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대구 동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도태우 변호사는 지난 1월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권의 등장에는 유승민 의원 또한 그 책임이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이제는 유승민 의원에 대한 정치적 심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 예비후보는 지난 2017년 5월12일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선임돼 활동한 바 있는 인물이다. 그는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 모두 대구에서 보내고 서울대학교에 진학, 사법 시험 합격 후 현재는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연대’ 대표 변호사를 맡고 있다.

도 예비후보는 무엇보다도 지난해 12월 새보수당 대구시당 창당대회 당시 유 의원이 이번 총선에 나설 것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듣고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 의원이 공인으로서 탄핵 사태 이후 보여준 행보가 탄핵 사태 이전의 모습과 비교해 너무나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 예비 후보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유승민 의원은 앞서 박 전 대통령 당시 자당의 대통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던 모습과는 달리 도대체 어떤 투쟁을 전개해 왔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도 예비 후보는 “유 의원은 전 정권 당시 주로 헌법적인 원리 등을 언급하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면 가감없이 비판했고,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도 헌법 수호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으로 비춰진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도 예비 후보는 “지금의 문재인 정권은 이미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위헌 요소들을 매우 많이 내포하고 있는데, 최근 3년 동안 위헌 소지가 많은 일을 전 정권에 비해 수없이 많이 저질러 왔다”면서 “그렇다면 오히려 유 의원은 ‘개혁 보수’가 아니라고 지칭하는 자칭 보수라는 진영이나 세력보다도 더 앞장서서 비판하고 투쟁해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 예비 후보에 따르면,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유 의원의 비판 잣대는 한때 유 의원이 몸담았던 보수 진영에 대한 비판 잣대보다 무디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 의원이 주장하는 ‘개혁 보수’에 대해서도 “좌익 세력에 대한 명확한 비판보다는 기존 보수 세력이 마치 국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인 것처럼 지적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기존 보수 진영에 대한 비판에 앞서 지난 2017년 보수 분열의 총 책임자로 유 의원을 지목했다. 도 예비 후보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에 대한 그간의 언동을 본다면 대한민국을 오늘날의 모습으로 만들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 대선 당시 범보수 진영의 표를 분산시킨 책임에서 유 의원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문재인 정권 등장 후 모든 국정에 대한 엄청난 정치적 책임감을 느꼈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는 오는 4월15일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심판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전임 비서실장이었던 유 의원, 박 전 대통령의 변론인 도 변호사에게도 대구는 ‘죽음의 계곡’이 됐다.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벌어진 대통령 파면은 이미 3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선고됐지만, 국민들의 심판은 대구에서 시작된 셈이다.

선거 도장. [뉴시스]
선거 도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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