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실적호조 ‘승승장구’...美 매출 3500억 돌파

[셀트리온]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8년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법 시행 이후인 2014년부터 지난해 5월 중순까지 돌아온 기업은 59곳에 그쳤다.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들이 갖은 규제와 높은 운영비, 포화한 내수시장 등을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를 늘리는 상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 봤다. 이번 호는 셀트리온에 대해 알아본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싱가포르 등 동남아 3개국서 판매 ‘낙찰’  

첫 해외 중국 공장에 6000억 투자…글로벌 성과 ‘고공행진’

셀트리온은 바이오의약품 제조업체로 2002년 미국의 생명공학 회사 ‘백스젠(VaxGen)과 합작으로 출범했다. 2008년 (주)오알켐과 합병해 우회상장 후 오알켐의 상호를 (주)셀트리온으로 변경했다. 주력 분야는 바이오시밀러(복제 의약품) 사업이다. 생명공학기술 및 동물세포 대량배양기술을 기반으로 항암제를 비롯해 각종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생산한다. 
2017년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제3공장 해외 신설’을 발언했다. 제1공장과 제2공장이 있는 인천시 송도 본사에 제3공장을 짓기로 결정된 상태로 착공 시기만 앞둔 상황이었다.

2002년 회사 창립 당시 공장 부지를 넉넉히 확보한 터라 제3공장을 송도에 건설한다는 것이 당연시 된다는 관측이었다. 하지만 서 회장의 공장 해외 신설 발언으로 업계는 당시 충격에 빠졌었다. 업계는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 나간다면 5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며, 기술 유출 역시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제조기업의 해외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들이 탈한국을 하는 이유로는 ‘최저임금 인상’, ‘기업에게만 엄격한 규제’, ‘환경단체와의 갈등’ 등을 꼽는다. 셀트리온 역시 이런 상황을 염두한 것이 아니냐는 후문이다. 해외로 나간 셀트리온은 해외 공장 설립과 바이오시밀러의 성공적인 개발 및 생산으로 승승장구 중이다.         

4분기 매출만 1000억 원 

셀트리온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램시마’가 지난해 미국 매출액 3500억 원을 돌파했다. 램시마는 류머티즘 관절염·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에 처방되는 정맥 주사제(IV)로 4분기 매출만 9100만 달러(약1000억 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2016년 11월 미국 시장에 진출한 지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미국 사보험에 등재된 이후 처방 속도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사보험이 전체 시장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제품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환자들 대부분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약품을 선택하면서, 셀트리온 및 바이오시밀러 회사들에게 사보험 시장의 장벽은 높기만 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 사보험 회사들이 바이오시밀러에 우호적으로 돌아서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미국 3대 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H)’가 지난해 10월 램시마를 선호의약품으로 등재하면서 이 보험사에 가입한 환자들은 램시마를 처방 받을시 약값을 지원 받을 수 있다.

또한 셀트리온은 2025년까지 5년간 중국에 설비투자로 6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첫 해외 바이오 공장을 짓는다. 지난달 20일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중국 내 최대 규모인 12만L급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건설로 바이오의약품의 개발·생산과 함께 중국 내수시장 공급을 위해 대규모 수탁생산(CMO) 사업도 한다. 또한 램시마를 비롯해 항체 바이오시밀러뿐 아니라 인슐린 바이오시밀러도 중국에 출시할 예정이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로 해외를 누비는 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17년 10월 터키에 의약품 직판(직접판매) 업무를 담당할 사무소를 세웠다. 램시마를 직접 터키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유럽 지역에서 현지 파트너사 도움을 받지 않고 바이오시밀러 직판에 나선 곳은 터키가 처음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바이오시밀러 해외 유통 및 마케팅을 담당하는 셀트리온 계열사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터키가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잇는 교두보라는 점을 주목했다.

터키 의약품시장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유럽 다른 주요국에 진출 시 활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터키에 이어 유럽에서는 두 번째로 아일랜드에서 램시마 직판에 들어갔다. 또한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용(SC)으로 바꾸며 투여 편의성을 높인 ‘램시마SC’도 오는 2월과 3월에 독일, 영국, 네덜란드에서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램시마SC는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또한 램시마SC는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허쥬마, 입찰 수주 성공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해 3분기 싱가포르 정부의 인플릭시맙(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겨 지속적 염증성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 의약품 입찰에 참여해 3년 연속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올해 싱가포르 국공립병원에 램시마를 독점 공급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 이어 말레이시아 정부 입찰도 따냈다. 그 동안 말레이시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사보험 시장에만 독점 판매해왔지만 이번 낙찰로 공보험 시장에도 진출하게 되면서 사실상 말레이시아 전체시장을 독점 할 전망이다. 

램시마 뿐 아니라 허쥬마도 지난해 10월 태국 정부 입찰 수주에 성공했다. 허쥬마는 셀트리온의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다. 태국 입찰은 태국 트라스투주맙 시장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번 입찰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오는 3월부터 1년 간 태국 국공립병원에 허쥬마를 독점 공급할 예정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3개국 입찰 수주는 글로벌 직접 판매 역량을 입증하는 뜻 깊은 성과”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16일에는 셀트리온 그룹 합병설이 나오면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주가가 크게 요동쳤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달 15일 미국 샌프라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 세 회사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합병이 추진된다면 그룹 차원에서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어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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