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임금체계 확산 지원...“임금격차‧양극화 완화”

제조업(사무관리) 범용 직무평가도구 점수표 예시 [고용노동부]
제조업(사무관리) 범용 직무평가도구 점수표 예시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13일, “직무ㆍ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에 대한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내용은 ‘직무ㆍ능력 중심 임금체계는 임금격차 및 양극화 완화와 세대간 임금의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한 불가피한 시대적 흐름’이며, 이러한 직무ㆍ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를 현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직무 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를 발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이는 임금삭감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경영계에서는 뚜렷한 견해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직무 중심 인사관리는 최신화된 경영방식이므로 내부적으로는 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주에는 최근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직무ㆍ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지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실무상 기업들의 임금체계를 검토ㆍ설계를 진행하다 보면, 명목상으로 연봉제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근속연수별로 근로자의 임금이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근속연수가 많은 근로자에게 임금을 많이 주는 방식을 소위 ‘호봉제’라고 부른다. 좁은 의미에서의 호봉제는 근속연수별로 임금(임금 Table)을 정해두고 있는 경우를 말하지만, 이와 유사하게 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서 연봉을 올리는 방식도 큰 의미에서는 호봉제에 해당한다. 이번에 발표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임금체계 중 호봉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나, 여전히 50% 이상의 사업장에서 호봉제를 택하고 있다고 한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인상되는 “연공급적 성격의 호봉제”(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일률적 임금인상(Base-up)과 근속연수에 따른 호봉등급 인상(Step-up)이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함)가 대부분이며, 한국노동연구원의 임금 연공성 국제비교(2015)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년 미만 대비 30년 이상 근속자의 임금이 약 3.3배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EU 15개국 평균의 약 2배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호봉제가 무조건 잘못된 임금체계는 아니다. 고도 성장기에서 호봉제는 근로자들의 소속감과 장기근속을 통한 숙련 형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호봉제가 중요한 임금체계이며, 회사들도 성장 과정에서는 호봉의 자동 인상이 있더라도 임금인상을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가 저성장(경제성장률 3% 미만)이 지속되고, 인구구조의 고령화(고령 인구 20% 이상)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호봉제 성격의 임금구조로 되어 있는 기업들은 임금의 상승분을 점점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근속기간에 따른 임금상승은 고령화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증가시킴으로써 신규 채용의 여력을 감소시키고, 고령자들을 조기퇴직으로 유도하는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고, 상대적으로 근속기간이 긴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격차를 확대시키는 문제도 발생시키고 있다. 또한, 유사한 일을 하고 있더라도 호봉(근속연수)로 인해 임금격차가 발생하거나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음에도 호봉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동일한 임금을 받는 등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에 반하거나 임금의 공정성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앞서 보았듯이 노동시장의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연공급적 성격의 호봉제를 운영하는 것이 어렵다고 인식하고 직무 또는 능력 등에 기반한 임금체계로의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이 처한 여건과 특성을 고려해 호봉급 하에서 연공성을 완화하거나, 기존 임금체계에 직무급, 직능급, 역할급적 요소를 가미하는 등 다양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발간


인구구조 등 변화된 환경에 따라 임금체계의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기업들이 참고할 만한 공공인프라로서, 고용노동부는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라는 자료를 발간해 홈페이지 등에 이를 공고하고 이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임금체계의 개편은 단순히 임금을 주는 지급방식의 변화가 아닌 인사관리와 성과보상의 기준ㆍ방식 등 인사시스템 자체를 전환하는 문제이므로, 임금체계 개편 여부나 시기ㆍ방식 등에 대해서는 노사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근로자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수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회사의 일방적 추진으로 노사갈등을 일으킬 위험과 임금삭감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이번에 발표한 자료에는 임금구성의 단순화, 다양한 유형의 임금체계 개편방법과 사례, 직무가치에 기반한 인사관리 체계 도입을 위한 직무분석과 평가방법, 새롭게 개발한 제조업 범용 직무평가도구 활용방법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임금체계 등 인사시스템 개선은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하므로 실무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상세본과 관리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요약본으로 나누어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사무관리) 범용 직무평가도구 점수표 예시 [고용노동부]
제조업(사무관리) 범용 직무평가도구 점수표 예시 [고용노동부]

구체적으로 (1) 임금체계의 개념 및 유형(연공급, 직능급, 역할급, 직무급), (2) 우리나라 임금체계 실태 및 변화 방향, (3) 임금구성의 단순화, 합리화 방안(현행 임금체계의 문제점과 변화 필요성, 임금구성 체계 합리화 방향과 개선방안ㆍ사례), (4) 임금체계 개편방안 및 사례, (5) 직무중심 인사관리 체계 구축(직무분석, 직무평가, 직무중심 인사관리 운영사례 등), (6) 법적 쟁점(단체협약 체결 및 개정, 취업규칙 변경 등 법상 고려사항), (7) 임금정보의 활용(임금수준, 임금인상률 결정 등) 등이 자료에 포함되어 있다. 

직무ㆍ능력 중심 체계
정책적 노력 확대


첫째, 업종별 직무평가도구 등 관련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의 연계 등을 통해 직무관련 정보를 촘촘하게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둘째, 기존 임금ㆍ평가체계 개선 분야 컨설팅을 지속 확대하고, 2020년에는 ‘직무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을 신설해 지원할 예정이다. 셋째, 충분한 시장임금정보 확충을 위해 임금직무정보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노사가 참고할 수 있도록 기업규모, 산업, 직종, 경력 등에 따른 임금정보를 분석ㆍ제공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노사자율의 영역이면서 국민 삶과 직결된 임금 문제에 대해 노사정 간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다양한 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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